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이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10년을 맞는다. 미국 경제의 고용지표 호조로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들을 중심으로 ‘위기 10년 주기설’이 나돌고 있다. 글로벌 금리 인상, 신흥국 위기, 글로벌 무역전쟁, 이탈리아로 인한 유로존 붕괴, 중국 부채위기 가능성 등이 다음 위기를 촉발할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발하면 우리 경제는 안전할까.

우리 경제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7월과 비교하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투자, 생산, 소비, 기업경기지수, 소비자 기대지수 등은 10년 전보다 악화됐고 그때보다 개선된 수출, 수입, 취업자 수도 무역전쟁 격화, 고용시장 악화 등으로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2분기 기준 2009년 736조원에서 2018년 1493조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 가계부채가 ‘금융 뇌관’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한국은행도 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면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에 연쇄적 위협을 몰고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위기 당시 잘나갔던 조선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이 구조조정 기회를 놓친 것도 우려스럽다. 대기업이 고전하는 가운데 한계상황으로 내몰리는 중소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기업 실적이 악화하고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날수록 금융 불안정성이 더욱 확대될 건 불 보듯 뻔하다.

나라 빚도 문제다. 재무제표상 국가부채는 지난해 말 1555조8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500조원을 넘어섰다. 중앙·지방정부 채무는 660조7000억원으로 정부는 여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하지만, 2008년 309조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확대 기조에 따른 급격한 지출 증대, 고령화·저성장으로 인한 향후 세수 한계를 고려하면 이 역시 또 하나의 ‘뇌관’이다. 우리 경제가 예상치 못한 외부 위기에 대비하려면 지금이라도 내부 위기요인 해소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