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익 마루라이팅 대표 "경기장 LED 조명 2700개… 평창의 밤 밝혔죠"

KMW에서 LED 사업 분사
올림픽 첫 야간경기 조명 맡아
뉴욕 양키스 구장에도 공급
국내 민간·조달시장 본격 진출

KMW가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경기장에 설치한 LED 조명. /마루라이팅 제공

강원 평창군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한국 정부에 한 가지를 요청했다. 북유럽 동계올림픽 시청자들이 생방송으로 경기를 볼 수 있게 야간 경기를 열어달라는 것이다. 이전까지 동계올림픽 경기는 밤에 열린 적이 없었다. 조명을 잘 못 쓰게 되면 중계 화질이 떨어지고, 동계올림픽 종목 특성 탓에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도 있었기 때문이다.

무선 통신장비업체인 케이엠더블유(KMW)는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경기장에 LED(발광다이오드) 스포츠 조명 2700여 개를 설치했다. 또 바이애슬론과 컬링 경기장에도 관련 조명이 사용됐다. 이 조명을 설치한 LED 사업부문이 지난 2월 마루라이팅이라는 이름으로 분사했다. 마루라이팅은 동계올림픽 경기장을 밝힌 기술력으로 조달시장과 일반 LED 시장 공략에 나선다.

◆LED 조명 덕분에 평창서 야간 경기

유대익 마루라이팅 대표가 월 50억원 규모인 공장의 생산 능력을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평창올림픽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야간 경기가 열린 동계올림픽이다. 하계올림픽에서도 잘 쓰이지 않는 LED 스포츠 조명을 사용했다. IOC도 처음에는 평창올림픽에서 LED 대신 일반 조명을 쓸 것을 권했다.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소식을 들은 KMW는 “대형 국제경기에 적용한 사례는 적지만 불빛이 밝고 플리커링(화면 깜빡임) 현상이 없어 화질이 좋다”고 올림픽 준비위원회 측을 설득했다. KMW는 2014년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팀 시애틀 매리너스의 홈구장 조명을 LED로 바꿨고, 2015년에는 뉴욕 양키스타디움의 주조명도 LED로 교체했다.

KMW는 지난 2월 국내 LED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마루라이팅을 분사했다. 1997년 KMW에 입사해 대표를 지낸 유대익 대표(60)가 마루라이팅을 책임진다. LED 사업을 떼어낸 KMW는 이동통신 기지국 장비 제조 등 5G(5세대) 사업에 집중키로 했다.

유 대표는 “초고화질(UHD)급 방송 환경에서 초당 960프레임의 울트라 슬로 모션으로 재생해도 플리커링 현상이 없다”며 “IOC에서 원한 플리커링 기준이 870프레임이었는데 1500프레임까지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초당 1500장을 찍는 고속 촬영에도 화면이 깜빡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연에 가까운 빛을 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1년 동안 현장에서 조명 세기와 방향 및 각도를 조절해 선수의 눈에 직접 빛을 비추지 않으면서도 경기장을 고르게 비추고 방송 카메라에도 빛 번짐이 없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올림픽방송위원회(OBS)로부터 감사 공문도 받았다.

◆유효광 경쟁사보다 30%가량 많아

마루라이팅의 기술력이 가장 필요한 곳은 축구장 야구장 등이다. 이 체육 시설에서 나오는 ‘눈부심 빛 공해’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빛 공해로 보는 피해와 관련한 민원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마루라이팅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누설광을 크게 줄여 빛 공해 문제를 해결한다. 경쟁사 제품은 렌즈를 이용해 LED 빛의 방향을 조절한다. 이에 비해 마루라이팅은 LED마다 반사판을 붙인다. 유 대표는 “렌즈는 투명하다 보니 빛의 방향을 조절해도 원하지 않는 곳으로 빛이 많이 간다”며 “마루라이팅 제품은 불투명한 반사판을 써 원하는 곳으로 향하는 빛의 양(유효광)이 90%로 경쟁사 수준(60%)을 크게 웃돈다”고 강조했다. 상반기에 제품 판매와 관련한 인증을 모두 받고 본격적인 LED 조명 판매에 나섰다. 유 대표는 “하반기부터 조달시장과 민간 시설 등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마케팅하겠다”고 말했다.

동탄=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