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4차 산업혁명시대는 '新르네상스'… 천재들의 황금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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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의 시대
이언 골딘, 크리스 쿠나타 지음 / 김지연 옮김
21세기북스 / 524쪽│2만2000원
새로운 발견으로 가득한 오늘
500년 전 르네상스와 매우 닮아
천재성 발산할 체제 구축해야
이언 골딘, 크리스 쿠나타 지음 / 김지연 옮김
21세기북스 / 524쪽│2만2000원
새로운 발견으로 가득한 오늘
500년 전 르네상스와 매우 닮아
천재성 발산할 체제 구축해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결과 영국은 유럽연합에서 탈퇴할 것이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이다.”
영국은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거쳐 브렉시트를 가결했다. 같은 해 11월 공화당 후보이던 트럼프는 미국 4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앞선 예언은 2016년 초 영국 블룸스베리 출판사가 펴낸 《발견의 시대(The Age of Discovery)》에 담겼다. 여론조사 기관의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책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지난해 한 차례 개정을 거친 이 책 《발견의 시대》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이언 골딘 영국 옥스퍼드대 정치학 교수와 같은 대학 박사인 크리스 쿠나타가 함께 썼다. 저자들은 2년여 전 ‘예언’의 근거를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변하지 않았다”고 일갈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살펴보기 위해 책을 썼다.
책을 관통하는 것은 과거 르네상스 시대와 오늘의 비교다. 14세기엔 항로를 개척하고 새로운 대륙을 발견했다. 미술 조각 음악 등 예술분야뿐 아니라 인문학과 과학도 절정기를 맞았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천재성의 폭발’이다. 저자들은 ‘집단적 번영의 시대’라는 의미에서 당시와 현재가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인쇄술처럼 디지털 미디어가 데이터 수집과 공유의 경제로 시대를 바꿔놓았고 사람뿐 아니라 화폐, 기술의 물리적 이동 장벽은 사라졌다. 지식의 축적 속도는 빨라졌고 그 양도 이전 시대와 비교할 수 없다.
문제는 지금이 신(新)르네상스의 초입이라는 점이다. 500년 전과 비슷한 조건이 갖춰진 지금을 ‘변곡점’으로 보는 이유다. 도약의 가능성이 있고 그럴 만한 기반은 마련돼 있지만 우리가 어디로 향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저자들은 “천재성이 번영하는 동시에 위험성 또한 번성하는 것이 르네상스의 특징”이라고 경고한다. ‘도태’의 조짐으로 미국의 변화를 예로 든다. 한때 자유무역을 신봉했고 그것을 통해 성장한 미국이 자유무역에 반기를 들고 나선 현실을 꼬집는다. 투자를 망설이는 기업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많은 기업들이 기록적인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재투자하기보다 그저 쌓아두거나 배당으로 써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은 미래에 대한 신뢰와 희망을 바탕으로 한다. 마지막 장의 제목은 ‘우리에게는 더 나은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이다. 어떻게 하면 다시 한번 인류의 황금기를 맞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천재성을 보다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려면 새로운 아이디어에 열려 있어야 한다. 과거 스위스 서기들은 인쇄술에 반대했고 네덜란드 길드는 조선술의 발전을 막았다. 오늘날 은행들이 크라우드소싱 대출에 반기를 들고 택시 운전사들은 차량 공유 서비스를 몰아내려 하는 현실과 겹쳐진다. 기득권을 위협한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억압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 저자들의 생각이다.
기꺼이 실패할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 책은 탐험할 새로운 영역은 늘어났고 실패에 따른 비용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상기시킨다.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 미켈란젤로는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아서 이루지 못하는 것보다 목표를 너무 낮게 잡아서 이루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를 인용하면서 저자들은 “발견의 시대에 위험과 균형은 대담한 행동을 하는 쪽이 유리하도록 기울어져 있다”고 강조한다. 대담하게 실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지식재산권 보호의 재조정, 규제 간소화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어려운 시기에 버틸 수 있는 내구성과 위기 이후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어책 마련도 주문한다.
