변호인 "다발성 장기 부전 등 없어 패혈증에 의한 사망 의문"…혐의 전면 부인
국과수 "전신서 균 발견…소아는 전형적 증상 나타나지 않아" 반박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첫 공판… '사망원인' 공방 치열
지난해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료진의 첫 공판에서 신생아 사망 원인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변호인들은 신생아들이 패혈증으로 숨졌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에 의문을 던지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안성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첫 공판 기일에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실장이자 주치의인 조수진 교수 측 변호인은 "신생아들에게서 다발성 장기 부전 등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 측 변호인은 신생아들이 패혈증으로 숨졌다는 국과수의 소견과 관련해 "패혈증 자체가 사망 원인이 되려면 다발성 장기손상이 나타나야 한다"며 "부검 결과에 이 같은 내용이 없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발견됐다고 해도 패혈증 자체를 사망 원인으로 추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인 패혈증의 발생 메커니즘에 따르면 혈관 내에서 미세혈전이 발견되고 장기손상으로 인한 쇼크 등이 수반돼야 하는데 이런 전형적인 증상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생아 4명을 부검한 국과수 최모 법의관은 이날 증인으로 나와 "숨진 4명에게서 공통으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발견됐고 혈액과 뇌척수액, 내부 장기 등 모든 곳에서 이 균이 발견됐다.

이 사실만으로도 패혈증으로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전형적인 패혈증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데 대해 "소아는 비전형적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미숙아로서 취약한 아이들에게서 교과서적인 반응이 꼭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 교수의 변호인은 질병관리본부의 검사 결과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변호인은 "4명의 아이에게서 동일한 유전체가 검출돼서 동일 감염원에 의해 감염이 됐다고 했는데 유전자 검사표를 보니 이들 유전자 지문이 각기 상이한 점이 있다"며 "전제가 됐던 국과수와 질본의 검사에 오류가 있고 오류를 전제로 해서 나머지 과실을 따진 것"이라며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그는 "동일한 균에서는 동일한 유전자 지문이 나와야 함에도 유전자 지문을 분석한 그래프를 보면 상이한 점이 발견된다"며 동일한 주사제에 의해 균 감염이 생기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역학조사를 위한 검체 수거 과정도 논란이 됐다.

변호인들은 신생아들이 사망한 이후나 부검 과정에서 오염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망 이후 방진복을 착용하지 않은 경찰 등이 현장을 드나들었고 주사제를 수거한 쓰레기통에 아이들의 대변 등 쓰레기가 함께 버려진 사실 등을 지적하면서 주사제가 사후에 오염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 등 이 병원 의료진 7명은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신생아 4명을 치료하는 동안 감염 및 위생 관리 지침을 어겨 신생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국과수의 부검과 질본 역학조사 등을 근거로 사인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라고 결론 내렸다.

경찰과 보건당국에 따르면 신생아들이 사망 전날 맞은 지질 영양제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감염됐으며, 간호사들이 주사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재판부와 변호인들에 따르면 이대목동병원은 피해자 가족들과 합의를 봤으며, 피해자 가족들은 의료진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문서(처벌불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 사건은 단독 판사에게 배당됐으나 검찰과 일부 변호인들의 집중심리 요청에 따라 합의부로 옮기는 '재정합의'가 이뤄졌다.

재판부는 이날부터 나흘간 사건을 집중 심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