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대졸 공채 시즌이 시작됐다. 대기업 금융회사 공기업 등의 채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세종대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 은행권 잡콘서트 모습. 한경DB
하반기 대졸 공채 시즌이 시작됐다. 대기업 금융회사 공기업 등의 채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세종대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 은행권 잡콘서트 모습. 한경DB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에게는 올 하반기가 취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올해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주요 그룹이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취업준비생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올 하반기 대기업의 채용은 금융회사 7000명을 포함해 2만6000여 명에 달할 전망이다. 여기에 공공기관의 채용 규모도 사상 최대인 1만27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졸 신입 공채 외에 고졸·경력채용을 모두 합한 숫자다.

경쟁률은 여전히 높다. 100 대 1의 입사 경쟁을 뚫으려면 ‘B·A·T’를 하나씩 준비해야 한다. 공공기관은 올해도 블라인드(blind) 채용이 대세다. 대기업은 인공지능(AI) 채용을 통해 자기소개서를 걸러낸다. 은행권은 필기시험(test)이 부활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를 뽑기 위한 조치다. 채용설명회도 유튜브 페이스북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주요 그룹 일제히 채용 규모 확대

4만여명 채용 큰 장 열린다… 'B·A·T'로 준비하라
채용의 물꼬를 튼 기업은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은 이달 초 향후 3년간 반도체·바이오 등에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력을 직접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올해 1만 명 이상을 뽑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 채용을 늘리는 분야는 투자를 많이 계획 중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바이오 △5세대(5G) 이동통신 △전장부품 △AI 등 신사업 분야다.

현대자동차는 친환경, 자율주행, 커넥티드카에 적합한 인재를 뽑기 위해 올해부터 인턴·경력직의 수시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LG그룹은 전기차 부품·AI·로봇 전장사업 인력 확충을 통해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근무 인력을 현재 1만7000명에서 2만2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 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10% 늘려 1만 명을 뽑을 계획이다. 상반기 4000명을 이미 선발했고, 하반기에는 6000명을 뽑는다. SK그룹은 3년간 2만8000개의 일자리 창출 계획을 올초 발표했다. 올해는 지난해(8200명)보다 늘어난 85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신동빈 회장이 부재 중인 롯데는 아직 뚜렷한 투자·채용계획을 못 잡고 있다. 대졸 신입 채용은 지난해 하반기 수준(1300명)을 뽑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2022년까지 5년간 3만5000명을 뽑는다. 일자리는 호텔·리조트·백화점 등 서비스 사업에서 나올 전망이다. 석유화학, 태양광 사업과 기계·방산 분야에서도 대규모 채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GS그룹도 올해부터 2022년까지 5년간 핵심 사업에 총 20조원을 투자하고 2만10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지난 3년간의 연평균 채용 인원(3800명)보다 10% 이상 늘어난 연 4200명 수준이다.

블라인드, AI, 필기시험 부활

주요 대기업이 AI 채용 시스템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 상반기 6개 기업에서 AI를 통한 자기소개서 검증을 했다. 올 하반기에는 모든 계열사에서 AI 채용 시스템을 도입한다. AI 채용으로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용기간이 단축된 것도 기업들이 잇따라 도입에 나서는 배경이다.

기아자동차도 자동차업계에서는 최초로 AI 채용을 하반기에 도입할 예정이다. CJ그룹도 CJ제일제당 등 8개 주요 계열사의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 나서면서 서류전형 단계에 AI 평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서류를 평가하기에 앞서 AI가 지원자의 서류를 검토하고 표절 여부를 검사한다.

공공기관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블라인드 채용을 한다. 이력서에 학력과 학점 등 개인정보를 기입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등은 자기소개서에 개인 신상과 관련한 단어가 있으면 불이익을 준다. 이력서를 작성할 때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방인재·보훈 등의 가점이 있는 부분에 잘못 표시하면 자칫 합격하고도 불합격 통보를 받을 수 있다.

은행은 올해부터 일제히 필기시험을 치른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논술을 없애고 객관식으로 대체한 은행도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까지 논술시험을 봤으나 올해부터는 모두 객관식으로 문제를 낸다. 은행 필기시험은 대체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직업기초능력 평가와 경제·경영 시사상식 등으로 구분된다. 은행 인사담당자들은 “시중의 시사상식 문제집을 사서 보기보다 신문 등을 통해 경제의 흐름을 파악해야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기업 채용시장과 달리 중견·중소기업의 채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채용 여력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들은 대기업이 공채 이외 수시채용을 통한 채용을 활발히 하는 점을 감안해 취업전략을 짜야 한다. 김은아 현대자동차 인재채용팀장은 “현대차는 올 상반기부터 신입·경력직 수시채용 비율을 확대하고 있다”며 “취준생들은 공채에만 목매지 말고 각 기업의 채용 사이트를 자주 찾아 수시채용의 기회를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