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모 자네티 경기필 상임지휘자 "단원들 열정 넘쳐 2년이 기대된다"
“아직 초반이지만 연습해 보니 경기필만의 테크닉과 무한한 잠재력이 느껴졌어요. 연주자들과 서로 점차 알아가면서 색채를 잘 맞춰 볼 생각입니다.”

2년 임기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지난 1일 공식 취임한 이탈리아 출신 지휘자 마시모 자네티(사진)가 취임 연주회를 앞두고 6일 이같이 말했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8일 열리는 이번 연주회에서 그는 모차르트 교향곡 ‘하프너’와 아리아,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 등을 지휘한다. 오는 11일엔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공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과 첼리스트 송영훈이 ‘브람스 이중 협주곡’을 연주한다.

자네티는 1997년 10월 창단한 경기필이 맞은 첫 번째 외국인 상임지휘자다. 이번 첫 공연 준비를 위해 이날도 오후까지 연습한 뒤 늦게서야 간담회장인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첫날 들었던 소리와 지금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놀라울 정도”라며 “지난 3월 뉴욕필 상임지휘자인 얍 판 즈베던과 함께 연주하는 모습을 직접 봤는데 그때 기대했던 것 이상”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긍정적인 점은 악단이 매일 발전 중이며 내게 분명하게 반응하고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상황에 맞춰 변화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는 물론 풍부한 음악적 영감을 품고 있다. 앞으로 2년이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든이나 모차르트 등 18세기 레퍼토리에 주력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이번 취임 첫 공연에서도 모차르트 교향곡 35번 ‘하프너’를 비롯해 모차르트 오페라 돈조반니 2막 중 아리아와 모차르트 콘서트 아리아 등으로 프로그램을 짰다. 하이든과 모차르트 등 고전을 잘 연주하면 이후 낭만시대와 후기 낭만시대 음악까지 다양한 시대 음악을 다루는 데 효과적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히 이번 연주회 첫 곡으로 통상 서곡을 넣는 관례를 깨고 교향곡을 파격 배치했다. 그는 “하프너는 햇살처럼 밝은 곡”이라며 “20분 동안 밝은 연주를 이어가다 색채가 어두운 두 번째 곡인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넘어가 극적 대조를 보여주고 싶었다. 서곡 두 개를 넣는 것보다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공부한 자네티는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팔레와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등 주로 독일에서 활동했다. 그는 “비록 경기필은 독일보다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재능 있는 젊은 연주자들이 많고 무언가를 받아들이고 새롭게 시도해 보려는 열정이 있다”고 말했다.

자네티는 취임연주회를 시작으로 연중 약 10여 차례 경기필을 지휘한다. 11월 말께 경기 수원과 안성에서 경기필 정기연주회 무대에도 오른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