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의 전자수첩] 삼성, 최초 '폴더블폰' 못한 게 아니라 안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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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화웨이 최초 공개 공언에 개발 '속도'
삼성 폴더블폰 축적 기술 따라올 업체 없어
"폴더블폰 시장 우려로 공개 시기 조율"
삼성 폴더블폰 축적 기술 따라올 업체 없어
"폴더블폰 시장 우려로 공개 시기 조율"
"폴더블 스마트폰 개발을 거의 마무리 지었고 이젠 내놓을 때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폴더블폰' 공개가 임박했음을 예고했다. 불과 한달 전 "최초 폴더블폰 타이틀을 뺏기고 싶지 않다"던 발언에서 좀 더 구체화됐다.
화웨이가 자극이 됐다. 그간 삼성전자는 '최초'라는 타이틀보다 제품 완성도에 매달렸다. 그러나 최근 화웨이가 세계 최초 폴더블폰을 내겠다고 공언하면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가 최초 폴더블폰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자칫하다간 삼성전자가 기술에서 밀리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서다. 게다가 화웨이는 올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2위 애플을 제치고 삼성전자까지 위협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최초 공개에 초점을 맞혔다면 진작 시장에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1등 사업자인 삼성전자가 기술력이 부족해 최초 타이틀을 미룬게 아니라는 시각이다. 다시 말해 당장 폴더블폰을 선보일 수 있지만 시기를 조율해왔단 얘기다. 사실 삼성전자는 수년 전부터 폴더블 스마트폰 기술을 축적해 어떤 경쟁 업체보다 앞선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웨이는 기술 과시를 목적으로 최초 출시를 공언했을지 몰라도 삼성전자는 이미 폴더블폰 관련 개발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폴더블폰에 대한 시장 우려가 적지 않아 시기를 보고 있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고민은 폴더블폰의 필요성과 결부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왜 굳이 접어야 하는지'에 대한 시장의 의문에 명료한 답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폴더블폰 공개에 뜸을 들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장과 경쟁사들의 분위기를 지켜보며 적절한 시기를 고민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폴더블폰은 실용성에 물음표가 달린다. 접히고 펼칠 수 있는 화면이 사용하기에도 편할까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폴더블폰은 반으로 접으면 그만큼 두꺼워지는데, 얇고 가벼운 디자인이 대세인 상황에서 단점이 될 수 있다. 주머니에 휴대하기 불편할 것 같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카톡이나 전화 등 연락이 왔을 때 무슨 내용인지, 누군지를 확인하려면 접혀있는 폰을 펼쳐야 한다. 번거롭다. 원터치 습관에 익숙해진 사용자에게 한번의 동작을 더하는 건 의미가 크다. 사용자들은 반복하다 보면 금세 피로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전면에 디스플레이를 추가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구성도 문제다. 계속 접었다 폈다 하면 접히는 부분이 있을텐데, 이 부분이 지속적으로 같은 수준의 화질을 구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면 외부에서 산소가 유입돼 화면에 픽셀이나 전극 불량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휘도가 떨어져 얼룩이 생길 수 있다. 또 기존 화면의 2배나 되는 큰 화면에다 최신 기능들을 대거 탑재하다 보면 배터리 발화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한다 쳐도 비싼 가격이 남는다. 폴더블폰은 CPI필름 등 고가의 소재와 부품을 적용하면서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특히 제조사들은 폴더블폰의 안정적인 양산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면서 대중적인 가격을 제시하긴 어려워 보인다. 애플의 아이폰X(텐)이 150만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폴더블폰은 최소 180만원~200만원선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부에선 200만원이 훌쩍 넘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폴더블폰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일부 전문가들은 폴더블폰의 글로벌 연간 판매량을 고작 80만대 수준으로 잡고 있다. '갤럭시S7'과 '갤럭시S8'이 출시 후 2개월 동안 각각 1200만대, 1000만대씩 팔렸던 점을 감안하면 처참한 수치다.
