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김정은 체면 살려주면서도 트럼프에 '호의 제스처'"
美 2천억불 제품 관세 '공습' 임박… 시진핑 방북 무산에도 영향?
미국이 이르면 오는 7일부터 2천억달러에 달하는 중국 제품에 추가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중 간 무역전쟁이 새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의 전방위적인 대중 압박이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에 즈음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북 무산에도 일정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대로 곧 2천억달러 어치의 중국 제품에 최고 25%의 고율 관세 부과를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천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이번 주에 강행하기를 원한다는 뜻을 참모들에게 밝혔다고 최근 보도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소비재를 포함한 2천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 공청회를 진행했다.

의견 수렴 기간인 6일 이후 미국 정부는 실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최근 워싱턴에서 진행된 차관급 미중 무역협상까지 결렬된 상황이어서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중국 측에서는 적어도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는 상황이 호전될 계기가 마련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지난 7월 이후 미국과 중국은 1∼2차에 걸쳐 340억달러, 160억달러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주고받았다.

미국이 먼저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이 똑같이 맞받아치는 핑퐁식 공방이었다.

그러나 미중 무역 불균형 구조 탓에 미국이 2천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면 앞으로는 '게임의 룰'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미국 통계를 기준으로 작년 중국의 대미 수출은 5천억달러를 상회했지만 미국의 대중 수출은 1천300억달러에 그쳐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가 3천700억달러 수준에 달했다.

따라서 미국이 관세 대상을 확대해도 중국이 그대로 맞대응하는게 불가능하게 되는 시점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2천억달러 규모의 자국산 물품에 최대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면 600억달러 어치의 미국 제품에 5∼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미 규모, 강도 측면에서 동등한 반격 카드를 마련할 길이 없음을 자인한 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무역전쟁 발발 이후 중국 측이 입은 내상이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진 민감한 시기에 시 주석이 북한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이 무산되고 나서 "북한 관련 문제는 부분적으로 중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인해 초래되고 있다"면서 '중국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 시진핑 주석이 오른팔을 북한에 보냄으로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면을 살려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의 제스처'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장바오후이 링난대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및 북한 문제와 관련한 수사를 강화해온 가운데 시 주석이 평양에 가는 것은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열정에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굳혀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리잔수를 대표로 보내는 것은 북한에 호의를 제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고정관념이 굳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