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즈가 대세… 통 크게 산다

패션의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여름내 잘 보관해둔 긴팔 옷을 꺼낼 때다. 최근 패션업계를 강타한 ‘오버사이즈’ 트렌드는 올가을 더 과감해졌다. 몸집보다 훨씬 큰 사이즈의 외투는 이른바 ‘슈퍼사이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멋 부리지 않은 듯 툭 하고 걸치기 좋은 슈퍼사이즈 외투는 몸매를 더 여리여리하게 보이게 해준다. 여기에 핑크, 옐로, 형광 등 튀는 색상으로 포인트를 주는 패션이 올가을 유행할 전망이다.

◆‘오버’를 넘어선 ‘슈퍼사이즈’

슈퍼사이즈 패션의 핵심은 복고 열풍이다. 1980년대를 연상시키는 복고 패션은 품이 넉넉한 사이즈, 소재의 믹스매치, 빈티지한 색감 등이 특징이다. 사람이 두 명쯤은 들어갈 법한 외투가 가을 트렌드를 주도할 것으로 명품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오버사이즈라 부르기엔 너무 큰 사이즈의 슈퍼사이즈는 레이어드 패션과도 맞닿아 있다. 옷을 여러 벌 겹쳐 입는 레이어드 패션이 유행하면서 외투 사이즈도 점점 커졌다. 올가을 ‘아크네 스튜디오’ ‘스텔라 매카트니’ ‘메종 마르지엘라’ 등 명품 브랜드마다 슈퍼사이즈 코트를 여럿 선보였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두루 입기 좋은 실용적인 트렌치코트를 새로 출시했다. 톡톡한 면 소재의 코트는 오랜 기간 입은 듯한 빈티지한 느낌을 준다. 티셔츠와 스웨트셔츠, 레깅스와 치마 등 여러 벌을 겹쳐 입은 옷 위에 걸치기 좋게 제작했다. 캐주얼뿐 아니라 슈트 차림에도 잘 어울리는 게 특징이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클래식한 체크 코트를 큰 사이즈로 내놨다. 가을에 잘 어울리는 카멜, 그레이 바탕 위에 굵은 체크 무늬를 넣어 외투 한 벌만으로도 충분히 멋을 낼 수 있게 했다. 일부러 풍성하게 부풀린 듯한 점퍼를 선보인 메종 마르지엘라, 마치 터질 듯 부풀어 오른 큼지막한 패딩을 내놓은 ‘사카이’ 등 유명 브랜드마다 슈퍼사이즈를 주력 상품으로 내놨다.

◆‘하이웨이스트’ 바지와 매치

슈퍼사이즈 외투는 커다란 라펠, 손등을 덮는 긴 소매, 무릎까지 내려오는 길이 등 전체적으로 모든 사이즈가 크다. 이 때문에 안에는 1980년대 유행한 일명 ‘배바지’가 함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허리 위에 올려입는 하이웨이스트 배기바지, 일자 통바지 등 복고 패션이 다시 유행하는 것이다. 외투가 클수록 다리가 짧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해주는 하이웨이스트 바지, 치마 등을 함께 입는 게 좋다.

미국 브랜드 ‘빈스’는 마치 담요를 걸친 것 같은 코트를 출시했다. 큼지막한 라펠, 주머니가 달려 있어 얼굴을 더 작아보이게 해준다. 영국 브랜드 ‘조셉’도 발목까지 내려오는 롱 트렌치코트를 선보였다. 안에 통이 넉넉한 하이웨이스트 배기바지를 입으면 다리가 길고 가늘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가을에 꼭 필요한 트렌치코트도 다양한 스타일로 나왔다. ‘빈폴 레이디스’의 큼지막한 트렌치코트는 풍성한 라인과 모자가 달린 캐주얼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여기에 체크무늬 롱스커트, 와이드 팬츠 등을 매치하면 여성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국내 여성복 브랜드 ‘구호’도 가을에 어울리는 버건디, 베이지, 옐로 등의 색상으로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슈퍼사이즈 가죽 롱재킷, 옐로 톤의 코트 등을 가을 주력상품으로 내놨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SJYP’도 자주 애용하는 데님을 활용해 큼지막한 청재킷, 통바지 등을 선보였다. 청재킷은 사이즈를 크게, 그러나 팔과 몸통 등에 프린트를 넣는 등의 방식으로 포인트를 줬다. 통이 넓은 와이드 롤업 청바지와 함께 입으면 안에 흰 티셔츠만 입어도 멋진 패션을 완성할 수 있다.

◆컬러풀하게 과감하게

외투 사이즈가 커짐과 동시에 색상도 과감해지고 있다. 핫핑크, 형광노랑, 쨍한 녹색 등 튀는 색상의 옷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슈퍼사이즈의 외투를 걸치면 자칫 포대자루를 걸친 것만 같고 좀 밋밋해보일 수 있다. 이 때문에 확 튀는 색감과 프린트로 눈길을 끄는 포인트를 주는 것이다.

마르니, 사카이, 끌로에 등 유명 브랜드는 다른 색상을 섞어 눈길을 사로잡는 신제품을 여럿 내놨다. 롱 가죽재킷의 왼쪽과 오른쪽을 각각 그린, 블랙으로 만든다거나 카멜, 핫핑크를 조화시킨 롱 원피스를 내놓는 식이다. 두 벌을 이어붙인 듯한 이런 패션은 큼지막한 사이즈의 옷도 밋밋해보이지 않게 해준다. 드리스 반 노튼도 블랙과 블루, 옐로와 그린 등 여러 색을 섞어 다채롭게 옷을 디자인했다.

핫핑크를 활용하는 브랜드도 많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경쾌한 느낌을 주는 짧은 길이의 핑크 재킷을 내놨다. ‘알렉산더 왕’은 몸에 꼭 붙는 핫핑크색 미니 드레스를 출시했다. 큼지막한 외투 안에 입으면 몸매를 부각시키면서도 멋스럽게 연출할 수 있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동물 무늬가 들어간 슈퍼사이즈 핫핑크 재킷 등 과감한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임수현 빈폴레이디스 디자인실장은 “슈퍼사이즈 트렌치코트 안에 발목까지 내려오는 주름치마, 물방울 무늬 셔츠를 입으면 올가을에 잘 어울리는 복고 패션을 완성할 수 있다”며 “여성미와 중성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과감한 스타일이 유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