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에 빌미 줄까 우려"
"중국의 리잔수 파견은 미국을 고려한 '타당한' 선택"
중국이 오는 9일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9·9절)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파견키로 한 것은 북한문제가 중미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영국 BBC방송이 6일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미중 관계는 최근 수개월간 상대국 수출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과정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시 주석을 '위대한 중국 지도자'로 지칭하며 북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치켜세우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화법에 대해 사실왜곡이며 무책임한 것이고 말문을 막는 억지논리는 '세계제일'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정치학자인 우창(吳强)은 인터뷰에서 중국이 서열 3위의 리잔수 위원장을 파견하는 것은 중미관계가 과도하게 긴밀하게 보이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시 주석이 방북했다면 현재 매우 취약한 중미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심지어 파괴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리 위원장은 시 주석의 측근으로 이번 파견은 비교적 '타당한' 선택이며 미국을 고려한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 다롄(大連)을 방문했을 때 '편한 시기에' 방문해줄 것을 시 주석에게 요청했고 시 주석이 이미 화답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 시 주석이 가지 않고 리 위원장을 보내기로 한 것은 미국의 비난과 압력을 중국이 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링난(嶺南)대 장바오후이(張泊匯) 교수는 중국이 리 위원장을 보내기로 한 것은 중국 외교가 중미관계에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미국은 그동안 수차례 북한 문제에서 중국을 비난해왔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이상 빌미를 주거나 의심이 깊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고 장 교수는 분석했다.

그는 또 리 위원장이 시 주석과 긴밀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서는 체면을 세웠고 그런 이유로 북한도 중국의 조치를 이해할 것이라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중요하게 보는 것은 북중관계의 회복이며 이후 중국으로부터 각종 경제방면의 원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치학자 우창은 또 북한이 다량의 자원을 투입해 중국 대표단의 영접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성수기에 관광객들의 북한 방문을 중단시킨 것은 상당한 외화수입을 희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리 위원장이 8일 평양에 도착해 북한의 건국 70주년 기념활동에 참석한다고 보도했다.

리 위원장은 9일 북한의 집단체조와 열병식을 관람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