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출발선에 선 메인텍..."100년 헬스케어 기업 만들 것"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혁신적인 의약품 주입 펌프를 개발했지만 낮은 수가가 책정돼 답보 상태에 있던 메인텍이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메인텍의 '애니퓨전'의 핵심 구성품인 원형 실린더 카트리지를 올해 안에 별도 품목으로 허가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대 2만5000원의 선별급여를 산정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가가 확정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원형 실린더 카트리지는 기존 품목으로 분류돼 한 개당 1600~2600원에 사용됐다.
이상빈 메인텍 대표(사진)는 "아직 국내에 원천기술을 가진 의료기기 업체가 없다"며 "우리가 그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인텍이 2015년 개발한 애니퓨전은 병원에서 널리 쓰이는 기존 시린지펌프와 인퓨전펌프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제품이다.
시린지펌프는 자동으로 주사기를 눌러서, 인퓨전펌프는 수액백에 연결된 호스를 짜서 일정량의 약물을 환자에게 투여하는 의료기기다. 기존 펌프는 병원 내 감염 위험이 높고 주입량 오차가 크다는 게 이 대표 설명이다.
시린지펌프에 쓰이는 주사기 용량은 최대 60mL로 하루 1000mL를 주입하려면 하루에 18회 이상 주사기를 교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약물이 외부에 노출돼 병원 내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또 주사기가 수평으로 움직이면서 약물을 주입할 때 시간차가 생겨 모니터에 표시되는 주입량과 차이가 생기는 문제가 있다. 인퓨전펌프도 호스가 찌그러져 의료진이 설정한 약물 주입량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메인텍의 원천기술인 원형 실린더 카트리지는 대용량의 팩에 직접 연결돼 자주 바꿀 필요가 없다. 실린더가 회전하면서 약물을 연속적으로 투여하고 호스에 힘을 가하지 않기 때문에 주입량 오차도 거의 없다. 약물 주입량을 세밀하게 조절해야 하는 소아 환자에게 제격인 이유다. 그는 "1시간 동안 0.099mL를 주입하는 비교 실험 결과 기존 제품은 평균 0.08~0.12mL였으나 애니퓨전은 0.095mL를 기록했다"며 "0.004mL는 한두 방울 정도밖에 안 된다"고 했다.
2001년 창업한 뒤 2007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2016년 식약처 허가를 받은 애니퓨전에 투입한 개발비는 100억원에 이른다. 3년간 심평원과 줄다리기 논의를 거듭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 대표는 "많은 업체가 자기 제품이 세계 최초라고 주장했지만 대부분 근거가 없었다"며 "그런 사례가 많아지니 심평원에서도 혁신 제품을 부정적으로 보고 충분한 임상 결과를 가져오라는 식으로 건설적인 논의를 제안하지 않았다"고 했다.
메인텍은 꾸준히 애니퓨전이 혁신 제품이라는 근거를 쌓으려 노력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일본 쇼세카이 임상센터, 인천 가천대길병원 등에서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며 데이터를 축적했다. 한성희 분당서울대병원 마취과 교수가 애니퓨전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연구 논문을 국내외에서 발표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다.
이 대표는 인허가 과정에서 기업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다른 회사는 인허가 업무를 직원이 맡는데 메인텍은 내가 직접 나서 담당 과장을 만나 소통하려 노력했다"며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 정부가 제품의 혁신성에 더 주목한다"고 말했다.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도 큰 힘이 됐다고 분석했다. 자체 개발한 링거용 수액 조절기를 45개국에 수출하면서 애니퓨전의 판로를 확보했다. 그는 "이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식약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고도 국내서 제품을 거의 팔지 못한 메인텍은 하루 빨리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려 한다. 최근 연평균 매출액은 30억원 수준이지만 이 대표가 기대하는 내년 예상 매출액은 1000억원에 달한다. 제품 가격은 250만원으로 기존 제품과 비슷하다. 이 대표는 "상급종합병원 한 곳당 의약품 주입펌프를 약 1만대 갖추고 있다"며 "여기에 소모품인 카트리지를 포함하면 매출은 급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 의약품 주입 펌프 시장은 현재 약 1500억원에서 2021년 3000억원, 세계 시장은 같은 기간 9조원에서 11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애니퓨전은 이미 해외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3년간 터키, 사우디, 이란, 인도 등 6개국에 10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앞으로 3년 동안 2000억원을 투자해 500명 이상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다. 그는 "경기 화성에 공장을 세우려고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추후 자가 혈액투석기, 이동형 혈액 주입 펌프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필립스, 지멘스, 박스터 등 세계적인 헬스케어 기업처럼 원천기술을 토대로 100년 기업을 일구겠다는 그의 얼굴은 자신감이 넘쳤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메인텍의 '애니퓨전'의 핵심 구성품인 원형 실린더 카트리지를 올해 안에 별도 품목으로 허가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대 2만5000원의 선별급여를 산정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가가 확정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원형 실린더 카트리지는 기존 품목으로 분류돼 한 개당 1600~2600원에 사용됐다.