“비정상적으로 넓은 주제와 역사 문헌, 학문을 다루고 있다”고 저자들 스스로도 인정하는 책이다. 그럼에도 르네상스 시대와 현재를 오가며 보여주는 깊은 통찰력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이해하고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격동의 시기를 거쳐 인류가 다시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저자들은 대답한다. “황금기는 찾아오는 게 아니다. 이뤄내야 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영국은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거쳐 브렉시트를 가결했다. 같은 해 11월 공화당 후보이던 트럼프는 미국 4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앞선 예언은 2016년 초 영국 블룸스베리 출판사가 펴낸 《발견의 시대(The Age of Discovery)》에 담겼다. 여론조사 기관의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책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지난해 한 차례 개정을 거친 이 책 《발견의 시대》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이언 골딘 영국 옥스퍼드대 정치학 교수와 같은 대학 박사인 크리스 쿠나타가 함께 썼다. 저자들은 2년여 전 ‘예언’의 근거를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변하지 않았다”고 일갈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살펴보기 위해 책을 썼다.
책을 관통하는 것은 과거 르네상스 시대와 오늘의 비교다. 14세기엔 항로를 개척하고 새로운 대륙을 발견했다. 미술 조각 음악 등 예술분야뿐 아니라 인문학과 과학도 절정기를 맞았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천재성의 폭발’이다. 저자들은 ‘집단적 번영의 시대’라는 의미에서 당시와 현재가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인쇄술처럼 디지털 미디어가 데이터 수집과 공유의 경제로 시대를 바꿔놓았고 사람뿐 아니라 화폐, 기술의 물리적 이동 장벽은 사라졌다. 지식의 축적 속도는 빨라졌고 그 양도 이전 시대와 비교할 수 없다.
문제는 지금이 신(新)르네상스의 초입이라는 점이다. 500년 전과 비슷한 조건이 갖춰진 지금을 ‘변곡점’으로 보는 이유다. 도약의 가능성이 있고 그럴 만한 기반은 마련돼 있지만 우리가 어디로 향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저자들은 “천재성이 번영하는 동시에 위험성 또한 번성하는 것이 르네상스의 특징”이라고 경고한다. ‘도태’의 조짐으로 미국의 변화를 예로 든다. 한때 자유무역을 신봉했고 그것을 통해 성장한 미국이 자유무역에 반기를 들고 나선 현실을 꼬집는다. 투자를 망설이는 기업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많은 기업들이 기록적인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재투자하기보다 그저 쌓아두거나 배당으로 써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은 미래에 대한 신뢰와 희망을 바탕으로 한다. 마지막 장의 제목은 ‘우리에게는 더 나은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이다. 어떻게 하면 다시 한번 인류의 황금기를 맞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천재성을 보다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려면 새로운 아이디어에 열려 있어야 한다. 과거 스위스 서기들은 인쇄술에 반대했고 네덜란드 길드는 조선술의 발전을 막았다. 오늘날 은행들이 크라우드소싱 대출에 반기를 들고 택시 운전사들은 차량 공유 서비스를 몰아내려 하는 현실과 겹쳐진다. 기득권을 위협한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억압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 저자들의 생각이다.
기꺼이 실패할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 책은 탐험할 새로운 영역은 늘어났고 실패에 따른 비용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상기시킨다.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 미켈란젤로는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아서 이루지 못하는 것보다 목표를 너무 낮게 잡아서 이루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를 인용하면서 저자들은 “발견의 시대에 위험과 균형은 대담한 행동을 하는 쪽이 유리하도록 기울어져 있다”고 강조한다. 대담하게 실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지식재산권 보호의 재조정, 규제 간소화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어려운 시기에 버틸 수 있는 내구성과 위기 이후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어책 마련도 주문한다.
“비정상적으로 넓은 주제와 역사 문헌, 학문을 다루고 있다”고 저자들 스스로도 인정하는 책이다. 그럼에도 르네상스 시대와 현재를 오가며 보여주는 깊은 통찰력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이해하고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격동의 시기를 거쳐 인류가 다시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저자들은 대답한다. “황금기는 찾아오는 게 아니다. 이뤄내야 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