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태풍 ‘제비’ 탓에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이 폐쇄되면서 일본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도시바메모리, 무라타제작소, 롬 등 간사이 지방에 공장을 둔 기업들의 반도체·전자부품 수출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그동안 간사이공항을 통해 연간 56조원 규모 수출이 이뤄졌다.

5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제21호 태풍 ‘제비’의 이동 경로이던 오사카 인근 지역의 주요 인프라와 산업시설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간사이공항은 태풍에 휩쓸린 유조선이 공항과 내륙을 연결하는 다리와 충돌하면서 교각 등이 파손됐고 공항 주요 지역도 바닷물에 침수되면서 이틀째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다. 공항에 고립됐던 5000여 명의 승객 대부분은 버스와 선박편으로 공항을 빠져나갔지만 공항이 언제쯤 복구될지 예상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화물운송 관문인 간사이공항이 마비 상태에 빠지면서 인근 지역 기업들의 수출에도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지난해 간사이공항의 전체 물동량은 85만t으로 국제화물이 95% 이상을 차지했다. 간사이공항을 통해 수출된 화물은 약 5조6000억엔(약 56조2000억원)어치에 달한다. 주로 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반도체와 전자부품, 의약품 등이 수출되고 있다.

당장 간사이 지역에 생산거점을 둔 반도체·전자부품업계로 불똥이 튀었다. 미에현 욧카이치시에 반도체 생산공장이 있는 도시바메모리는 간사이공항을 통해 중국과 대만 등으로 반도체를 수출해왔다. 무라타제작소도 후쿠이현에서 생산하는 주요 전자부품의 수출길이 막혔다. 전자부품업체 롬도 반제품을 중국 등 아시아 각국에 수출해 현지 조립을 해왔으나 물류에 차질을 빚게 돼 발만 구르고 있다. 간사이 지역 제조업체들은 “공항 폐쇄가 장기화되면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히타치조선, 일본페인트, 야마자키제빵 등 간사이 지역의 일부 공장은 태풍 피해로 조업을 중단했다. 고베 항구에선 하역장에 보관 중이던 컨테이너도 다수 유실됐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