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침체 장기화에 따른 구조조정 여파로 한국 조선산업 생태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국내 대학과 대학원에선 학생들이 조선 관련 학문을 외면하고, 대우조선해양 등 기업에선 핵심 기술 인력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연구개발(R&D)을 도맡던 석·박사급 인력부터 관리·생산직 근로자까지 ‘조선업 엑소더스(대탈출)’에 나서면서 산업 기반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서울대가 오세정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 개강한 2018학년도 조선해양공학과 후기 석사(4명 모집)와 석·박사통합과정(6명)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조선해양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이 개설된 뒤 석사는 물론 석·박사통합과정 지원자가 아예 없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우조선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주니어급 직원(사원·대리·과장) 116명이 회사를 떠났다. 설계(48명)와 R&D(13명)를 하던 핵심 인력이다. 생산직 인력을 양성해온 대형 조선소 기술교육원은 지원자가 없어 개점휴업 상태다. 2014년 18만 명에 달하던 조선업 종사자 수는 올 상반기 12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한국 조선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져선 안 된다”며 “설계와 R&D 분야의 핵심 인력을 지키는 효율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보형/장현주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