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논리·객관적 근거로… 협상 상대의 인식을 바꿔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경영학 카페
코스트코에 돈육 납품 직원
기밀문건까지 공개하며 설득
납품 단가 정상화 이끌어내
내 생각과 의견이 아니라
객관적 데이터를 보여줘야
전문가는 또다른 협상 무기
팽팽한 대립서 위력 발휘경영학 카페
코스트코에 돈육 납품 직원
기밀문건까지 공개하며 설득
납품 단가 정상화 이끌어내
내 생각과 의견이 아니라
객관적 데이터를 보여줘야
전문가는 또다른 협상 무기
팽팽한 대립서 위력 발휘경영학 카페
사람은 누구나 자기 주장이 있다. 협상에서 자기 주장이 맞고 상대 주장은 말도 안 된다며 얼굴을 붉힌다. 그런데 주장은 어떻게 해서 생길까? 그것은 자신의 요구나 동기에 의해 생긴다. 하지만 이런 주장도 누군가 합리적인 논리나 객관적인 근거를 들이대면 인식에 변화가 일어난다. 최소한 상대가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말이다. 무턱대고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말에 힘이 실리고 설득력이 커진다. 노련한 협상가는 이런 무기들을 찾아서 자신의 가방 속에 장착한다. 상대가 주관적으로 치우쳐 얘기할 때 바로잡아 주기 위함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판단이나 생각보다 사실에 기반한 얘기가 상대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
국내산 돼지고기 유명 브랜드 영업담당자는 코스트코 납품단가를 정상화해야겠다고 단단히 별렀다. 사실 코스트코 납품 물량이 다른 유통업체보다 많아 그동안 단가를 약간 낮게 공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 2년간 돼지고기 제조원가가 계속 올라 이제 이 가격으로는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됐다. 구매 책임자와 몇 번 만나 단가 인상을 종용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구매 부서와의 미팅을 요청하고 협상에 들어갔다.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회사 내부의 생산 과정은 물론 제조원가까지 조목조목 보여주었다. 영업이익률이 적자라는 사실에 대해 회사 내부 문건까지 공개하자 구매 담당자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서 알고 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또한 사료 공급부터 사육에서 도축에 이르기까지 직접 관리해 1등급 제품만 공급하고 있음을 데이터로 증명했다. 만약 이렇게 계속 적자가 난다면 곧 개점할 의정부점과 천안점의 원활한 공급에도 차질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협력사와의 원활한 파트너십 유지를 원했던 코스트코는 결국 단가 정상화에 합의했다.
영업에서 납품단가 협상은 언제나 고통스럽다. 담당자를 설득하는 것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담당자 입장에서 단가 인상 요구는 항상 듣는 얘기다. 대부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가격 인상에 대한 담당자 인식엔 거부감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회사 내부의 상세한 원가 내역까지 공개해 주고 이해를 구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협력 회사의 고통은 자신의 어려움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식이 바뀌는 과정이다. 협상에서 상대를 설득하고 싶다면 당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말하지 마라. 객관적인 데이터와 사실을 보여라. 객관적인 사실이나 데이터는 상대가 부정하기 어렵게 된다. 사실을 부정한다는 것은 억지를 부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사실에 근거한 협상(FBN: fact based negotiation)이라고 말한다.
객관적인 사실이나 논리적 근거는 당신 말에 힘을 실어준다. 협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무기가 있다. 그것은 전문가의 힘이다. 전문가란 말 그대로 해당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과 명망을 가진 사람이다. 그들의 말 한마디는 일반인의 그것과는 다르다. 무게가 실리고 설득력이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회사 업무로 시달리고 늦은 시간까지 음주하는 일이 많아 건강이 나빠졌다. 가족들은 걱정이다. 과음하지 말라고 충고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 잔소리 정도로 듣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술을 줄이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의 말 한마디는 그냥 흘려듣지 않게 된다.
왜 그럴까? 전문가 의견이기 때문이다. 협상에서도 이런 원리가 적용된다. 근로기준법의 법적 해석을 놓고 노사가 팽팽하게 대립할 때 노동법 전문 변호사의 해석은 결정적이다. 더 이상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태석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국내산 돼지고기 유명 브랜드 영업담당자는 코스트코 납품단가를 정상화해야겠다고 단단히 별렀다. 사실 코스트코 납품 물량이 다른 유통업체보다 많아 그동안 단가를 약간 낮게 공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 2년간 돼지고기 제조원가가 계속 올라 이제 이 가격으로는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됐다. 구매 책임자와 몇 번 만나 단가 인상을 종용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구매 부서와의 미팅을 요청하고 협상에 들어갔다.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회사 내부의 생산 과정은 물론 제조원가까지 조목조목 보여주었다. 영업이익률이 적자라는 사실에 대해 회사 내부 문건까지 공개하자 구매 담당자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서 알고 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또한 사료 공급부터 사육에서 도축에 이르기까지 직접 관리해 1등급 제품만 공급하고 있음을 데이터로 증명했다. 만약 이렇게 계속 적자가 난다면 곧 개점할 의정부점과 천안점의 원활한 공급에도 차질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협력사와의 원활한 파트너십 유지를 원했던 코스트코는 결국 단가 정상화에 합의했다.
영업에서 납품단가 협상은 언제나 고통스럽다. 담당자를 설득하는 것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담당자 입장에서 단가 인상 요구는 항상 듣는 얘기다. 대부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가격 인상에 대한 담당자 인식엔 거부감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회사 내부의 상세한 원가 내역까지 공개해 주고 이해를 구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협력 회사의 고통은 자신의 어려움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식이 바뀌는 과정이다. 협상에서 상대를 설득하고 싶다면 당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말하지 마라. 객관적인 데이터와 사실을 보여라. 객관적인 사실이나 데이터는 상대가 부정하기 어렵게 된다. 사실을 부정한다는 것은 억지를 부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사실에 근거한 협상(FBN: fact based negotiation)이라고 말한다.
객관적인 사실이나 논리적 근거는 당신 말에 힘을 실어준다. 협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무기가 있다. 그것은 전문가의 힘이다. 전문가란 말 그대로 해당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과 명망을 가진 사람이다. 그들의 말 한마디는 일반인의 그것과는 다르다. 무게가 실리고 설득력이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회사 업무로 시달리고 늦은 시간까지 음주하는 일이 많아 건강이 나빠졌다. 가족들은 걱정이다. 과음하지 말라고 충고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 잔소리 정도로 듣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술을 줄이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의 말 한마디는 그냥 흘려듣지 않게 된다.
왜 그럴까? 전문가 의견이기 때문이다. 협상에서도 이런 원리가 적용된다. 근로기준법의 법적 해석을 놓고 노사가 팽팽하게 대립할 때 노동법 전문 변호사의 해석은 결정적이다. 더 이상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태석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