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용인했다" 영장기각 두고 검찰-법원 '일촉즉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유해용 前수석연구관 기밀문건 유출…영장 안 내준 사이 문서파쇄
윤석열 "지위고하 막론 엄중 책임 묻겠다"…증거인멸 방조혐의 수사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가 들고 나간 대법원 기밀문건을 전부 파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둘러싼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극도로 고조되고 있다.
지난 6월 수사가 시작된 이래 압수수색 영장을 대부분 기각하며 빗장을 걸어온 법원이 이제는 핵심 피의자의 증거인멸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반면 법원은 해당 변호사의 문건 반출이 죄가 되지 않으며 수사기관이 문건을 입수하는 건 재판의 본질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압수수색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검찰은 문건 파기가 이뤄진 이상 사법부 안팎의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철저히 추적한다는 방침이어서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전망이다.
11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유해용(52) 변호사는 지난 6일 자신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두 번째로 기각되자 문제가 된 자료를 파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5일 유 변호사의 재판개입 의혹과에 관련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그가 올해 초 법원에서 퇴직할 때 다른 상고심 사건에 대한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와 판결문 초고를 대량 가지고 나온 사실을 파악했다.
당시 검찰은 유 변호사의 혐의 전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검찰이 이미 확보하고 있던 문건 1건에 대한 압수수색만 허용한 상태였다. 불법반출 문건을 확인한 검찰은 곧바로 이 문건들에 대한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이튿날 기각됐고, 7일 다시 청구한 영장도 이날 기각됐다.
주말이 포함되긴 했지만 심사 기간도 압수수색 영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4일이나 걸렸다.
"영장을 가져오라"며 임의제출을 거부한 유 변호사는 이 사이 대법원에서 가지고 나온 문서들을 파쇄하고, 컴퓨터 저장장치도 분해해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로서는 가장 우려했던 사태가 현실화한 셈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불법반출 문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처음 기각되자 "지금부터는 불법 반출된 자료들이 은닉 또는 파기돼도 막을 방법이 없게 됐다"며 "압수수색 영장기각은 심각한 불법 상태를 용인하고 증거인멸 기회를 주는 결과여서 대단히 부당하다"고 우려한 바 있다.
문건 파기가 실제로 일어나자 검찰은 거세게 반발했다.
검찰은 10일 밤 이례적으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명의로 입장을 내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러한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윤석열호(號)' 서울중앙지검이 법원의 결정에 반발하며 공식적으로 입장을 낸 것은 꼭 1년 만이다.
검찰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주요 수사의 피의자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검찰은 작년 9월 8일 서울중앙지검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일반적인 영장전담 판사들의 판단 기준과 대단히 다르다"며 반발한 바 있다.
당시에는 '검찰이 심했다'라는 평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구속영장과 달리 인신구속을 필요로 하지 않는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률이 그리 높지 않은 데다가 사법부를 향한 수사에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와 관련해 법원의 연이은 압수수색 영장기각은 유 전 수석연구관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
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는 경우는 10건 중 1건꼴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각률이 무려 90%에 달하는 것이다.
법원행정처 통계를 보면 2016년 전국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은 총 16만8천268건(89.2%)이 발부됐고, 일부 기각이 1만8천543건(9.8%), 기각이 1천727건(0.9%)이었다.
이례적으로 높은 압수수색 영장기각률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 변호사의 문서파쇄 사실이 확인되자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한 끝에 영장을 발부받고 11일 오전 유 변호사의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남은 불법유출 문건과 다른 혐의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압수수색에 대비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던 만큼 유의미한 증거자료가 대부분 사라졌을 개연성이 크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미루면서 시간을 벌어주는 방식으로 증거인멸을 돕지 않았는지, 이 과정에 법원행정처가 관여한 것은 아닌지 철저히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별도의 해명을 내놓지 않았지만 유 변호사의 문서 파기를 사후에 알게 됐고, 이 사실을 검찰에 알려준 것도 법원행정처였다는 내용의 설명자료를 전날 언론에 배포했다.
유 변호사가 들고 나간 자료를 회수하기 위해 처음 전화 연락을 하면서 문서 파기 사실을 알게 됐을 뿐 다른 의도로 연락을 주고받은 적은 전혀 없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검찰의 압수수색을 불허한 데 대한 법원의 입장은 영장을 기각한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설명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박 부장판사는 "대법원 자료를 반출한 행위가 대법원 입장에서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나 죄가 되지는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유 변호사의 문서 반출은 형사적 책임까지 물을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아울러 박 부장판사는 수사 목적이라도 재판 관련 내용이 담긴 문건을 검찰이 입수하는 것은 재판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도 압수수색을 불허한 사유로 제시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지위고하 막론 엄중 책임 묻겠다"…증거인멸 방조혐의 수사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가 들고 나간 대법원 기밀문건을 전부 파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둘러싼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극도로 고조되고 있다.
