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지면서 7일 공사장 인근에 있는 상도유치원 건물이 위태롭게 기울어져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서울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지면서 7일 공사장 인근에 있는 상도유치원 건물이 위태롭게 기울어져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약한 지반으로 공사장 땅이 무너지면서 옆에 있던 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건물이 비어 인명피해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더구나 이 공사장은 전문가들이 5개월여 전부터 붕괴 가능성을 경고한 데다, 주민 민원도 빈발했던 것으로 드러나 사실상 ‘인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금천구 가산동 땅꺼짐 등 비슷한 사고가 잇달아 발생함에 따라 7일 산하 기관과 광역 지방자치단체 등에 긴급점검을 지시·요청했다.

◆구청과 시공사가 낳은 ‘인재’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6일 밤 11시22분께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옹벽이 무너지면서 근처에 있는 상도유치원 건물이 10도가량 기울어졌다. 사고가 나자 동작구는 근처 25가구 54명의 주민을 긴급 대피시켰다. 사고가 난 공사 현장은 땅을 파내고 축대를 세우는 ‘터파기’까지 한 상태였다. 동작구는 사고 원인과 관련해 “비가 많이 내려 (공사장) 터파기를 한 곳으로 물이 흘렀고, 약한 흙이 쓸리면서 (옹벽의) 기초부위가 약해져 급격히 무너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미 붕괴 위험 경고가 수차례 있었다”며 “이번 사고는 구청과 시공사의 부실한 대책 때문에 발생한 ‘인재’”라고 지적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난 3월 상도유치원 의뢰로 공사 현장을 점검한 결과 “붕괴하기 쉬운 편마암 단층이 한쪽으로 쏠려 위험해 보였다”며 “보강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붕괴될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작구와 시공사 측은 땜질 처방으로 대응했다. 구청은 시공사에 보완 지시를 내렸고 시공사는 바닥에 철근을 박는 고정작업을 했지만 결국 붕괴를 막지 못했다.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취약한 지질에서 지질 특성에 맞지 않는 공사를 강행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동작구는 상도유치원 측의 공사중지 요청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유치원 측이 건물 곳곳에서 이상 징후를 확인하고 안전진단을 받아 지난 5일 교육청과 구청 등 관계자 협의회를 요청했지만 구청은 응하지 않았다. 상도유치원 학부모들도 “이전부터 건물에 금이 가는 등 이상 징후가 보여서 민원을 제기했었다”고 입을 모았다. 세 살배기 손자가 상도유치원에 다닌다는 60대 남성은 “어제 오후 애를 데리러 갔는데 균열이 보였다”며 “교육청과 다산콜센터에 민원을 넣었는데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고 했다.

◆가산동 사고와 닮았다

이번 사고는 지난 23일 발생한 금천구 가산동 지반 침하 사고를 비롯해 최근 빈발하는 땅꺼짐 사고와 닮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교수는 “가산동도 이번 사고 지역과 같이 붕괴에 취약한 ‘편마암 지대’지만 지질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 경기 의정부시 사패산 도로에서 발생한 땅꺼짐 현상도 모래로 구성된 지질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토부는 이날 유치원 등 주변 시설물과 공사장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사고 현장의 공사를 중단시켰다. 또 전국 주요 공사 현장의 안전을 긴급 점검하라고 산하 기관과 광역 지자체 등에 요청했다. 경찰도 구청과 시공사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이날 사고와 관련해 구청과 시공사로부터 자료를 받아 안전관리 의무 소홀 등에 대해 들여다볼 계획이다. 구청의 건축 인허가 과정도 조사 대상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