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 "신약 기술수출만으로는 부족… 美·유럽에 직접 진출해야 미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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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프런티어
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 인터뷰
대학 신약개발 프로젝트 발굴
서울대·KAIST 등과 연계
신약 초기단계 연구 집중 육성
임상개발 땐 전문가 투입해 지원
글로벌 시장은 선택 아닌 필수
국내에 900여 신약후보물질
복제약으로는 해외 공략 어려워
혁신신약으로 주요시장 나가야
2기 사업단은 글로벌화 주력
1기 사업단 2020년 9월 종료
기술수출 기업 10곳 발굴해내
2기땐 신약 지원에 더 집중할 것
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 인터뷰
대학 신약개발 프로젝트 발굴
서울대·KAIST 등과 연계
신약 초기단계 연구 집중 육성
임상개발 땐 전문가 투입해 지원
글로벌 시장은 선택 아닌 필수
국내에 900여 신약후보물질
복제약으로는 해외 공략 어려워
혁신신약으로 주요시장 나가야
2기 사업단은 글로벌화 주력
1기 사업단 2020년 9월 종료
기술수출 기업 10곳 발굴해내
2기땐 신약 지원에 더 집중할 것
“이젠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합니다. 제약·바이오 1, 2위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 깃발을 꽂아야만 비로소 매출이 1조원, 2조원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들 시장을 공략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고 봐야죠.”
최근 서울 공덕동 사무실에서 만난 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단장은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글로벌화를 화두로 꼽았다. 초기 단계 수준의 신약후보물질을 다국적제약사에 넘겨 수익을 얻는 기술수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미약품을 비롯한 국내 대다수 제약·바이오기업은 자금 여력 부족 등의 한계 때문에 최종 판매단계까지 가기 전에 개발 중인 신약을 기술수출한다. 상업화 전 단계인 임상 3상 비용만 해도 수천억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매출이 1조원 이상인 제약·바이오 회사가 5개를 넘지 않는 국내 실정으로는 만만찮은 도전이다.
2016년 12월부터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묵 단장에게서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계획,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이 가야 할 방향 등을 들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나온 묵 단장은 삼보컴퓨터 부사장, 동부증권 부사장 등을 거쳐 치매치료제를 개발하는 메디프론디비티 대표를 지냈다.
▶사업단을 맡은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습니다. 어떤 업무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습니까.
“한국에는 신약 시드(seed)가 될 연구물이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좋은 약물 후보물질이 적습니다. 바이오 관련 과학자가 적은 탓이죠. 미국은 4만 명에 이르지만 한국은 2000명 정도밖에 안 됩니다. 중국은 2만 명이나 됩니다. 최근 중국의 바이오산업이 뜨는 데는 이런 배경이 한몫하고 있는 셈이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칫 묻혀버릴 수 있는 연구물을 발굴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이뤄지는 연구의 상당수는 논문만 쓰고 사장되는 일이 많습니다. 제아무리 좋은 연구도 연구만으로 끝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래서 학교의 연구 성과물을 신약 개발과 연계하는 브리지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대학을 찾아다니며 교수들을 설득했습니다. 대학 교수들은 논문 쓰는 게 궁극적 목표이다 보니 신약 개발에는 관심이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브리지 프로그램을 통해 4개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발굴했습니다. 하마터면 사장될 뻔했던 혁신적인 기술들이죠.”
▶어려움은 없습니까.
“과거 정부 역할은 좋은 과제를 내면 연구비를 대주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좋은 과제를 발굴하는 시스템도 없었죠.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좋은 연구과제를 발굴하기 어렵습니다.
브리지 프로그램은 초기 단계의 연구를 발굴해 키우는 지원제도입니다. 대학 교수들은 대부분 약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업단 내 6명의 전문가를 붙여 지원해줍니다. 사업단 예산으로 첨복단지 등에 용역을 줘 유효성 평가를 해주는 지원도 하죠. 아쉬운 것은 이런 발굴작업을 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점입니다. 사업단 내 인력이 많지 않다 보니 4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이끌고 가기가 어렵습니다. 대학 총장들을 만나면 대학교가 연구 지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브리지 프로그램으로 개발 중인 프로젝트는 어떤 게 있습니까.
