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구두 약속' 받아온 특사단… '폼페이오 재방북' 이끌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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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단 '절반의 성공'…先 비핵화 '행동 약속' 못받아
교착상태 빠진 美·北 협상
남한이 '대화 촉진자' 역할
김정은 비핵화 의지 확인
볼턴 등 美 대북 강경파
주고받기식 협상에 거부감
김정은 메시지 수용 여부 촉각
교착상태 빠진 美·北 협상
남한이 '대화 촉진자' 역할
김정은 비핵화 의지 확인
볼턴 등 美 대북 강경파
주고받기식 협상에 거부감
김정은 메시지 수용 여부 촉각

판을 깨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구두 약속’을 확인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 조건으로 요구해온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대해선 ‘행동 약속’을 받지 못해서다.
정 실장이 이끈 5명의 대북 특사단은 출발 이전부터 신중한 조율을 거쳤다. 비핵화 협상의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고 서로가 한 발 양보할 수 있게끔 ‘창의적인 중재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받았다. 일단 미·북 간 대화를 지속시키는 데 주력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한·미 간 의견 조율도 긴밀하게 이뤄졌다. 김대중(2000년), 노무현 대통령(2007년)의 평양 방북 때만 해도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의 대북 강경책과 우리 정부의 햇볕정책이 대립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특사단 방북 하루 전인) 4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 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보낼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문 대통령에게 북한과 미국 양쪽을 대표하는 수석협상가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고난도 외줄타기’ 중재외교
특사단의 방북 성과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낙관론자들은 이전 북핵 위기 때와는 전개 양상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과거 북한은 ‘통미봉남(通美封南: 남한의 참여를 막고, 미국과 협상을 벌이는 전략)’을 고집하곤 했다.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며 막판에 뭔가를 얻어내는 전술을 써왔다.
하지만 잠재적인 위험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전문가들은 종전선언의 의미와 단계별 비핵화 조치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 등에서 한·미 간 마찰이 커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 실장이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이 정치적 선언이고, 관련국 간 신뢰를 쌓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고 언급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간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등 김정은의 ‘셀프 비핵화’ 대가로 “한낱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종전선언도 못 하냐”며 미국을 비판해왔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살라미식 협상(주요 단계마다 잘게 쪼갠 카드를 하나씩 내놓으며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전술)’에 동조하는 듯한 입장을 내비친 것도 향후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 실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북한은 동시행동 원칙이 준수된다면 좀 더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박동휘/이미아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