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혼선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 50% 밑으로 떨어졌다. 한국갤럽이 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9%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뜯어 보면 △소득수준이 높고 △서울에 거주하는 △사무직 노동자(화이트칼라)의 지지율이 높게 나왔다.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을 제외하고 지지율이 50%를 넘어선 지역은 서울이 유일하다. 직업별로도 화이트칼라가 60%로 학생(61%) 다음으로 높았다.

흔들리는 민심… 경제정책 재고할 때 됐다
반면 △소득수준이 낮고 △지방에 사는 △생산직 노동자(블루칼라) 계층의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 갤럽은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감소, 부동산 시장 불안정 등이 심화되며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사람 중심 경제’를 슬로건으로 내걸며 추진한 경제정책의 수혜 대상들이 정부를 외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위험 신호는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의 격차다. 이번 조사에서 부정적 평가는 42%로 긍정적 평가와의 격차가 7%포인트에 불과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5월 초에는 이 격차가 73%에 달했다. 긍정적 평가가 줄기도 했지만, 부정적 평가가 더 가파르게 늘었다는 얘기다.

대통령 지지율과 경제 전망은 정확히 비례했다. 지난 5월 지지율이 83%로 고공행진을 할 때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35%로 나빠질 것(22%)이라는 전망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49%로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19%)을 압도했다.

문 대통령이 “국민의 전 생애주기를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선언한 지난 6일 포용국가전략회의의 슬로건은 ‘나를 안아주는 정부’였다. 정부가 안아주겠다는 약자들의 삶이 정부 정책 때문에 더 팍팍해졌다는 역설이 여론조사 결과에 드러났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지율이 국정수행 동력을 상실하는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에 과감한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빈말이 아니길 바란다.

이심기 정치부장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