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후보지역 안산·과천에 가보니
8월도 집값 떨어진 안산
"교통 지옥 더 심해질 듯"
과천시청엔 항의전화 빗발
일부 주민, 반대시위 계획
의왕·성남선 '환영' 분위기
'묻지마 투자' 경계 목소리도
수도권 공공택지 후보지 8곳이 발표되자 일부 지역에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난개발 우려, 공급 과잉에 따른 집값 하락 등 반대 이유는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안산처럼 서울과 먼 곳에 택지를 지정하면 해당 지역 부동산시장의 침체를 가속화하고 서울 집값을 더욱 폭등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택시장 초토화된다”
반발이 가장 거센 곳은 안산시다. 이곳에선 공급 과잉으로 부동산시장이 붕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안산시의 지난달 아파트값은 전월 대비 2.13% 떨어졌다. 경남 거제시(-2.22%)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하락폭이 컸다. 지난해 7월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미분양관리지역에 포함되기도 했다.
안산시 장상동 J공인 관계자는 “4호선 중앙역 역세권 신축 단지가 분양가보다 2000만원 낮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며 “정부가 공급을 더 늘린다고 해서 지금 중개업자들이 단체로 지역구 국회의원실에 항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도 불만을 드러냈다. 안산시 본오동에 사는 임재영 씨(26)는 “장상동 주변은 서울로 출퇴근하는 교통편이 너무 불편한데 왜 아파트를 더 짓는지 의문”이라며 “안산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재건축·재개발이 올스톱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보니 지역 주민의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주암동과 과천동 일대가 후보지로 거론된 과천시에선 지방자치단체까지 반발하고 있다. 과천시 신규 택지공급 면적은 115만6000㎡로 7100가구가 들어선다는 목표가 세워져 있다. 강남에 인접한 ‘미니신도시’급이란 평가다. 과천시는 “행정기관 지방 이전으로 텅 빈 지역에 임대주택을 더 짓겠다는 정부 방침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일부 주민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집회와 시위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이날 “개발을 하더라도 정부청사의 지방 이전 이후 시 주도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개발사업을 해야 한다”며 “시민의 항의 전화가 아침부터 쏟아져 일을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과천 일대 중개업소에는 매수 문의가 쏟아졌다. 과천동 S공인 관계자는 “오늘 하루만 문의 전화를 열댓 통 받았다. 선바위역 2번 출구 주변 그린벨트 땅은 3.3㎡당 2000만원에 사겠다는 사람까지 나타났다”고 전했다. 주암동 K공인 관계자는 “쓸모없는 땅을 쪼개 파는 기획부동산업자들도 나오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린벨트엔 투기바람”
반면 일부 지역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의왕시는 시 전체 면적의 86.6%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의왕시 청계동 H공인 관계자는 “어제 오늘 매수 문의가 두 배가량 늘었다”며 “강남까지 차로 30분밖에 안 되는 거리여서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를 짓는다는 소식에 주민들도 찬성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소규모 공공택지가 들어설 예정인 성남시(6만8000㎡·1000가구) 등도 크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입지 선정이 잘못됐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안산 의정부 시흥 등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기 어려운 지역에 주로 택지를 공급하겠다고 나서고 있어서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서울시 반대로 정작 아파트가 부족한 서울에선 택지 조성을 할 수 있는지조차 불투명하다”며 “경기도 미분양 과다 지역에 택지를 조성하면 오히려 지역 부동산시장만 더 침체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린벨트 매물에 매수세가 모이면서 부동산 과열을 더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택지조성 과정에서 풀린 보상금이 대거 주변 지역으로 유입되면서 서울과 준서울지역 집값을 더욱 자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안산·과천=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