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AI면접… "면접관 없는데 어떤 표정 지어야죠?"
“이제는 인공지능(AI)이 좋아하는 표정까지 지어야 하나요.” “어떤 단어를 써야 AI면접에 유리한가요.”

기업들이 올해 채용 과정에서 AI면접을 도입하면서 취업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구직자들의 고민이 쏟아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기업 중에서 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정보화진흥원 전파통신진흥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AI면접을 도입했다. 민간기업에서는 한미약품 중외제약 이마트에브리데이에 이어 국민은행 등 금융권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강화해 공정성을 확보하고, 보다 많은 구직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AI면접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직자들은 혼란스럽다. 관련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지난달 구직자 627명을 조사한 결과 절반 정도(47.5%)가 부담이 늘었다고 답했다.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정보 부족’(39.6%)이었다. AI면접은 PC를 보면서 화면에 나오는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근 캠코 AI면접에서 떨어진 C씨는 “대면면접이나 인성평가와 달리 합격 여부를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무실에서 직원이 노래를 부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일 못하는 후배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등 까다로운 질문이 나왔다”며 “표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AI가 미세한 표정까지 잡아내기 때문에 표정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교육업체인 ICRU연구소의 박성중 수석연구원은 “AI는 얼굴에 60여 개 점을 찍어 슬픔 놀람 공포 행복 등의 유형화된 감정 형태로 분석한다”며 “돌발 질문에선 놀란 표정, 자기 소개 때는 행복한 표정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확산되는 AI면접… "면접관 없는데 어떤 표정 지어야죠?"
강선구 마인드잡연구소 대표도 “질문의 맥락과 지원 직군에 따라 적절한 표정을 찾아서 연습하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단어도 신경 써야 한다. AI는 면접자들이 자주 쓰는 단어를 분석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AI면접 시스템을 만든 소프트웨어업체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네 가지 요소인 외모(visual), 언어(verbal), 목소리(voice), 심박 상태(vital) 등을 분석해 영업직, 연구직 등 구직자가 지원한 업무에 맞게 판단하도록 설계했다”며 “기존 면접처럼 호감형 외모를 갖추고 조리 있게 답한다고 높은 점수를 주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