이상빈 메인텍 대표(사진)는 "아직 국내에 원천기술을 가진 의료기기 업체가 없다"며 "우리가 그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인텍이 2015년 개발한 애니퓨전은 병원에서 널리 쓰이는 기존 시린지펌프와 인퓨전펌프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제품이다.
시린지펌프는 자동으로 주사기를 눌러서, 인퓨전펌프는 수액백에 연결된 호스를 짜서 일정량의 약물을 환자에게 투여하는 의료기기다. 기존 펌프는 병원 내 감염 위험이 높고 주입량 오차가 크다는 게 이 대표 설명이다.
시린지펌프에 쓰이는 주사기 용량은 최대 60mL로 하루 1000mL를 주입하려면 하루에 18회 이상 주사기를 교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약물이 외부에 노출돼 병원 내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또 주사기가 수평으로 움직이면서 약물을 주입할 때 시간차가 생겨 모니터에 표시되는 주입량과 차이가 생기는 문제가 있다. 인퓨전펌프도 호스가 찌그러져 의료진이 설정한 약물 주입량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메인텍의 원천기술인 원형 실린더 카트리지는 대용량의 팩에 직접 연결돼 자주 바꿀 필요가 없다. 실린더가 회전하면서 약물을 연속적으로 투여하고 호스에 힘을 가하지 않기 때문에 주입량 오차도 거의 없다. 약물 주입량을 세밀하게 조절해야 하는 소아 환자에게 제격인 이유다. 그는 "1시간 동안 0.099mL를 주입하는 비교 실험 결과 기존 제품은 평균 0.08~0.12mL였으나 애니퓨전은 0.095mL를 기록했다"며 "0.004mL는 한두 방울 정도밖에 안 된다"고 했다.
2001년 창업한 뒤 2007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2016년 식약처 허가를 받은 애니퓨전에 투입한 개발비는 100억원에 이른다. 3년간 심평원과 줄다리기 논의를 거듭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 대표는 "많은 업체가 자기 제품이 세계 최초라고 주장했지만 대부분 근거가 없었다"며 "그런 사례가 많아지니 심평원에서도 혁신 제품을 부정적으로 보고 충분한 임상 결과를 가져오라는 식으로 건설적인 논의를 제안하지 않았다"고 했다.
메인텍은 꾸준히 애니퓨전이 혁신 제품이라는 근거를 쌓으려 노력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일본 쇼세카이 임상센터, 인천 가천대길병원 등에서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며 데이터를 축적했다. 한성희 분당서울대병원 마취과 교수가 애니퓨전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연구 논문을 국내외에서 발표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다.
이 대표는 인허가 과정에서 기업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다른 회사는 인허가 업무를 직원이 맡는데 메인텍은 내가 직접 나서 담당 과장을 만나 소통하려 노력했다"며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 정부가 제품의 혁신성에 더 주목한다"고 말했다.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도 큰 힘이 됐다고 분석했다. 자체 개발한 링거용 수액 조절기를 45개국에 수출하면서 애니퓨전의 판로를 확보했다. 그는 "이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식약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고도 국내서 제품을 거의 팔지 못한 메인텍은 하루 빨리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려 한다. 최근 연평균 매출액은 30억원 수준이지만 이 대표가 기대하는 내년 예상 매출액은 1000억원에 달한다. 제품 가격은 250만원으로 기존 제품과 비슷하다. 이 대표는 "상급종합병원 한 곳당 의약품 주입펌프를 약 1만대 갖추고 있다"며 "여기에 소모품인 카트리지를 포함하면 매출은 급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 의약품 주입 펌프 시장은 현재 약 1500억원에서 2021년 3000억원, 세계 시장은 같은 기간 9조원에서 11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애니퓨전은 이미 해외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3년간 터키, 사우디, 이란, 인도 등 6개국에 10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앞으로 3년 동안 2000억원을 투자해 500명 이상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다. 그는 "경기 화성에 공장을 세우려고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추후 자가 혈액투석기, 이동형 혈액 주입 펌프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필립스, 지멘스, 박스터 등 세계적인 헬스케어 기업처럼 원천기술을 토대로 100년 기업을 일구겠다는 그의 얼굴은 자신감이 넘쳤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