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씨 마르고 호가 천정부지… 이틀 새 1억 올려도 "당장 계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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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 부동산 시장 긴급 점검
강남·북 중개업소 가보니
노원·도봉·강북도 매물 품귀
지방서 원정 온 갭투자자도 가세
실수요자 물건 없어 헛걸음 일쑤
"집값 더 오른다" 집주인들 변심
수천만원 물어주며 계약파기도
압구정 15억 들고 매수 대기
'똑똑한 한 채'로 갈아타기 열풍
전용 84㎡ 26억…최고가 경신
대출규제, 강남선 영향 미미
'세금폭탄'에 절세 상담도 빗발
강남·북 중개업소 가보니
노원·도봉·강북도 매물 품귀
지방서 원정 온 갭투자자도 가세
실수요자 물건 없어 헛걸음 일쑤
"집값 더 오른다" 집주인들 변심
수천만원 물어주며 계약파기도
압구정 15억 들고 매수 대기
'똑똑한 한 채'로 갈아타기 열풍
전용 84㎡ 26억…최고가 경신
대출규제, 강남선 영향 미미
'세금폭탄'에 절세 상담도 빗발
“그새 1억원이 더 올랐다고요? 월요일에 당장 계약할게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J공인중개사무소에선 전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전용면적 78㎡를 23억원에 사고 싶다는 전화였다. 전화를 건 A씨는 “현금 14억원에 전세금 6억5000만원, 대출금 2억5000만원을 끼고 매수하고 싶다”고 했다. 매수인과 통화를 마친 J공인 대표는 곧장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가격을 24억원까지 올린다고요? 추석 이후엔 25억원까지요?” 통화를 끝낸 J공인 대표는 “불과 이틀 전 23억원에 나온 매물인데…”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매물이 워낙 귀하다 보니 매수자와 집주인 간 추격전이 불꽃 튄다”고 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이르면 이번주에 나올 부동산 종합대책을 앞두고 서울 일대 주택거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8일 강남과 강북의 중개업소를 찾았다. 현장에서 만난 수요자들의 상황은 훨씬 절박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 예고에도 매수세는 여전히 뜨거웠다.
◆압구정, 현금 15억원 들고 매수 대기
지난 8일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은 집값 상승 기대에 매물은 마르고 매도 우위 현상이 짙어지고 있었다. 압구정동 J공인을 오후 1시께 방문한 B씨는 “도곡동 아파트를 처분하고 압구정동 한 채로 갈아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호가가 급하게 오르더라도 나중에 더 오를 것 같아 지금이라도 사려고 한다. 가격은 상관없다”고 했다. B씨가 매수를 고려하는 현대아파트 14차는 전용 84㎡ 매물이 지난주 26억원에 손바뀜하며 사상 최고가를 썼다.
이날 이 중개업소를 찾은 매수인 대부분은 현금을 들고 매수를 희망했다. 오전 11시께 찾은 C씨는 “현금 15억원에 전세금을 끼면 대출을 4억원 정도만 받아도 매수가 가능해 규제에 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압구정동 K공인 관계자는 “강남 단지는 임대사업자 비중이 30%대로 낮아 대출 끼고 들어오는 매수자를 투기세력으로 보기 힘들다”고 했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폭탄을 예고하자 절세 상담도 크게 늘었다는 게 중개업소 측 설명이다. 이날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사는 60대 노부부는 신혼부부 자녀에게 아파트를 양도하고자 중개업소를 찾았다. ◆노도강, 매물 품귀에 실수요자 헛걸음
같은 날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단지 내 상가. 이곳 2층에 있는 D공인에는 한 시간마다 아파트 매물을 찾는 실수요자 발걸음이 이어졌다. 대부분 신혼부부, 중년 부부 등 이제 막 첫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3830가구 규모의 단지임에도 이들이 찾는 전용 59~84㎡ 매물은 거의 없었다.
“서울에서 그나마 아파트 가격이 가장 싼 곳이라고 찾아왔는데, 물건이 없고 가격도 너무 올라 못 사겠어요.” 아내와 갓난아기를 데리고 강북구 미아동의 한 중개업소에 들른 30대 D씨는 이렇게 푸념하곤 중개업소를 나섰다.
E씨는 “전용 59㎡면 3억원대 중후반이면 살 거라 생각했는데 한 달 새 호가가 6000만원 넘게 올라 놀랐다”며 “오늘도 허탕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말인데 집에서 쉬며 전화로 문의하면 되지 않느냐’는 기자 질문에 “전화로 백번 문의해도 호가가 무척 비싼 것만 있지 물건 찾기가 힘드니까 답답한 마음에 직접 나와서 돌아다니고 있다”고 토로했다.
오후 3시가 지나자 외국에서도 전화 문의가 이어졌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거주 중인 한 부부는 내년 2월 귀국을 앞두고 자녀를 영훈국제중에 진학시키기 위해 미아동·성북구 길음동 일대 중소형 아파트를 찾고 있다. 하지만 원하는 가격대 물건을 찾기 힘들어 한 달째 전화로 매물 문의만 반복하고 있다.
