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아빠` 이영학, 사형→무기징역으로…"교화 가능성"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36)이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9부(김우수 부장판사)는 6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 추행유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영학의 선고 공판에서 1심을 파기하고 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200시간 이수, 신상정보 공개 10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 10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부모 등의 가슴 속에 깊이 박혔을 먹먹함과 통한을 헤아려보면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법원으로서도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참담하다"며 "수많은 사람에게 필설로 다 할 수 없는 고통과 번민을 준 피고인의 범행을 응당 사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생각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고인을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취급해 사형을 선고한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며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필요가 있지만, 교화 가능성을 부정하며 사형에 처할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 원심이 선고한 사형은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황토색 수의 안에 긴팔 옷을 입고 법정에 나온 이영학은 선고 내내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재판부가 양형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부터는 흐느끼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영학은 지난해 9월 딸 친구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추행하고 다음 날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피해자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승용차에 싣고 강원도 야산에 유기한 혐의도 있다. 아내를 성매매하도록 알선하고 그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 자신의 계부가 아내를 성폭행했다고 경찰에 허위 신고한 혐의 역시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아내와 계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심은 "준엄한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형을 선고한다"며 이영학에게 사형을 내렸으나 2심은 살인이 다소 우발적이었고, 범행 직전 그의 정신상태가 불안했으며, 재범 우려가 매우 크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을 들어 1심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

2심은 "피고인은 어려서부터 정서적,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온 탓에 왜곡된 사고와 가치체계를 갖게 됐고 여러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며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미약하게나마 이를 인식해 시정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영학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함께 기소된 딸(15)에 대해서는 이날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장기 6년·단기 4년형을 유지했다. 미성년자는 모범적인 수형 생활을 할 경우 단기형 복역으로 형 집행을 끝낼 수 있다.

김주리기자 yuffie5@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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