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지구 파멸 막으려면 '두번째 계몽' 발명해야
인간의 전체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는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 단계에 들어섰다. 인간 유전자는 당초 10만 개 내외일 것으로 추정됐지만 실상은 2만3700여 개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등동물이 탄생하는 데는 유전자 개수보다 유전자 간 조합 방식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류는 유전자 해독으로 각종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됐고,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 이제 개인들은 자신의 게놈 지도를 만들어 육체를 마음먹은 대로 발달시키려 한다. 그러나 이는 자칫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인류는 ‘포스트 게놈’ 시대를 준비해야만 한다. 개인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간의 발명》은 인류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야 할지 통찰하는 책이다. 저자는 인간의 특징을 ‘발명’으로 규정하고 인간의 미래도 발명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인류의 발전이 지구의 파멸로 치닫지 않으려면 ‘두 번째 계몽시대’를 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작 뉴턴 이후 뛰어난 사고로 과학적 진리를 발견해낸 게 ‘첫 번째 계몽기’라면 발견한 사실을 책임있게 사용하는 태도를 배우는 게 두 번째 계몽기의 핵심이다.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다른 생명체와 지구환경의 미래까지 종합적으로 사유해 판단해야 한다. 기술 발전에 따라 윤리도 발명해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자면 철학이 다시 중요해진다. 자연과학의 발견과 발명에 가치를 매기는 것이 철학이기 때문이다. (레네 슈뢰더·우르젤 넨트치히 지음, 문항심 옮김, 은행나무, 272쪽, 1만5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