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애들도 있는데' 캠리 탄다며 쌍욕한 충북 지프남…소송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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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멀쩡하게 잘 사는 사람들은 법원에 갈 일이 없기 때문에 모르고 살 뿐이다.
법의 울타리를 따라 걷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 울타리에 삐져나온 철근이나 모서리에 걸려 옷가지가 찢어지거나 다쳤다면? 참고 지나치기엔 너무 억울한 일상 속 사건사고들.
법을 알지도 못하는 이른바 '법알못'을 위해 법률전문가가 나섰다. 다양한 일상을 통해 법률상식을 쌓아보자.
지난 6월 충북 한 아파트 앞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여성이 6살, 4살 아이들을 태우고 주행하던 중 아파트 입구를 막아선 차량을 향해 경적을 울리자 상대 차량 운전자가 내려 다가온다.
"들어갈 거예요"라고 하자마자 "돌아서 들어가면 되잖아요"라고 존댓말로 응대를 하나 싶었는데 돌연 거친 욕설을 내뱉기 시작한다. 여성 운전자와 약한 아이들만 탑승했다는 것을 확인하기라도 한 듯 "아까부터 빵빵거리는데 쪽바리 이 XXX이, 일본차 타고타니면서 똑바로 개같은 X이 XX떠네"라고 쌍욕을 퍼붓는다.
아이들이 놀랄까 봐 걱정된 여성은 '네, 네'라고 대답할 뿐이다.
남성은 연이어 "너 쪽바리냐? 너 일본사람이지?XXX이...대가리를 확"이라고 협박한다.
여성이 "고소하겠다"고 하자 "고소해!"라며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토요타 캠리를 타고 있던 여성에게 외제차를 탔다면서 '쪽바리'라고 욕을 한 남성의 차량은 지프 레니게이드다. 본인도 국산차를 탄 것도 아니면서 설사 상대방이 외제차를 탄다 해도 타인의 차종을 가지고 비난을 퍼부을 자격은 없다.
지프남의 욕설 이후 여성은 물론 아이들도 너무 놀랐고 블랙박스 영상을 본 남편 또한 "여성과 아이만 있다고 저런 쌍욕을 하다니 진짜 비겁하고 나쁜X이다"라며 분노했다.
두어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성은 그 당시의 분노와 수치스러움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들은 상대 차량 운전자를 모욕죄로 고소했다.
하지만 지난 4일 형사 조정일에 피의자는 출석하지 않았다.
조정관의 전화에도 "일이 바빠서 못 나간다. 전화로 하겠다"고 고집했다.
조정관이 "사죄를 하고 형사 조정을 하려면 직접 와야지 무슨 전화냐. 여기 남편분은 회사 연차 내고 왔다"고 하자 적반하장으로 "당사자가 와야지 왜 대리인이 왔나. 나도 아내를 보내겠다"고 조정을 거부했다.
남편은 "형사 고소는 당연히 진행하고 민사 소송도 할 예정인데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좋은지 어떨지 모르겠다"고 차량 관련 커뮤니티에 문의했다.
이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진심 화나서 댓글을 안 달 수가 없다. 아이들도 있는데 저렇게 심하게 말하는게 진짜 가능한건지", "약자한텐 강한 모습을 보이는 전형적인 경우", "건장한 남자였으면 찍소리도 못했을텐데", "만약 제 아내가 저런 상황이었으면하고 생각하니 끔찍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영상 이전에 어떤 상황이 있었길래 저렇게 나왔을지 의문이다", "전후 사정을 다 봐야 판단할 수 있다"라는 의혹도 이어지자 남편은 이전 상황 영상을 추가 공개했다. 여성 운전자가 사거리에서 신호를 받고 출발하려 할 때 지프차량이 신호를 무시한 채 우회전했고 이를 본 여성이 경적을 한 차례 울리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조기현 변호사는 "이 경우 피해자는 가해자를 상대로 모욕죄, 협박죄 등으로 형사고소를 할 수 있다"면서 "가해자에게 응당 형사처벌이 내려지면, 이것을 근거로 민사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본 사안 정도의 범죄라면 형사고소 후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검사가 조정을 권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때 조정에 응하면, 가해자에게는 공소권없음 또는 기소유예처분이 내려져서 결과적으로 가해자가 형사처벌 받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피해자로서는 이로써 신속히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이점은 있다"면서 "고소대리를 위해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변호사가 적절한 역할을 하게 되면 가해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릴 수도 있고 더 많은 배상금을 받아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법률 자문-조기현 중앙헌법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영상 제공:보배드림 /편집 : 조은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