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풋 폴트 판정 논란 이후 또 과도한 항의로 게임 페널티
윌리엄스 "여자 선수에 대한 차별로 느껴졌다"




"야유는 그만 하세요. 나오미를 축하하는 자리입니다."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26위·미국)가 속상한 마음을 다잡고 팬들에게 당부했다.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끝난 US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전은 판정 논란 속에 승자나 패자 모두 찜찜한 분위기로 끝났다.

2세트 게임스코어 3-1로 앞서던 윌리엄스가 자신의 서브 게임을 내줘 3-2로 쫓기게 되자 화를 참지 못하고 라켓을 코트 바닥에 내던진 것이다.

이것이 1차 경고로 끝났으면 아무 문제가 없이 넘어갈 상황이었지만 체어 엄파이어를 맡은 카를로스 라모스는 이번이 2차 경고라고 판정하며 윌리엄스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라모스는 "경기 초반에 윌리엄스가 부당하게 코치의 지시를 받아 경고를 한 차례 줬다"며 이번은 2차 경고가 되면서 오사카에게 포인트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칭 바이얼레이션' 상황을 알지 못하던 윌리엄스가 심판에게 강하게 항의하며 일이 커졌다.

3-2에서 재개된 오사카의 서브 게임은 오사카가 15-0으로 앞선 상황에서 시작됐고, 정신적으로 흔들린 윌리엄스는 연달아 2게임을 내줘 게임스코어 3-4로 역전을 허용했다.

화가 난 윌리엄스는 다시 주심에게 "당신 때문에 내 점수가 도둑맞았다"며 "당신은 거짓말쟁이고 앞으로 내 경기에는 절대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항의를 이어갔다.

그러자 라모스는 윌리엄스에게 3차 경고를 했고 이는 게임 페널티가 되면서 순식간에 게임스코어는 5-3으로 벌어졌다.

3-1에서 3-2로 오사카가 추격한 것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이후 '라켓 패대기'와 항의가 이어지며 경기 상황이 급변했다.

윌리엄스는 이후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코트에 들어온 대회 관계자들에게 울먹이며 자신의 결백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2009년 이 대회 결승에서는 서브를 넣을 때 풋 폴트가 선언되자 선심에게 "이 공을 당신 목구멍에 넣어 버리겠다"고 말했다가 거의 1억원 가까운 벌금을 낸 바 있다.

당시에도 윌리엄스는 2세트 게임스코어 5-6으로 뒤진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풋 폴트로 15-40이 됐고, 항의하다가 경고가 누적되면서 그대로 패하고 말았다.

윌리엄스는 2011년 결승에서도 서맨사 스토서(호주)와 경기 2세트에서 포핸드 공격을 성공했지만 상대 선수가 공을 치기 전에 너무 크게 고함을 쳤다는 이유로 실점 판정을 받았다.

이때 역시 준우승한 윌리엄스는 강력한 항의 끝에 벌금 2천 달러를 부과받았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더라면 윌리엄스는 24회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으로 최다 우승 타이기록, 역대 최고령 메이저 대회 여자단식 우승 기록(36세 11개월), 7년 연속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 기록, 1968년 오픈 시대 이후 통산 네 번째 '엄마 메이저 챔피언' 등의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논란 끝에 패한 윌리엄스를 위로하기 위해 많은 팬은 시상식 초반까지 엄청난 야유를 퍼부으며 대회 운영에 못마땅한 심기를 내비쳤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나오미는 훌륭한 경기를 했고, 지금은 그를 축하하는 자리"라며 "더는 야유는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시상식이 시작되기 전에도 오사카의 어깨를 감싸 안고 예상 밖의 논란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 그는 재차 "야유는 그만합시다"라며 "내년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2019년 대회에도 출전하겠다는 약속으로 팬들을 위로했다.

한편 윌리엄스는 경기를 마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남자 선수들도 이 같은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그렇다고 '게임 페널티'를 받지는 않는다"며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메이저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한 경력이 있는 빅토리야 아자란카(벨라루스) 역시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남자 경기였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US오픈 테니스대회가 열리는 코트 이름의 주인공 빌리 진 킹도 트위터에 "여자가 감정을 드러내면 '히스테리'를 부린다는 소리를 듣거나 피해를 보게 된다"며 "반대로 남자의 경우 솔직하다는 얘기를 듣거나 혹은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윌리엄스 편에 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