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주민 "건물 실금 생겨 전날 유치원-교육청 회의했다고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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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자정이 다 된 시각, 건물이 기울어졌다고 신고된 서울상도유치원은 한눈에 봐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7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24분께 상도유치원이 기울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한 번에 무너지지 않은 데다 밤늦은 시각이라 유치원 내에 사람이 없어 인명 피해 또한 발생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다.

기역(ㄱ)자 모양의 이 유치원은 인근 재개발지역 내 공동주택 공사장의 위편에 자리 잡고 있다.

공사장에서는 최근 터를 파내는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공사 현장의 흙막이가 무너지면서 유치원 건물이 10도가량 기운 것으로 소방 측은 파악했다.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건물의 왼쪽은 땅을 깎아지른 듯 아예 절벽이다.

공동주택 건물 공사장에서 터를 파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치원을 받치고 있는 옹벽이 크게 균열이 간 상태로 토사가 유실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유치원 건물의 우측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좌측만 무너지고 있어서 더 우려된다"며 "아래쪽 옹벽이 어긋나있는데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말했다.

밤늦게 내린 거센 비도 건물이 기울어지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근처에 있는 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져 위태롭게 서 있다. 오른쪽 건물이 운동장을 사이에 둔 상도초등학교 건물. 사진=연합뉴스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근처에 있는 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져 위태롭게 서 있다. 오른쪽 건물이 운동장을 사이에 둔 상도초등학교 건물. 사진=연합뉴스
소방서 관계자는 "비가 내려서 흙막이가 약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무너진 유치원 바로 옆 빌라에 사는 최모(29)씨는 "밤 11시께 비 오는 소리가 나면서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너지는 장면을 직접 봤다"며 "가스냄새가 많이 났고 수도관이 터져 물이 계속 흘러나왔고, 이런 상황이 20여분 간 이어졌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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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서 집 밖으로 나왔다는 50대 중반의 인근 주민 박모씨는 "최근에 유치원 건물에 실금이 가서 바로 어제(6일)도 원장과 교육청 사람들이 대책회의를 했다고 유치원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들었다. 회의도 여러 번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현장에는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해 폴리스라인이 둘러쳐졌다.

한국전력과 도시가스 측에서도 현장에 나와 추가 위험 요소를 차단한 상태다.

이번 사고에 따른 이재민은 총 22세대 38명으로 파악됐다.

동작구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정 무렵부터 상도4동 주민센터에 임시대피소를 마련해 일단 이재민을 피신시킨 뒤 인근 모텔을 섭외해 차례차례 이동시키고 있다.

주민센터에서 모텔로 이동하길 기다리던 구모(42)씨는 "나는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고 나왔는데 가까이 사는 사람들은 '쿵' 소리가 들렸다고 하더라"며 "빨리 대피하라 해서 피신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