“서울대 약대에서 개발 중인 항생제가 그중 하나입니다. 인체 내 안티톡신시스템으로 병원균을 죽이는 기술이죠. 박테리아는 주변 환경이 안 좋아지면 톡신과 안티톡신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는 박테리아 스스로를 죽이는 역할을 합니다. 개체를 줄여 생존하는 거죠. 개발 중인 항생제는 이 같은 특성을 활용했습니다. 박테리아의 생존 환경을 인위적으로 나쁘게 만들어 스스로 죽도록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관련 논문은 아직 세계적으로 20편이 채 안 됩니다. 초기 연구단계여서 우리가 충분히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는 분야입니다.
KAIST가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도 브리지 프로그램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레티노산 유도 단백질(RIG-I)을 통제하는 약물을 개발 중인데 사업단에서는 독성시험과 시약 생산 등을 돕고 있습니다. 부산대 약대는 병원 내 감염균의 하나로 치사율이 높은 MRSA라는 슈퍼박테리아의 백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수술환자 등 원내 감염에 취약한 환자에게 접종하는 백신입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 두 곳과 기술수출 협상을 진행 중일 정도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고려대 생명공학부에서는 변이 바이러스도 잡을 수 있는 혁신적인 인플루엔자 백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바이오벤처 등에는 어떤 도움을 주고 있습니까.
“초기 단계에서는 브리지 프로그램을 가동합니다. 임상개발 단계에서는 임상시험 컨설팅을 해줍니다. 실행 프로그램이죠. 임상 경험이 있는 의사를 붙여서 전략을 짜고 컨설팅까지 해줍니다. 대학 교수, 바이오벤처, 제약사 등이 모두 지원 대상이죠. 지원팀은 임상 의사, 허가업무나 임상시험 전문가 등 8명이 한 팀으로 구성됩니다. 미국에서 20만달러 이상의 값어치가 있는 컨설팅을 정부가 무료로 해주는 셈이죠.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협상도 돕습니다. 메디프론디비티를 경영할 때 세계적 제약사 로슈, 독일 제약사 그루넨탈, 미국 바이오회사 뉴로제식스 등에 기술수출을 한 경험이 있는데요. 그때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업들에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한국 바이오산업의 현주소는 어떤가요.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신약후보물질은 900개 정도 됩니다. 이 가운데 200개가량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기본적으로 연구 토대가 취약한 상황이다 보니 이들 후보물질의 성공률을 높이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도 안 됩니다. 미국이 40%, 유럽이 30%, 중국과 일본이 각각 10%가량 됩니다. 한국 제약산업이 차세대 주력산업이 되려면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주요 시장에 나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가 없어요. 국내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은 글로벌 83위 정도 됩니다. 50위에 들어가려면 매출이 3조원은 돼야 하는데 지금보다 두 배는 더 성장해야 해요. 아직 갈 길이 멀죠.”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펴야 한다고 봅니까.
“제네릭(복제약)으로는 세계 주요 시장을 공략하기가 사실상 어렵습니다. 기존에 치료제가 없는 혁신신약이어야 합니다. 미국 등 세계 주요시장에서 매출 1조원, 2조원 하는 기업이 나오면 다른 회사들도 따라가려고 할 겁니다. 현재로선 글로벌 신약이 될 만한 것을 밀어주는 게 최선입니다. 이스라엘 테바처럼 개량신약으로 승부할 수도 있겠죠. 국내에는 해외에서 통할 만한 개량신약이 꽤 있습니다. 다국적제약사 MSD가 한미약품의 코자를 해외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국산 개량신약이 해외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해외 직접 유통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는 배경은 무엇인가요.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하느냐가 신약의 성패에도 영향을 줍니다. 문제는 국내에 미국 시장 등을 제대로 아는 세일즈, 마케팅 전문가가 거의 없다는 거죠. 이 때문에 해외 시장에 진출해도 현지 도매상에게 판매를 맡기는 게 고작입니다. 이제는 영업과 판매 노하우를 직접 쌓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내 주요 제약사가 연합해 개량신약이나 복합제를 해외시장에서 파는 합작사를 설립할 것을 제안합니다. 일본 다케다는 미국 시카고에 애보트와 TAP라는 판매 합작회사를 1985년에 세운 뒤 80여 명의 직원을 파견해 현지 영업 노하우를 쌓게 했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 독자 법인을 세웠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15위 제약사로 도약했죠.
중국 헝루이 역시 매년 20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도 미국 판매법인을 7년 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중국산 제네릭을 팔지만 향후 신약이 개발되면 직접 유통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 기업들이 배워야 할 점입니다.”