미아동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달 10일께부터 SK북한산시티 매물과 매매 거래량이 대폭 줄었다. 수도권과 지방에서 갭 투자자들이 이곳까지 몰리면서다. D공인 대표 M씨는 경북 포항에 거주 중인 투자자가 체결한 매매 계약서를 꺼내 보이며 “강남에 이어 강북 아파트까지 가파르게 오르면서 포항 대구 부산에서까지 갭 투자자들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이미 체결된 매매 계약을 파기하는 사례도 나왔다. 지난달 중순 이 단지 전용 84㎡ 매매 거래 두 건이 매도인의 변심으로 파기됐다. M씨는 “매도인들이 위약금(4600만원)을 감수하더라도 보유하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민경진/양길성 기자 min@hankyung.com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J공인중개사무소에선 전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전용면적 78㎡를 23억원에 사고 싶다는 전화였다. 전화를 건 A씨는 “현금 14억원에 전세금 6억5000만원, 대출금 2억5000만원을 끼고 매수하고 싶다”고 했다. 매수인과 통화를 마친 J공인 대표는 곧장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가격을 24억원까지 올린다고요? 추석 이후엔 25억원까지요?” 통화를 끝낸 J공인 대표는 “불과 이틀 전 23억원에 나온 매물인데…”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매물이 워낙 귀하다 보니 매수자와 집주인 간 추격전이 불꽃 튄다”고 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이르면 이번주에 나올 부동산 종합대책을 앞두고 서울 일대 주택거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8일 강남과 강북의 중개업소를 찾았다. 현장에서 만난 수요자들의 상황은 훨씬 절박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 예고에도 매수세는 여전히 뜨거웠다.
◆압구정, 현금 15억원 들고 매수 대기
지난 8일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은 집값 상승 기대에 매물은 마르고 매도 우위 현상이 짙어지고 있었다. 압구정동 J공인을 오후 1시께 방문한 B씨는 “도곡동 아파트를 처분하고 압구정동 한 채로 갈아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호가가 급하게 오르더라도 나중에 더 오를 것 같아 지금이라도 사려고 한다. 가격은 상관없다”고 했다. B씨가 매수를 고려하는 현대아파트 14차는 전용 84㎡ 매물이 지난주 26억원에 손바뀜하며 사상 최고가를 썼다.
이날 이 중개업소를 찾은 매수인 대부분은 현금을 들고 매수를 희망했다. 오전 11시께 찾은 C씨는 “현금 15억원에 전세금을 끼면 대출을 4억원 정도만 받아도 매수가 가능해 규제에 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압구정동 K공인 관계자는 “강남 단지는 임대사업자 비중이 30%대로 낮아 대출 끼고 들어오는 매수자를 투기세력으로 보기 힘들다”고 했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폭탄을 예고하자 절세 상담도 크게 늘었다는 게 중개업소 측 설명이다. 이날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사는 60대 노부부는 신혼부부 자녀에게 아파트를 양도하고자 중개업소를 찾았다. ◆노도강, 매물 품귀에 실수요자 헛걸음
같은 날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단지 내 상가. 이곳 2층에 있는 D공인에는 한 시간마다 아파트 매물을 찾는 실수요자 발걸음이 이어졌다. 대부분 신혼부부, 중년 부부 등 이제 막 첫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3830가구 규모의 단지임에도 이들이 찾는 전용 59~84㎡ 매물은 거의 없었다.
“서울에서 그나마 아파트 가격이 가장 싼 곳이라고 찾아왔는데, 물건이 없고 가격도 너무 올라 못 사겠어요.” 아내와 갓난아기를 데리고 강북구 미아동의 한 중개업소에 들른 30대 D씨는 이렇게 푸념하곤 중개업소를 나섰다.
E씨는 “전용 59㎡면 3억원대 중후반이면 살 거라 생각했는데 한 달 새 호가가 6000만원 넘게 올라 놀랐다”며 “오늘도 허탕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말인데 집에서 쉬며 전화로 문의하면 되지 않느냐’는 기자 질문에 “전화로 백번 문의해도 호가가 무척 비싼 것만 있지 물건 찾기가 힘드니까 답답한 마음에 직접 나와서 돌아다니고 있다”고 토로했다.
오후 3시가 지나자 외국에서도 전화 문의가 이어졌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거주 중인 한 부부는 내년 2월 귀국을 앞두고 자녀를 영훈국제중에 진학시키기 위해 미아동·성북구 길음동 일대 중소형 아파트를 찾고 있다. 하지만 원하는 가격대 물건을 찾기 힘들어 한 달째 전화로 매물 문의만 반복하고 있다.
미아동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달 10일께부터 SK북한산시티 매물과 매매 거래량이 대폭 줄었다. 수도권과 지방에서 갭 투자자들이 이곳까지 몰리면서다. D공인 대표 M씨는 경북 포항에 거주 중인 투자자가 체결한 매매 계약서를 꺼내 보이며 “강남에 이어 강북 아파트까지 가파르게 오르면서 포항 대구 부산에서까지 갭 투자자들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이미 체결된 매매 계약을 파기하는 사례도 나왔다. 지난달 중순 이 단지 전용 84㎡ 매매 거래 두 건이 매도인의 변심으로 파기됐다. M씨는 “매도인들이 위약금(4600만원)을 감수하더라도 보유하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민경진/양길성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