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뽑았더니, 전공은 모르고 잡지식만 있어"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사진)이 대학 교육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육성 정책 등을 놓고 정부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6일 발간한 《초격차》란 저서를 통해서다.

권 회장은 책에서 “한국의 대학입시 정책과 대학 교과 과정에는 커다란 모순과 비효율이 있다”며 “공대 졸업생들을 입사시켰는데 공대생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기초 지식은 모른 채 주변에서 주워들은 것들만 잔뜩 알고 있더라”고 썼다. 그는 “현장에서 기술과 씨름해야 할 공학 전공자에게 회계까지 가르치는 게 요즘 대학 교육 방식”이라며 “대학은 공학 전공자들이 그야말로 공학 전문가로 성장하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임직원 교육·훈련에 대해서도 “신입사원들은 자기 전공을 더 파고들 수 있도록 하고, 중견간부와 임원은 (전문가로 크는 과정에서 소홀했던) 약점을 보완해 줘야 한다”며 “대다수 기업은 거꾸로 신입사원들에게는 다방면의 지식을, 임원들에게는 전문적인 지식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국내 스타트업들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도 정부 정책에서 찾았다. 그는 “한국은 규제가 너무 많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장치가 막힌 것도 한몫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5년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으로 합류했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DS(반도체·부품)부문장과 대표이사에서 자진 사퇴한 뒤 삼성종합기술원 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