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이어국세청도 대기업 공익법인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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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곳 탈루혐의 전수조사
사주·총수일가 편법 증여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
1차 검증 통해 410억 추징
"잠재적 범법단체로 취급…사회공헌 위축될 수도" 우려
사주·총수일가 편법 증여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
1차 검증 통해 410억 추징
"잠재적 범법단체로 취급…사회공헌 위축될 수도" 우려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국세청도 200여 곳에 달하는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을 상대로 압박에 나섰다. 대기업이 출연한 문화예술·학교·장학·의료재단을 전수 조사해 세금 탈루 여부를 가리겠다는 방침이다. 일부 재단이 ‘사회공헌’이란 당초 목적에서 벗어나 사주들의 증여세 탈루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앞서 공정위도 지난달 말 “지배구조 강화에 악용되는 사례가 있다”며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 재단은 모두 조사”
5일 국세청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등 각 지방청은 작년 말 ‘공익법인 전담팀’을 설치해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기업 사주들의 편법적인 상속·증여를 적발하기 위해서다. 전체 대상 법인 200여 곳 중 약 30%를 대상으로 1차 검증한 결과 36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해 410억여원을 추징했다.
대기업이나 그룹 총수가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하면 최대 5%까지 상속·증여세가 면제된다. 적극적인 사회공헌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또 기업 사주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은 공익법인 이사 수의 20%를 초과할 수 없다.
김성환 국세청 법인세과장은 “지난 2월 개정된 세법이 시행되면서 계열사 주식 초과 보유, 특수관계인 이사 선임, 부당 내부거래 등 성실공익법인 확인 업무가 기획재정부에서 국세청으로 이관됐다”며 “세법의 허용 범위를 벗어나 출연 재산 등을 변칙적으로 사용하는 공익법인을 순차적으로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이 사주 땅 매입하기도
국세청은 일부 공익법인의 세금 탈루 사례를 이날 공개했다. A문화재단은 계열사 주식을 5% 초과 취득하면서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가 150억원을 추징당했다. 이 재단은 계열사에서 출연받은 미술품을 계열사 사옥 등에 무상 설치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B재단은 여러 계열사에서 현금을 출연받아 창업주 생가 주변의 토지를 취득했다가 30여억원의 증여세를 내야 했다. 사주 일가가 사용하는 토지는 공익사업과 무관하기 때문에 출연받은 재산으로 살 수 없다. C교육재단은 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특수관계인을 등기이사로 선임해 급여와 복리후생비를 지급했다. 국세청은 급여 등을 ‘무상 증여’로 보고 직간접비 전액(20여억원)을 증여세로 추징했다.
◆“잠재적 범죄단체로 몰아선 안 돼”
공정위도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에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만 따졌을 때 전체의 89.5%(51개)가 165개 재단을 두고 있는데, 총자산 중 주식 비중이 21.8%나 된다는 설명이다. 총수 등 특수관계인의 지배력을 높이려고 계열사 주식을 과다 보유하고 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는 38년 만에 공정거래법을 전면 개편해 대기업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축소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혁신팀장은 “위법 행위를 바로잡는 건 당연하지만 정부가 공익법인을 잠재적 범법단체로 간주하면 사회공헌 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5일 국세청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등 각 지방청은 작년 말 ‘공익법인 전담팀’을 설치해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기업 사주들의 편법적인 상속·증여를 적발하기 위해서다. 전체 대상 법인 200여 곳 중 약 30%를 대상으로 1차 검증한 결과 36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해 410억여원을 추징했다.
대기업이나 그룹 총수가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하면 최대 5%까지 상속·증여세가 면제된다. 적극적인 사회공헌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또 기업 사주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은 공익법인 이사 수의 20%를 초과할 수 없다.
김성환 국세청 법인세과장은 “지난 2월 개정된 세법이 시행되면서 계열사 주식 초과 보유, 특수관계인 이사 선임, 부당 내부거래 등 성실공익법인 확인 업무가 기획재정부에서 국세청으로 이관됐다”며 “세법의 허용 범위를 벗어나 출연 재산 등을 변칙적으로 사용하는 공익법인을 순차적으로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이 사주 땅 매입하기도
국세청은 일부 공익법인의 세금 탈루 사례를 이날 공개했다. A문화재단은 계열사 주식을 5% 초과 취득하면서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가 150억원을 추징당했다. 이 재단은 계열사에서 출연받은 미술품을 계열사 사옥 등에 무상 설치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B재단은 여러 계열사에서 현금을 출연받아 창업주 생가 주변의 토지를 취득했다가 30여억원의 증여세를 내야 했다. 사주 일가가 사용하는 토지는 공익사업과 무관하기 때문에 출연받은 재산으로 살 수 없다. C교육재단은 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특수관계인을 등기이사로 선임해 급여와 복리후생비를 지급했다. 국세청은 급여 등을 ‘무상 증여’로 보고 직간접비 전액(20여억원)을 증여세로 추징했다.
◆“잠재적 범죄단체로 몰아선 안 돼”
공정위도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에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만 따졌을 때 전체의 89.5%(51개)가 165개 재단을 두고 있는데, 총자산 중 주식 비중이 21.8%나 된다는 설명이다. 총수 등 특수관계인의 지배력을 높이려고 계열사 주식을 과다 보유하고 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는 38년 만에 공정거래법을 전면 개편해 대기업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축소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혁신팀장은 “위법 행위를 바로잡는 건 당연하지만 정부가 공익법인을 잠재적 범법단체로 간주하면 사회공헌 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