지난 6월 수사가 시작된 이래 압수수색 영장을 대부분 기각하며 빗장을 걸어온 법원이 이제는 핵심 피의자의 증거인멸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반면 법원은 해당 변호사의 문건 반출이 죄가 되지 않으며 수사기관이 문건을 입수하는 건 재판의 본질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압수수색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검찰은 문건 파기가 이뤄진 이상 사법부 안팎의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철저히 추적한다는 방침이어서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전망이다.
11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유해용(52) 변호사는 지난 6일 자신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두 번째로 기각되자 문제가 된 자료를 파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5일 유 변호사의 재판개입 의혹과에 관련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그가 올해 초 법원에서 퇴직할 때 다른 상고심 사건에 대한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와 판결문 초고를 대량 가지고 나온 사실을 파악했다.
당시 검찰은 유 변호사의 혐의 전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검찰이 이미 확보하고 있던 문건 1건에 대한 압수수색만 허용한 상태였다. 불법반출 문건을 확인한 검찰은 곧바로 이 문건들에 대한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이튿날 기각됐고, 7일 다시 청구한 영장도 이날 기각됐다.
주말이 포함되긴 했지만 심사 기간도 압수수색 영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4일이나 걸렸다.
"영장을 가져오라"며 임의제출을 거부한 유 변호사는 이 사이 대법원에서 가지고 나온 문서들을 파쇄하고, 컴퓨터 저장장치도 분해해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로서는 가장 우려했던 사태가 현실화한 셈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불법반출 문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처음 기각되자 "지금부터는 불법 반출된 자료들이 은닉 또는 파기돼도 막을 방법이 없게 됐다"며 "압수수색 영장기각은 심각한 불법 상태를 용인하고 증거인멸 기회를 주는 결과여서 대단히 부당하다"고 우려한 바 있다.
문건 파기가 실제로 일어나자 검찰은 거세게 반발했다.
검찰은 10일 밤 이례적으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명의로 입장을 내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러한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윤석열호(號)' 서울중앙지검이 법원의 결정에 반발하며 공식적으로 입장을 낸 것은 꼭 1년 만이다.
검찰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주요 수사의 피의자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검찰은 작년 9월 8일 서울중앙지검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일반적인 영장전담 판사들의 판단 기준과 대단히 다르다"며 반발한 바 있다.
당시에는 '검찰이 심했다'라는 평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구속영장과 달리 인신구속을 필요로 하지 않는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률이 그리 높지 않은 데다가 사법부를 향한 수사에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와 관련해 법원의 연이은 압수수색 영장기각은 유 전 수석연구관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
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는 경우는 10건 중 1건꼴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각률이 무려 90%에 달하는 것이다.
법원행정처 통계를 보면 2016년 전국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은 총 16만8천268건(89.2%)이 발부됐고, 일부 기각이 1만8천543건(9.8%), 기각이 1천727건(0.9%)이었다.
이례적으로 높은 압수수색 영장기각률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 변호사의 문서파쇄 사실이 확인되자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한 끝에 영장을 발부받고 11일 오전 유 변호사의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남은 불법유출 문건과 다른 혐의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압수수색에 대비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던 만큼 유의미한 증거자료가 대부분 사라졌을 개연성이 크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미루면서 시간을 벌어주는 방식으로 증거인멸을 돕지 않았는지, 이 과정에 법원행정처가 관여한 것은 아닌지 철저히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별도의 해명을 내놓지 않았지만 유 변호사의 문서 파기를 사후에 알게 됐고, 이 사실을 검찰에 알려준 것도 법원행정처였다는 내용의 설명자료를 전날 언론에 배포했다.
유 변호사가 들고 나간 자료를 회수하기 위해 처음 전화 연락을 하면서 문서 파기 사실을 알게 됐을 뿐 다른 의도로 연락을 주고받은 적은 전혀 없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검찰의 압수수색을 불허한 데 대한 법원의 입장은 영장을 기각한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설명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박 부장판사는 "대법원 자료를 반출한 행위가 대법원 입장에서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나 죄가 되지는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유 변호사의 문서 반출은 형사적 책임까지 물을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아울러 박 부장판사는 수사 목적이라도 재판 관련 내용이 담긴 문건을 검찰이 입수하는 것은 재판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도 압수수색을 불허한 사유로 제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