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공사업체가 이상징후 무시"…구청에 안전조치 요구한 날 붕괴
유치원생 122명 중 58명은 10일부터 상도초 돌봄교실 수용
'붕괴 위험' 상도유치원 "인근 공사 이후 교실바닥에 40㎜ 균열"
서울 상도유치원을 붕괴위기로 내몬 인접 공사장 옹벽 붕괴사고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주장이 교육당국을 중심으로 나온다.

7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상도유치원 인근에서 벌어진 다세대주택 공사로 유치원에 이상징후가 발견된 것은 지난달 22일이다.

유치원 측이 구조안전진단업체에 맡겨 6월 29일과 7월 27일 실시한 1, 2차 계측에서는 별다른 이상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8월 22일 3차 계측에서 '약간의 이상징후'가 확인돼 다세대주택 공사현장에 즉시 통보됐다.

교육청은 이달 5일 동작관악교육지원청과 상도유치원, 구조안전진단업체, 다세대주택 공사 관계자 등이 참석한 대책회의를 열었다.

동작구청에도 회의참석을 요청했으나 구청 측이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이튿날 다세대주택 공사업체는 안전조치계획을 제출하기로 약속했다.

동작관악교육지원청과 상도유치원은 동작구청에 안전조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리고 이날 밤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7일 사고현장에서 상도유치원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유치원 바닥에 30~40㎜ 크기 균열이 발생했었다"면서 "계속해서 항의했지만, 감리사 측이 괜찮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사고현장을 찾아 "공사현장을 보니까 어떻게 저렇게 유치원이라는 교육기관에 거의 붙어서 공사했나 싶다"면서 "법적으로 가능하니까 한 것이다.

학교 안전 문제에 대해 경각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공사업체에) 경고까지 했는데 참혹할 정도"라며 "초기에 안전진단을 요청했고, 공사가 본격화한 8월에 이상 징후를 발견했는데 업체가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사고 전에 이상징후가 보였다는 주장이 나옴에 따라 구청이 교육 당국의 안전조치 요구에 어떻게 대응했는지가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교육 당국 스스로 이상징후 발견 후 어떤 조처를 했는지도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지역사고수습본부'를 운영 중이다.

또 이날 오전 8시께 상도유치원 인근 상도초등학교에서 조 교육감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었다.

교육청은 상도유치원 원아 122명 가운데 맞벌이 부부 자녀 등 58명은 10일부터 상도초 돌봄교실에 수용할 계획이다.

남은 원아들도 17일부터 상도초 돌봄교실에서 돌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도초는 정상운영하되 유치원 쪽 출입을 엄격히 막기로 했다.

붕괴위기에 처한 상도유치원 건물은 다시 이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교육시설재난공제회 관계자는 "현장에 접근해 살릴 수 있는지(유치원 건물을 다시 이용할 수 있는지) 봐야겠지만 일단 건물을 세우기에는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을 것 같다"며 "동일한 규모의 건물을 다시 짓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제회는 피해규모를 명확히 파악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봤다.

같은 면적의 유치원 신축에 들어가는 단가를 단순추정하면 40억~50억원가량이지만 피해규모나 기존 건물 철거 여부 등에 따라 복구비가 달라진다.

공제회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유치원 잘못이라기보다는 원인 행위자(시공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교육청을 통해 복구비를 지급하고 원인 행위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밤중 상도유치원 붕괴 위기 날벼락…"비 오자 건물 무너져"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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