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 비닐하우스 등 전전…영업장서 먹고 자는 자영업자도
"치솟는 집값 영향…청년 1인 가구 중심으로 주거 환경 악화"
영화 '소공녀'(Microhabitat)의 주인공 미소(이솜 분)는 월세가 감당할 수 없이 오르자 결국 집을 포기하고 거리로 나선다.

술·담배 등 자신만의 소중한 '취향'을 지키기 위해 집을 포기하는 그녀의 삶은 치솟는 집값이 빚어낸 이 시대 청년의 씁쓸한 판타지라는 평가를 받았다.

안정된 주거 공간 없이 여관이나 찜질방 등을 전전하거나 판잣집·상가 등에서 사는 가구가 지난해 50만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영화 속 '미소'처럼 집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가구가 청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오피스텔을 제외한 '주택 이외 거처' 거주 가구(집단시설·외국인 가구 포함)는 전년보다 2만6천793가구(5.6%) 늘어난 50만6천250가구였다.

통계청은 가구의 거처를 '주택'과 '주택 이외 거처'로 분류하고 있다.

이때 주택 이외 거처는 오피스텔, 호텔·여관 등 숙박업소, 기숙사 등 특수 사회시설, 판잣집·비닐하우스, 기타 등으로 나뉜다.

기타에는 음식점 등 상가에서 먹고 자는 영세 자영업자도 포함된다.

오피스텔을 제외하면 모든 '주택 이외 거처'는 사실상 제대로 된 집이 없이 생활하는 주거 취약가구인 셈이다.

지난해 주택에 사는 가구는 1천922만 가구로 전년보다 24만1천 가구(1.3%) 늘었다.

증가 속도를 비교하면 주거 취약가구(5.6%)가 주택 거주 가구보다 4배 이상 빠르다.

서울 지역은 주거 취약가구의 증가세가 더 두드러졌다.

서울 지역에서 오피스텔을 제외한 주택 이외 거처에 사는 가구는 지난해 9만4천191가구로 전년보다 5천157가구(5.8%)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주택에 사는 가구는 0.1%(4천52가구) '찔끔' 늘어나는 데 그쳤다.

주거 취약가구가 6% 가까이 늘어나는 동안 주택에 사는 가구는 사실상 제자리걸음 한 것이다.

주거 환경의 악화는 최근 수년간 계속되고 있는 집값 상승세와 적지 않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집값이 개인 소득이 오르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한 탓에 일시적으로 아예 집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여관이나 고시원 등에서 생활하는 청년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주거 취약가구의 빠른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최승섭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집값이 오르면서 1인 가구 등이 제대로 된 집을 갖지 못한 주거 취약가구로 밀려나고 있다"며 "특히 청년 1인 가구는 고시원 등에서 생활하는 가구가 많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