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기간 소득이 거의 없는 육아휴직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최악의 저출산 상황에서 출산환경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려는 취지다. 육아휴직을 쓰는 여성이 자녀를 더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어 이들에게 건보료 경감혜택을 더 주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7일 국회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육아휴직자의 건보료 부담을 대폭 낮춰주기로 했다.
복지부는 육아휴직자에게 건강보험 가입자의 최저보험료(직장가입자 월 1만7000원)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올해 말까지 건보료 경감 규정을 담은 관련 고시를 개정해 이르면 내년 초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육아휴직자의 건보료 부담은 연간 최대 40만원에서 연간 17만∼22만원으로 줄어든다.
애초 국회는 육아휴직자에 대해서는 휴직 기간 건보료를 거두지 않는 쪽으로 건강보험법을 개정하려고 했다.
이에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명수 위원장(자유한국당)과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육아휴직자 건보료 면제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건보료를 완전히 면제하면 건강보험 가입자격 자체를 상실하게 되는 데다, 휴직 기간에도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에 건보료를 면제하기는 어렵다는 정부의 반대의견에 따라 육아휴직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바꿨다.
실제로 국회 보건복지위는 지난 5일 법안심사 소위를 열어 논의한 결과, 휴직은 근로관계 종료가 아닌 일시적 중단에 불과, 직장가입자 자격이 유지되기에 면제 대상이 아니어서 면제보다는 건보료 경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건보료 경감 고시 개정을 통해 육아휴직자의 건보료를 직장가입자 최저수준(2018년 근로자 부담기준 월 8730원)으로 경감하는 대신, 정춘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건보료 경감 관련 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폐기하기로 의결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만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노동자는 최대 1년의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하면 휴직 기간 월급을 온전히 받지 못한다.
정부는 육아휴직을 낸 고용보험 가입자에게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할 뿐이다. 하한액 50만원, 상한액 100만원 한도에서 통상임금의 40%를 육아휴직급여로 지급하다가 2017년 9월에야 첫 3개월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40%에서 80%로, 상한액을 월 100만원에서 월 150만원으로 인상했다.
이렇게 휴직 기간 소득활동을 일시적, 잠정적으로 중단하다 보니 소득은 확 줄어든다.
그러나 육아휴직자에게 매기는 건보료는 육아휴직급여가 아니라 '휴직 전 월급'(보수월액)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다만 건보료 부담을 덜어주고자 2011년 12월부터 휴직 기간 1년 이내에서 건보료의 60%를 깎아주고 있다. 비교적 소득수준이 높은 육아휴직자는 이런 경감혜택을 볼 수 있게 2015년 4월부터 휴직 전 월 보수가 250만원을 넘더라도 월 250만원까지만 과표로 잡아서 건보료를 매긴다.
휴직 기간에는 건보료를 내지 않고 복직하고서 한꺼번에 낸다. 2013∼2018년 3월 육아휴직자 61만명에게 1792억원의 건보료가 부과됐다.
육아휴직과 출산휴가 등 모성보호제도는 여성의 자녀 출산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보건사회연구원의 '일·가정양립 지원 정책 평가와 정책과제'보고서(연구원 박종서·김문길·임지영)에 따르면 '2015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 자료'를 토대로 출산경험이 있는 20∼40대 기혼여성 42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을 쓴 여성의 출산확률이 높았다. 조사대상자 중에서 출산휴가 이용자는 2165명, 미이용자는 2070명이었다. 육아휴직은 908명이 이용하고 3162명은 쓰지 않았다.
분석결과, 육아휴직 이용자 집단은 미이용자 집단에 견줘 자녀를 더 낳을 확률이 1.3배 높았다.
출산휴가 이용자 집단은 미이용자 집단보다 자녀를 더 출산할 확률이 1.2배 높게 나타났다.
이런 효과를 고려해 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육아휴직 때 직장가입자에게 주는 건보료 경감혜택을 지금보다 더 늘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심각한 저출산 현상을 완화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육아휴직자 건보료 경감비율을 현행 60%에서 더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올해 상반기 전체 육아휴직자는 5만89명이며, 이 가운데 남성 비중은 16.9%로, 작년 동기(11.4%)보다 5.5%포인트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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