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전문인력이 부족한 한국의 AI 기술은 어느 수준일까.

지난해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내놓은 ‘AI 기술 및 정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6월 기준 AI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은 미국 IBM(537건)이었다. 2위도 미국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514건)였다. 10위 안에는 일본(5개)과 미국(3개)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국 기업으론 9위 삼성전자(185건)가 유일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의 ‘2017년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수준 조사’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AI 기술력을 100으로 기준 삼았을 때 한국의 기술력은 78.1에 불과했다. 이는 중국(81.9)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1년 전 조사에서는 한국(73.9)이 중국(71.8)에 앞섰지만 결국 추월을 허용했다. 지난해 일본의 AI 기술 수준은 83.0, 유럽연합(EU)은 88.1로 역시 한국보다 높았다.

한국의 AI 경쟁력이 낮은 것은 그동안 AI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AI 연구개발(R&D) 관련 지출은 2013년 366억원에서 지난해 2344억원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중국(지난해 6조원)과 미국(2015년 1조2000억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정부는 1990년 AI의 음성인식·자동통역 분야에 7년간 900억원을 투자한다고 했지만 투자액은 54억원에 그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2000년대 초반 ‘CALO’, ‘DARPA’ 등의 AI 개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이후 ‘CALO’에서 음성개인비서 연구부문을 독립시켜 벤처기업 시리를 설립했다. 애플은 시리를 2억달러에 인수했고 자사의 스마트폰 아이폰에 적용했다.

중국은 AI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정해 2030년까지 1조위안 시장 규모의 AI 핵심 산업, 10조위안 규모의 관련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또 분야별로 AI 선도기업을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바이두는 자율주행자동차, 텐센트는 의료·헬스, 알리바바는 스마트시티 분야를 맡는 방식이다.

한국 정부는 뒤늦게 AI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5월 ‘AI R&D 전략’을 내놨다. 2022년까지 AI에 특화된 대학원 6곳을 신설하는 등 AI R&D에 5년간 총 2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