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펀드' 美 캐피털그룹, SK하이닉스 지분 5% 확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D램發 반도체株 고점 논란' 잦아들까
3조원어치 매입한 캐피털그룹
블랙록 이어 4대 주주로
"단순 투자일 뿐, 경영참여 아냐"
전문가 "D램 공급 여전히 부족
반도체값 하락 우려 지나쳐"
3조원어치 매입한 캐피털그룹
블랙록 이어 4대 주주로
"단순 투자일 뿐, 경영참여 아냐"
전문가 "D램 공급 여전히 부족
반도체값 하락 우려 지나쳐"
가치투자로 유명한 미국계 자산운용사 캐피털그룹이 약 3조원을 들여 SK하이닉스 지분 5%를 확보했다. D램 가격 하락이 점쳐지면서 반도체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의 대규모 투자라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블랙록 이어 캐피털그룹도 투자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캐피털그룹 소속 11개 펀드는 전날 SK하이닉스 지분 5.05%(3677만8637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이날 종가 기준 2조8934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기존 보유 주식 외에 지난달 29일 46만 주를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이 5%를 넘으면서 보고 의무가 발생했다.
이로써 캐피털그룹은 SK텔레콤(20.07%)과 국민연금(10.0%), 블랙록(5.08%)에 이은 SK하이닉스 4대 주주가 됐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 5월 SK하이닉스 지분을 5.08%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1931년 출범한 캐피털그룹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운용자산 1조6000억달러(약 1800조원)에 직원 수는 7500명에 달한다. 자체 리서치센터를 두고 기업의 내재가치와 주가 수준을 비교하는 기본적 분석을 거쳐 장기 투자 대상을 고르는 ‘보텀업(bottom-up)’ 방식 투자로 유명하다.
국내 기업 중엔 SK하이닉스 외에 삼성전자(4.65%), 현대자동차(6.94%), 하나금융지주(5.01%), 오스템임플란트(10.85%) 등에 투자하고 있다. 캐피털그룹은 SK하이닉스 지분 투자 목적에 대해 “단순 투자일 뿐 경영에 참여하거나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D램 가격 하락 우려 지나쳐”
증권가에서는 대표적 가치투자 펀드인 캐피털그룹이 최근 반도체 고점 논란의 중심에 선 SK하이닉스를 대량 매수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6일 미국계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4분기 이후 글로벌 D램 성장세가 눈에 띄게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SK하이닉스에 대해 ‘매도’ 의견을 냈다. 목표가격을 당일 종가보다 15% 낮은 7만1000원으로 제시했다. 이후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대규모 매도행렬이 이어지면서 8만5000원 선이던 SK하이닉스 주가가 10여 일 만에 7만4000원대까지 주저앉았다. 지난달 외국인의 SK하이닉스 순매도액은 5035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외국인이 다시 매수세로 돌아서는 등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주가도 8만원대를 회복했다. 증권가에선 캐피털그룹이 SK하이닉스를 사들인 시점을 이때로 본다.
김영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난달 SK하이닉스 주가가 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하면서 펀드들이 저가 매수하기 좋은 장이 펼쳐졌다”며 “캐피털그룹이 가치주에 주로 투자하는 ‘롱 펀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10% 내외의 하락폭을 감수하고서라도 중장기 전망을 보고 투자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D램 가격 하락이 SK하이닉스 주가에 미치는 악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D램 가격이 2년 주기로 돌아오는 하락 사이클에 진입하긴 했지만 과거와 하락 원인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김 연구원은 “과거 D램 가격 하락은 제조업체들의 설비 증설과 공정 미세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데 따른 급격한 공급 증가에서 비롯됐다”며 “이번엔 공급이 여전히 부족한데도 모바일 등 일부 수요업체의 단가 인하 압력이 작용하면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도 “SK하이닉스는 D램의 내년 가격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원가 절감 노력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캐피털그룹 소속 11개 펀드는 전날 SK하이닉스 지분 5.05%(3677만8637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이날 종가 기준 2조8934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기존 보유 주식 외에 지난달 29일 46만 주를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이 5%를 넘으면서 보고 의무가 발생했다.
이로써 캐피털그룹은 SK텔레콤(20.07%)과 국민연금(10.0%), 블랙록(5.08%)에 이은 SK하이닉스 4대 주주가 됐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 5월 SK하이닉스 지분을 5.08%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1931년 출범한 캐피털그룹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운용자산 1조6000억달러(약 1800조원)에 직원 수는 7500명에 달한다. 자체 리서치센터를 두고 기업의 내재가치와 주가 수준을 비교하는 기본적 분석을 거쳐 장기 투자 대상을 고르는 ‘보텀업(bottom-up)’ 방식 투자로 유명하다.
국내 기업 중엔 SK하이닉스 외에 삼성전자(4.65%), 현대자동차(6.94%), 하나금융지주(5.01%), 오스템임플란트(10.85%) 등에 투자하고 있다. 캐피털그룹은 SK하이닉스 지분 투자 목적에 대해 “단순 투자일 뿐 경영에 참여하거나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D램 가격 하락 우려 지나쳐”
증권가에서는 대표적 가치투자 펀드인 캐피털그룹이 최근 반도체 고점 논란의 중심에 선 SK하이닉스를 대량 매수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6일 미국계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4분기 이후 글로벌 D램 성장세가 눈에 띄게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SK하이닉스에 대해 ‘매도’ 의견을 냈다. 목표가격을 당일 종가보다 15% 낮은 7만1000원으로 제시했다. 이후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대규모 매도행렬이 이어지면서 8만5000원 선이던 SK하이닉스 주가가 10여 일 만에 7만4000원대까지 주저앉았다. 지난달 외국인의 SK하이닉스 순매도액은 5035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외국인이 다시 매수세로 돌아서는 등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주가도 8만원대를 회복했다. 증권가에선 캐피털그룹이 SK하이닉스를 사들인 시점을 이때로 본다.
김영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난달 SK하이닉스 주가가 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하면서 펀드들이 저가 매수하기 좋은 장이 펼쳐졌다”며 “캐피털그룹이 가치주에 주로 투자하는 ‘롱 펀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10% 내외의 하락폭을 감수하고서라도 중장기 전망을 보고 투자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D램 가격 하락이 SK하이닉스 주가에 미치는 악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D램 가격이 2년 주기로 돌아오는 하락 사이클에 진입하긴 했지만 과거와 하락 원인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김 연구원은 “과거 D램 가격 하락은 제조업체들의 설비 증설과 공정 미세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데 따른 급격한 공급 증가에서 비롯됐다”며 “이번엔 공급이 여전히 부족한데도 모바일 등 일부 수요업체의 단가 인하 압력이 작용하면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도 “SK하이닉스는 D램의 내년 가격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원가 절감 노력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