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가을 - 이영광(1965~ )
가을장마가 지나가자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십층아파트까지 올라옵니다. 여름과 함께 사라진 것들을 생각해봅니다. 폭염에 그슬린 자리는 아직도 새까맣게 빛납니다. 용서해야 할 일들과 용서하지 못한 일이 있습니다. 가을입니다. 발밑이 시립니다. 생각을 켜놓고 오래 선 나무들처럼 아름다워지고 싶습니다. 봄도 여름도 없이 가을이 오면 좋겠지만, 가을은 그림자 가진 것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계절이라 믿습니다.

이소연 < 시인(2014년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