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장기 박스권에 진입했다는 전망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해외 투자로 관심을 넓힐 것을 권했다. 이들은 고점 논란 속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는 미국 증시와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고성장하는 인도 증시를 유망 투자처로 꼽았다. 또 고액자산가들은 주식 비중을 줄이고 원금손실 위험이 낮고 연 4~6% 수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다양한 사모 금융상품에 앞다퉈 돈을 넣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증시의 지루한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유망할지, ‘부자’들은 어느 투자처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6일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의 대표 PB들에게 들어봤다.
"부자들 요즘 공모株·리츠·매출채권 펀드에 관심"
◆중국·베트남 매수 타이밍 아니다

심황기 하나금융투자 선릉금융센터 부장은 “미·중 무역분쟁, 국내 성장동력 약화 등 대내외 변수에 짓눌려 국내 증시가 장기 박스권에 진입하고 있다”며 “저평가된 가치주와 고배당주가 개별적으로 단기 반등할 수는 있지만 시장 전반의 추세적인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규미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부장도 “국내 투자의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며 “포트폴리오의 해외 자산 비중을 기존 대비 10%포인트 이상 높이길 권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해외 투자처 가운데 인도를 유망하게 봤다. 인도는 내수시장이 탄탄해 연 7%대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미·중 무역분쟁 영향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PB들은 미국 시장도 유망하다고 꼽았다. 최철식 미래에셋대우 WM강남파이낸스센터 이사는 “미국은 경기 고점 논란이 나오고 있지만 2020년까지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이라며 “최근 미국 정보기술(IT)주의 상승세는 양호한 실적에 기반한 것이어서 기대만으로 주가가 급등했던 옛 IT 거품 때와는 달리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2분기 이후 크게 조정받은 중국 시장은 신규 투자나 추가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최 이사는 “미·중 무역분쟁이 극적으로 타결돼 중국 증시가 V자 반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저점 매수할 기회라는 생각에 성급하게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의 저가 매수 수요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베트남 시장에 대해서도 신중론에 무게가 실렸다. 증시 규모가 아직 작고 기업들의 수출 비중이 높아 대외 변수에 많은 영향을 받는 만큼 무역분쟁 이슈에 추가로 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브라질 국채에 다시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는 조언도 잇따랐다. 문진선 신한금융투자 강남대로PWM센터 PB팀장은 “신흥국 부채 위기와 대선 불확실성이 부각돼 브라질 국채가 크게 저평가된 상태”라며 “저점 매수를 노려볼 만하다”고 했다. 최 이사는 “연 10%대의 이자율과 비과세라는 장점이 여전하기 때문에 정치경제적 불안정성이 걷힐 때를 기다리며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4~6%대 안정형 사모상품 관심

PB들은 최근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은 기대수익률이 연 4~6%로 크게 높지 않더라도 위험을 낮추고 안정성을 높인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심 부장은 “주식에 투자하다가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투자 자산을 채권으로 옮기거나 현금으로 전환하는 목표전환형 펀드, 메자닌이나 부동산 리츠 등에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문진선 신한금융투자 강남대로PWM센터 PB팀장은 “해외부동산이나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구조화해 연 4~6%대 이자를 주는 금리형 상품도 나오는 즉시 모두 판매된다”고 말했다. 문 팀장은 “원금 손실 위험이 거의 없으면서 은행 금리를 웃도는 이자를 줘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채권에 주로 투자하면서 공모주 투자를 병행해 추가 수익을 노리는 공모주 펀드도 고액 자산가의 꾸준한 애장품으로 꼽힌다.

안병원 삼성증권 삼성타운금융센터WM2지점 PB팀장은 “주식이나 부동산을 담보로 선순위 대출을 해준 뒤 이자를 받는 ‘선순위 담보대출 사모펀드’도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3년 안팎의 투자기간 동안 연간 4~6%대 수익률을 기대하는 상품이다.

우량한 비상장주에 투자하는 행동주의형 사모펀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부장은 “단순히 자금을 투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영 컨설팅을 하거나 주주총회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등 회사 운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투자 대상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사모펀드들이 속속 설정되고 있다”며 “비즈니스 경험이 풍부하고 자산이 넉넉한 고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고 소개했다. 그간 메자닌 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헤지펀드의 인기가 높았지만, 메자닌 시장이 발행자 중심으로 바뀌면서 신규 메자닌 펀드의 투자매력이 떨어진 데 따른 대안적 선택지라는 설명이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