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해산물·씨앗도 구독… 지역 농어민과 상생
영국 런던에 있는 ‘솔 셰어’는 해산물을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회사다. 2013년 개업했다. 1㎏의 생선을 매주 배달받을 경우, 날 생선은 월 60파운드(약 9만원), 익힌 생선은 월 65파운드(약 10만원)를 내면 된다. 런던의 정해진 장소에서 약속한 시간에 물건을 찾아갈 수 있고, 생선 요리 레시피도 함께 제공된다. 솔 셰어는 런던 최초의 어업단체이기도 하다. 젊은 해양생물학자와 자선운동가가 모여 소형 보트나 그물로 조업한 어부의 생선만을 골라 정기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바다 바닥을 긁어내지 않는 윤리적 어업을 하는 작은 배 선장들과 연합해 환경 살리기에도 동참하고 있다.

유럽에는 솔셰어처럼 구독경제 모델이 지역과의 상생으로 발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영국의 ‘왈도’는 우수 중소기업의 브랜드가 제조한 콘택트렌즈를 월 60개씩 배송한다. ‘파미슨’(사진)은 셰프들이 힘을 합쳐 각 지역 정육 도매시장에서 매달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육류만을 엄선해 배송한다. 훈제햄, 립스테이크, 닭고기 등으로 구성해 월 44.95파운드(약 6만5000원)를 받는다.

프랑스의 식물 종자 배달 서비스인 ‘라 북스 아 플랑티’는 계절에 맞는 식물 종자 5종을 배송한다. 약초 채집, 유기농 식단, 멋진 정원, 플라워 파워, 작은 허브 정원 등 테마가 다양하다. 씨앗들은 모두 소규모 농가에서 유기농으로만 생산한 것으로 지역 농가 지원 사업에 동참할 수 있는 모델이다. 노르웨이의 ‘테일러 앤드 요르겐’은 계절별 세계 각지의 우수한 커피 콩을 선별해 회원에게 우편으로 전한다. 생산자, 협동조합, 원산지, 품종, 가공방법, 로스팅 날짜 등을 제공해 고객들이 커피를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는 ‘무릉외갓집’과 ‘언니네텃밭’이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무릉외갓집은 2013년부터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의 농부 29명이 사계절 수확한 50여 가지 농산물을 제철에 맞게 매월, 또는 연 6회로 나눠 배송한다. 제주 로컬푸드의 주간 정기배송 서비스도 있다. 언니네텃밭은 2005년 여성 농민들의 생산자 협동조합으로 출발했다. 마을 단위의 여성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철꾸러미’로 만들어 배송한다. 또 북한 토종 씨앗을 키우는 등 토종 씨앗 지키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KAIST 출신 공학 청년들이 세운 농업벤처 ‘만나박스’에서는 충북 진천의 농민들이 참여해 키워낸 채소를 주간, 또는 월간 단위로 선택해 받아볼 수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