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제 개발뿐 아니라 치매 발병 이전에 예방 치료에 집중하는 것이 치매 극복의 지름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묵인희 서울대 의대 교수는 5일 ‘한경 바이오헬스산업 콘퍼런스 2018’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여러 치매 위험인자 가운데 현재 제어 가능한 것은 전체의 35% 수준”이라며 “조기 진단과 예방 치료로 치매 환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뇌 양전자단층촬영(PET)을 활용한 연구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 환자, 치매 환자뿐 아니라 정상인의 뇌에도 치매를 유발한다고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인다. 묵 교수는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20년 전부터 뇌에 아밀로이드가 축적되는데 대부분 이를 방치한다”며 “조기 진단과 예방 치료로 치매 발병을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센서 기술 뛰어난 한국, 세계 치매 진단시장 선점 기회
그는 혈액, 소변, 침 등 간편하고 신속하게 치매를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150만원에 달하는 PET와 뇌척수액 검사를 대체할 치매 바이오마커 기반 진단 키트를 상용화하면 정상인과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묵 교수는 “환자와 가족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다국적 제약사가 치매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배애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치매DTC융합연구단장은 “치매의 주요 병인인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을 대상으로 개발 중인 약물은 세계적으로 657개에 달한다”며 “미국 바이오 기업 바이오젠이 개발 중인 아듀카누맙, BAN2401 등은 임상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고 했다.

배 단장은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이 치매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배 단장은 “AI 기반 신약 개발 시장이 현재 7억달러에서 2022년 80억달러로 커질 것”이라며 “보통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최대 15년이 걸리는데 지금까지 모인 연구 및 임상 데이터를 활용하면 치매 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고 했다.

치매 조기 진단 및 예방 치료가 주목받으면서 치매 관련 산업도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묵 교수는 “치매 조기 진단 부문은 키트 가격을 3만원 정도로 잡았을 때 시장 규모가 3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한국 바이오업체 가운데 바이오 센서 관련 기술이 뛰어난 곳이 많아 충분히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배 단장도 “알츠하이머 치매 시장 규모가 올해 60억달러에서 2026년 150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라며 “바이오마커에 따라 환자군을 세분화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