▶2기 사업단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범부처신약개발사업은 2020년 9월에 종료됩니다. 그동안 2기 출범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많았지만 정부는 최근 2기 운영을 확정했습니다. 예산 확보만 남았죠. 2기 사업단의 과제는 글로벌화 지원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사업단 명칭도 범부처글로벌신약개발사업단처럼 ‘글로벌’이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1기 사업단은 200억원 이상 기술수출 기업 10곳 발굴이라는 출범 당시 목표는 거의 채웠습니다. 2기 사업단은 혁신신약이든, 유통분야든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기업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 묵현상 단장 이력
▷1959년 서울 출생
▷서울 명지고 졸업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
▷삼보컴퓨터 부사장
▷삼보컴퓨터 미국지사장
▷RDI컴퓨터 대표
▷겟모어증권중개 대표
▷동부증권 부사장
▷메디프론디비티 대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단장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최근 서울 공덕동 사무실에서 만난 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단장은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글로벌화를 화두로 꼽았다. 초기 단계 수준의 신약후보물질을 다국적제약사에 넘겨 수익을 얻는 기술수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미약품을 비롯한 국내 대다수 제약·바이오기업은 자금 여력 부족 등의 한계 때문에 최종 판매단계까지 가기 전에 개발 중인 신약을 기술수출한다. 상업화 전 단계인 임상 3상 비용만 해도 수천억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매출이 1조원 이상인 제약·바이오 회사가 5개를 넘지 않는 국내 실정으로는 만만찮은 도전이다.
2016년 12월부터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묵 단장에게서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계획,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이 가야 할 방향 등을 들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나온 묵 단장은 삼보컴퓨터 부사장, 동부증권 부사장 등을 거쳐 치매치료제를 개발하는 메디프론디비티 대표를 지냈다.
▶사업단을 맡은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습니다. 어떤 업무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습니까.
“한국에는 신약 시드(seed)가 될 연구물이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좋은 약물 후보물질이 적습니다. 바이오 관련 과학자가 적은 탓이죠. 미국은 4만 명에 이르지만 한국은 2000명 정도밖에 안 됩니다. 중국은 2만 명이나 됩니다. 최근 중국의 바이오산업이 뜨는 데는 이런 배경이 한몫하고 있는 셈이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칫 묻혀버릴 수 있는 연구물을 발굴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이뤄지는 연구의 상당수는 논문만 쓰고 사장되는 일이 많습니다. 제아무리 좋은 연구도 연구만으로 끝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래서 학교의 연구 성과물을 신약 개발과 연계하는 브리지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대학을 찾아다니며 교수들을 설득했습니다. 대학 교수들은 논문 쓰는 게 궁극적 목표이다 보니 신약 개발에는 관심이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브리지 프로그램을 통해 4개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발굴했습니다. 하마터면 사장될 뻔했던 혁신적인 기술들이죠.”
▶어려움은 없습니까.
“과거 정부 역할은 좋은 과제를 내면 연구비를 대주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좋은 과제를 발굴하는 시스템도 없었죠.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좋은 연구과제를 발굴하기 어렵습니다.
브리지 프로그램은 초기 단계의 연구를 발굴해 키우는 지원제도입니다. 대학 교수들은 대부분 약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업단 내 6명의 전문가를 붙여 지원해줍니다. 사업단 예산으로 첨복단지 등에 용역을 줘 유효성 평가를 해주는 지원도 하죠. 아쉬운 것은 이런 발굴작업을 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점입니다. 사업단 내 인력이 많지 않다 보니 4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이끌고 가기가 어렵습니다. 대학 총장들을 만나면 대학교가 연구 지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브리지 프로그램으로 개발 중인 프로젝트는 어떤 게 있습니까.
“서울대 약대에서 개발 중인 항생제가 그중 하나입니다. 인체 내 안티톡신시스템으로 병원균을 죽이는 기술이죠. 박테리아는 주변 환경이 안 좋아지면 톡신과 안티톡신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는 박테리아 스스로를 죽이는 역할을 합니다. 개체를 줄여 생존하는 거죠. 개발 중인 항생제는 이 같은 특성을 활용했습니다. 박테리아의 생존 환경을 인위적으로 나쁘게 만들어 스스로 죽도록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관련 논문은 아직 세계적으로 20편이 채 안 됩니다. 초기 연구단계여서 우리가 충분히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는 분야입니다.
