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시대 와도 입지 좋은 상가 더 잘나가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오면 소매점 영업환경은 더욱 나빠지기만 할까요? 반대로 매출이 늘어나는 곳도 있습니다.”

제1회 집코노미 부동산콘서트에서 세 번째 연사로 나서는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이 상가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극심한 양극화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매출이 적어 종업원 급여를 주는 것조차 빠듯한 곳은 도산하겠지만 경쟁 점포가 줄어들면서 수혜를 보는 곳도 늘어난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예컨대 하루 매출이 120만원에 불과하던 편의점 한 곳이 못 버티고 문을 닫는다면 인근에서 200만원을 팔던 편의점 매출은 오를 수밖에 없다”며 “상가 투자로 수익을 내려는 임대인에겐 1급 입지를 가려내는 안목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편의점과 대형마트, 카페 프랜차이즈 등 유통기업에서 14년 동안 입지조사와 신규점포 개발을 담당했던 입지 분석 전문가다. 그는 ‘OO상권’ 식으로 묶인 특정 상권의 경쟁력에 대한 과신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역별로 면밀히 따져보면 같은 지역 안에서도 상가 등급이 천차만별인 까닭이다. 김 대표는 “초보 투자자일수록 소문난 우량 상권부터 찾는 경향이 있지만 대부분 그러다 망한다”며 “중요한 건 상권이 아니라 개별 점포의 입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근 배후수요를 파악한 뒤 지점별로 유효수요와 주 동선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아파트 단지 근처 상가라면 단지별 출입구의 방향과 지하철역까지의 동선 등에 따라 유효수요가 갈린다”고 말했다. 비인기 지역에서도 얼마든 서울 강남역 앞보다 안정적으로 상가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분석이다. 그는 “투자자조차 가치를 몰라 경쟁이 적은 데다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도 진입할 수 있는 게 비인기 지역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인기 프랜차이즈가 입점하는 자리를 무작정 좇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복잡한 이유가 숨어 있는 사례도 많아서다. 김 대표는 “배스킨라빈스나 다이소처럼 유사 업종이 흔치 않은 프랜차이즈는 어디에 있든 소비자가 찾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임대료가 비싼 1급 입지를 피할 때가 많다”며 “이들이 들어선 상가의 경쟁력이 뛰어날 것이라고 오판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상가투자 격언들은 실상과 다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명제를 갖고 투자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벅스 주변이 잘된다’거나 ‘쇼핑몰 주변은 안 된다’는 것은 절대적인 명제가 아니다”며 “눈여겨본 상가가 비싸다고 망설여진다면 차라리 다른 상권의 1등 입지를 찾는 등 대안 선택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