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면담… 문대통령 친서에 트럼프 대북 메시지까지 전달
정의용, 볼턴과 통화 예정… 다른 주변국에도 방북결과 신속히 전할 듯
특사단 성과 주목… 北비핵화 의지 재확인·北美 메신저 역할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대북 특별사절단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일정 합의를 비롯해 의미 있는 방북 성과를 내놓으면서 특사단의 역할이 다시금 조명을 받는 분위기다.

4·27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지난 3월의 첫 번째 방북에 이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는 등 중요 국면에서 막힌 길을 뚫는 역할을 하면서 특사단에 쏠리는 관심도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정 실장 등 특사단은 5일 당일치기 일정으로 방북해 촘촘하게 시간을 쪼개 쓰며 주어진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특사단은 오전 9시께 평양에 도착해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과 환담을 마치고 10시 30분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과 "(오전 10시30분부터) 12시10∼20분까지 면담이 진행됐다"고 전하고 "김 부위원장, 리 위원장 등 북측 인사 5명과 오찬을 함께했다"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오찬 후에는 남북 간에 정상회담을 위한 협의를 오후 3시부터 진행했고 그게 길어지면서 우리 특사단끼리 북쪽에서 내놓은 저녁을 하고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특사단이 돌아오기 전 평양에서 오찬과 만찬을 했다는 소식만 전해졌을 때는 김 위원장과 함께 식사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으나 김 위원장은 오찬과 만찬에 모두 불참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과 만찬까지 하고 1박 2일간 평양에 머물렀던 특사단의 3월 1차 방북 때와 비교하면 환대 수준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특사단이 가져온 성과는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남북고위급회담을 열어놓고도 한 달 가까이 확정하지 못했던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합의했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며 우려를 낳았던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정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본인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해 남북 간은 물론 미국과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특사단은 4일에 이뤄진 한미정상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한 메시지를 전했다.

동시에 김 위원장이 미국에 전해 달라고 특사단에 부탁한 메시지를 6일 오후 정 실장과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통화를 통해 미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정 실장을 비롯한 특사단이 사실상 북미 정상 간 직접 대화에 버금가는 효과를 낼 수 있게 '메신저'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지난 3월 북미가 대화 의지를 비쳤음에도 대화를 위한 조건을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던 와중에 특사단이 방북해 남북정상회담을 확정하고 이를 동력으로 북미정상회담까지 견인한 데 이어 또 한 번 '특사단 카드'가 주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방북 일정을 마쳤지만 특사단의 임무가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정 실장은 "주변 주요국들과의 특사단 방북 결과 공유는 가장 이른 시일 내 여러 방법으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종전선언에 참여할 수 있는 중국을 비롯해 일본·러시아 등과도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공조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뜻이다.

1차 방북 당시에도 정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정 실장이 중국과 러시아, 서 원장이 일본을 순차적으로 방문해 방북 성과를 설명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