KAIST가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도 브리지 프로그램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레티노산 유도 단백질(RIG-I)을 통제하는 약물을 개발 중인데 사업단에서는 독성시험과 시약 생산 등을 돕고 있습니다. 부산대 약대는 병원 내 감염균의 하나로 치사율이 높은 MRSA라는 슈퍼박테리아의 백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수술환자 등 원내 감염에 취약한 환자에게 접종하는 백신입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 두 곳과 기술수출 협상을 진행 중일 정도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고려대 생명공학부에서는 변이 바이러스도 잡을 수 있는 혁신적인 인플루엔자 백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바이오벤처 등에는 어떤 도움을 주고 있습니까.
“초기 단계에서는 브리지 프로그램을 가동합니다. 임상개발 단계에서는 임상시험 컨설팅을 해줍니다. 실행 프로그램이죠. 임상 경험이 있는 의사를 붙여서 전략을 짜고 컨설팅까지 해줍니다. 대학 교수, 바이오벤처, 제약사 등이 모두 지원 대상이죠. 지원팀은 임상 의사, 허가업무나 임상시험 전문가 등 8명이 한 팀으로 구성됩니다. 미국에서 20만달러 이상의 값어치가 있는 컨설팅을 정부가 무료로 해주는 셈이죠.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협상도 돕습니다. 메디프론디비티를 경영할 때 세계적 제약사 로슈, 독일 제약사 그루넨탈, 미국 바이오회사 뉴로제식스 등에 기술수출을 한 경험이 있는데요. 그때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업들에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한국 바이오산업의 현주소는 어떤가요.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신약후보물질은 900개 정도 됩니다. 이 가운데 200개가량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기본적으로 연구 토대가 취약한 상황이다 보니 이들 후보물질의 성공률을 높이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도 안 됩니다. 미국이 40%, 유럽이 30%, 중국과 일본이 각각 10%가량 됩니다. 한국 제약산업이 차세대 주력산업이 되려면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주요 시장에 나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가 없어요. 국내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은 글로벌 83위 정도 됩니다. 50위에 들어가려면 매출이 3조원은 돼야 하는데 지금보다 두 배는 더 성장해야 해요. 아직 갈 길이 멀죠.”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펴야 한다고 봅니까.
“제네릭(복제약)으로는 세계 주요 시장을 공략하기가 사실상 어렵습니다. 기존에 치료제가 없는 혁신신약이어야 합니다. 미국 등 세계 주요시장에서 매출 1조원, 2조원 하는 기업이 나오면 다른 회사들도 따라가려고 할 겁니다. 현재로선 글로벌 신약이 될 만한 것을 밀어주는 게 최선입니다. 이스라엘 테바처럼 개량신약으로 승부할 수도 있겠죠. 국내에는 해외에서 통할 만한 개량신약이 꽤 있습니다. 다국적제약사 MSD가 한미약품의 코자를 해외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국산 개량신약이 해외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해외 직접 유통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는 배경은 무엇인가요.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하느냐가 신약의 성패에도 영향을 줍니다. 문제는 국내에 미국 시장 등을 제대로 아는 세일즈, 마케팅 전문가가 거의 없다는 거죠. 이 때문에 해외 시장에 진출해도 현지 도매상에게 판매를 맡기는 게 고작입니다. 이제는 영업과 판매 노하우를 직접 쌓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내 주요 제약사가 연합해 개량신약이나 복합제를 해외시장에서 파는 합작사를 설립할 것을 제안합니다. 일본 다케다는 미국 시카고에 애보트와 TAP라는 판매 합작회사를 1985년에 세운 뒤 80여 명의 직원을 파견해 현지 영업 노하우를 쌓게 했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 독자 법인을 세웠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15위 제약사로 도약했죠.
중국 헝루이 역시 매년 20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도 미국 판매법인을 7년 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중국산 제네릭을 팔지만 향후 신약이 개발되면 직접 유통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 기업들이 배워야 할 점입니다.”
▶2기 사업단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범부처신약개발사업은 2020년 9월에 종료됩니다. 그동안 2기 출범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많았지만 정부는 최근 2기 운영을 확정했습니다. 예산 확보만 남았죠. 2기 사업단의 과제는 글로벌화 지원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사업단 명칭도 범부처글로벌신약개발사업단처럼 ‘글로벌’이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1기 사업단은 200억원 이상 기술수출 기업 10곳 발굴이라는 출범 당시 목표는 거의 채웠습니다. 2기 사업단은 혁신신약이든, 유통분야든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기업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 묵현상 단장 이력
▷1959년 서울 출생
▷서울 명지고 졸업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
▷삼보컴퓨터 부사장
▷삼보컴퓨터 미국지사장
▷RDI컴퓨터 대표
▷겟모어증권중개 대표
▷동부증권 부사장
▷메디프론디비티 대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단장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