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에 기술 더했다… 보험료 깎아주고 서비스도 '풍성'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보험료를 깎아주는 보험상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챗봇 상담, 간편 보험금 청구 등 보험 가입자를 편리하게 하는 신규 서비스도 줄줄이 나오고 있다. 보험산업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인슈어테크가 확산된 덕분이다.

◆걸으면 보험료 할인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과 AIA생명은 이달 초 걸음 수에 따라 보험료를 최대 10%까지 깎아주는 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흥국생명의 건강증진형 변액상품인 ‘(무)걸으면베리굿(Vari-Good)변액종신보험(저해지환급형)’은 하루 평균 7000보 이상 걸으면 6개월 동안 납입한 주계약 기본보험료의 7%를 돌려준다. 1만 보 이상일 때는 보험료의 10%를 환급해준다. 이를 위해서는 건강 관리 스마트폰 앱인 ‘흥국생명 스마트워킹’을 깔아야 한다.
보험에 기술 더했다… 보험료 깎아주고 서비스도 '풍성'
AIA생명은 ‘AIA 바이탈리티’ 앱을 통해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무)100세시대 걸작건강보험’을 출시했다. 바이탈리티 포인트로 정해지는 브론즈·실버·골드·플래티늄 멤버십 등급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준다. 바이탈리티 포인트는 하루 걸음 수 7500보당 50포인트, 1만2500보당 100포인트를 제공한다.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는 ‘라이프케어 CI종신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건강 앱 ‘닐리리만보’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국민체력 100’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면 보험료를 최대 50만원까지 할인해준다. 삼성화재도 건강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걷기나 달리기, 등산 등 운동을 하면 포인트를 제공하는 ‘애니핏’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도 보험 가입 후 걸음 목표를 달성하면 경품이나 모바일상품권을 준다.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은 운전 습관이 좋은 가입자에게 자동차보험료를 최대 10% 할인해준다. 내비게이션 앱인 ‘T맵’을 깐 뒤 주행거리가 500㎞ 이상이면서 안전 운전 점수가 61점 이상이면 할인받을 수 있다.

◆인슈어테크 서비스 확대

보험사들은 리치앤코·레몬클립·보맵 등 ‘통합 보험관리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 보험관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보험 관리 앱 1위인 리치앤코의 ‘굿리치’는 지난달 말 130만 다운로드를 넘어섰다. 앱에서 내가 가입한 전체 보험을 조회할 수 있고 소액 보험금 청구, 보험 분석도 가능하다.

보험사들은 ‘로봇 설계사’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5월 보험 계약 조회는 물론 보험계약대출까지 가능한 AI 챗봇(따봇)을 자체 인력으로 개발해 선보였다. 흥국생명도 로보어드바이저 전문기업 파운트와 손잡고 변액보험 AI 사후관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매월 펀드자산 편입 비중을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AIA생명도 AI를 통한 변액보험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통해 보험금 자동청구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블록체인 시범 사업자인 교보생명은 서울·경기 지역 3개 병원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보험금 자동청구 시스템을 시범운영 중이다. 의료기관과 보험사, 고객 간 블록체인 통합 인증망을 통해 가입자가 보험금 지급조건만 충족하면 의무기록 사본과 보험금 청구서가 자동으로 만들어져 보험사에 전달된다. 교보생명은 카카오페이와의 제휴를 통해 보험업계 최초로 ‘보험계약대출 서비스’에 카카오페이 인증을 도입했다.

KB손해보험은 세브란스병원(신촌, 강남)에서 진료비를 납부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기존 서류 발급 및 청구서 작성 등의 절차 없이 인증만 하면 보험금이 청구되는 ‘보험금 간편 청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은 AI가 교통사고 사진을 판독해 자동차보험금을 자동 산출하는 손해사정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보험업계 인슈어테크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보험산업 근간을 흔드는 본질적인 변화의 시작”이라며 “고객은 보다 저렴한 보험 상품과 편리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