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남훈 경사 부친 김권찬씨 "이제와서 사과받으면 뭐하나"
용산참사 순직 경찰관 아버지 "10년 지나도 여전히 속이 끓어"
2009년 용산참사 당시 경찰 지휘부가 화재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무리한 작전을 강행했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자 참사 때 목숨을 잃은 경찰관의 아버지는 안타까움과 슬픔을 토로했다.

용산참사로 순직한 고(故) 김남훈 경사의 아버지 김권찬 씨는 5일 이 사건에 대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접하고 "곧 (참사) 10주기가 다가오는데, 지금 생각해도 속이 끓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인화성 물질이 망루에 있는 것을 확인하지도 않고 (특공대를) 투입했기 때문에 사망자가 나온 것이 사실"이라며 "부모로서 사실 아들밖에 생각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경찰이 김 경사와 유족들에게 사과하도록 권고한 진상조사위의 결정에 대해 "다 지난 얘기인데 사과가 문제가 아니다.

사과를 받으면 뭐 하나 싶다"며 허탈한 심경을 드러냈다.

일선 경찰 사이에서도 용산 참사가 '무리한 진압'이었다는 반응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집회·시위 관리 분야에 10년 이상 몸담은 한 경관은 "경찰 내부적으로 당시에도 지금도 '무리한 진압'이었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라면서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용산 참사 당시 경찰 수뇌부에 가까웠던 한 경찰 관계자는 "당시 김석기 청장 내정자가 내정 당시만 해도 '0순위'로 꼽힐 정도로 정부 실세였다"면서 "본인 입장에서 강경하게 진압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 개혁위 발표에도 나왔듯 당시에 밑에서는 '시간적 여유를 두고 설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면서 "조사가 안 돼서 그렇지, 청와대 입김이 없었을 리 있겠느냐. 정치적 문제였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우호적인 여론 형성을 위해 '댓글 부대'를 운용했다는 사실에 관해서는 한 경관은 "황당하다.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고 파급력이 있다고 경찰들을 그런 일에 동원했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정보경찰은 "용산 참사 이후로 철거민 시위대 측에서도 망루는 설치하지 않고, 전반적인 시위 문화에서 인화물질이 없어지는 등 자정작용이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이 경관은 "앞으로도 집회·시위는 있을 것이고 경찰은 이를 안전하게 관리하도록 계속 대응할 것"이라면서 "(용산참사처럼) 변화되는 계기를 통해 잘못된 것을 발판 삼아, 시민을 위한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19일 철거민 32명이 재개발 사업 관련 이주대책을 요구하면서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남일당 빌딩 옥상에 망루를 세우고 농성하다가 경찰의 강제 진압 과정에서 불이 나 김 경사와 철거민 5명이 숨진 사건이다.

조사위는 이날 발표에서 당시 경찰 지휘부가 망루 안에 인화성 유증기가 가득한 상황에서도 안전조치나 작전 중단·변경 없이 특공대를 2차 진입시켜 참사로 이어졌다며 경찰이 숨진 김 경사와 철거민, 유족들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