새로운 폼팩터(Form Factor)가 실패할 경우 최초 타이틀을 가진 제조사가 떠안을 리스크는 크다. 고스란히 실적 부진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얻는 것도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새로운 폼팩터에 먼저 발을 디뎠다는 것 자체로 최고 기술력을 지닌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최초 출시로 목표를 정했다면 거침없이 밀어붙여도 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완성도 높은 폴더블폰을 최초로 출시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폴더블폰에 대한 규격과 양산 계획 등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고동진 사장이 최초의 폴더블폰을 손에 들고 언팩 행사를 치르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물론 '스마트폰이 꼭 접혀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명료한 대답은 필수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폴더블폰' 공개가 임박했음을 예고했다. 불과 한달 전 "최초 폴더블폰 타이틀을 뺏기고 싶지 않다"던 발언에서 좀 더 구체화됐다.
화웨이가 자극이 됐다. 그간 삼성전자는 '최초'라는 타이틀보다 제품 완성도에 매달렸다. 그러나 최근 화웨이가 세계 최초 폴더블폰을 내겠다고 공언하면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가 최초 폴더블폰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자칫하다간 삼성전자가 기술에서 밀리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서다. 게다가 화웨이는 올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2위 애플을 제치고 삼성전자까지 위협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최초 공개에 초점을 맞혔다면 진작 시장에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1등 사업자인 삼성전자가 기술력이 부족해 최초 타이틀을 미룬게 아니라는 시각이다. 다시 말해 당장 폴더블폰을 선보일 수 있지만 시기를 조율해왔단 얘기다. 사실 삼성전자는 수년 전부터 폴더블 스마트폰 기술을 축적해 어떤 경쟁 업체보다 앞선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웨이는 기술 과시를 목적으로 최초 출시를 공언했을지 몰라도 삼성전자는 이미 폴더블폰 관련 개발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폴더블폰에 대한 시장 우려가 적지 않아 시기를 보고 있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고민은 폴더블폰의 필요성과 결부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왜 굳이 접어야 하는지'에 대한 시장의 의문에 명료한 답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폴더블폰 공개에 뜸을 들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장과 경쟁사들의 분위기를 지켜보며 적절한 시기를 고민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폴더블폰은 실용성에 물음표가 달린다. 접히고 펼칠 수 있는 화면이 사용하기에도 편할까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폴더블폰은 반으로 접으면 그만큼 두꺼워지는데, 얇고 가벼운 디자인이 대세인 상황에서 단점이 될 수 있다. 주머니에 휴대하기 불편할 것 같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카톡이나 전화 등 연락이 왔을 때 무슨 내용인지, 누군지를 확인하려면 접혀있는 폰을 펼쳐야 한다. 번거롭다. 원터치 습관에 익숙해진 사용자에게 한번의 동작을 더하는 건 의미가 크다. 사용자들은 반복하다 보면 금세 피로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전면에 디스플레이를 추가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구성도 문제다. 계속 접었다 폈다 하면 접히는 부분이 있을텐데, 이 부분이 지속적으로 같은 수준의 화질을 구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면 외부에서 산소가 유입돼 화면에 픽셀이나 전극 불량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휘도가 떨어져 얼룩이 생길 수 있다. 또 기존 화면의 2배나 되는 큰 화면에다 최신 기능들을 대거 탑재하다 보면 배터리 발화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한다 쳐도 비싼 가격이 남는다. 폴더블폰은 CPI필름 등 고가의 소재와 부품을 적용하면서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특히 제조사들은 폴더블폰의 안정적인 양산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면서 대중적인 가격을 제시하긴 어려워 보인다. 애플의 아이폰X(텐)이 150만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폴더블폰은 최소 180만원~200만원선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부에선 200만원이 훌쩍 넘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폴더블폰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일부 전문가들은 폴더블폰의 글로벌 연간 판매량을 고작 80만대 수준으로 잡고 있다. '갤럭시S7'과 '갤럭시S8'이 출시 후 2개월 동안 각각 1200만대, 1000만대씩 팔렸던 점을 감안하면 처참한 수치다.
새로운 폼팩터(Form Factor)가 실패할 경우 최초 타이틀을 가진 제조사가 떠안을 리스크는 크다. 고스란히 실적 부진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얻는 것도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새로운 폼팩터에 먼저 발을 디뎠다는 것 자체로 최고 기술력을 지닌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최초 출시로 목표를 정했다면 거침없이 밀어붙여도 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완성도 높은 폴더블폰을 최초로 출시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폴더블폰에 대한 규격과 양산 계획 등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고동진 사장이 최초의 폴더블폰을 손에 들고 언팩 행사를 치르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물론 '스마트폰이 꼭 접혀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명료한 대답은 필수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