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전략연구원 기자간담회…연내 4차 북중정상회담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폭 축소된' 정권수립일 70주년 열병식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정치적 운신의 폭을 확대할 명분을 제공함에 따라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클럽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하지 않고, '미국' 거론을 자제하거나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에서 대미 비난 내용을 배제한 점 등은 '비핵화 표현 없는 비핵화 의지의 시현'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이기동 부원장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2차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과 관련, "비핵화 협상 국면이 깨지는 것은 두 정상 모두에게 정치적으로 도움되지 않는 구조적 제약에 놓여 있다"며 "그런 흐름에서 보면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크다"고 예측했다.

임수호 책임연구위원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개최 전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취소했던 것을 언급하며 "그때의 핵심 메시지는 북한보다는 북미 간 평화 프로세스에 개입하는 일본, 중국 등 주변에 대한 메시지가 강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곧이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로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정상회담이 성사됐듯, 이번에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로 (교착국면)을 다시 한 번 해결했고, 여기에 북한의 (축소된) 열병식과 남측 특사단 방북 등을 통해 다시 2차 정상회담으로 가는 분위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2차 북미정상회담 시기는 이달 유엔 총회기간 예정된 한미정상회담과 11월 미국 중간선거 사이가 여러 측면에서 가장 좋다며 "2차 회담을 하게 되면 '프런트 로딩'(front-loading·핵심적 핵능력 제거)에 대한 합의가 나와야 하고 이에 따른 미국의 '보상' 등과 같은 의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경우 남북정상회담과 이달 말 유엔총회 기간 중 한미정상회담 사이에 방북이 재추진될 가능성에 연구원은 주목했다.
"축소된 北열병식, 트럼프에 2차회담 개최 명분… 성사가능성 커"
연구원은 최근 북중관계 긴밀화 추세를 볼 때 연내 4차 북중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번 열병식에서도 역대 열병식 중 처음으로 중국 해남도(하이난 섬)전선부대 및 군수공업부문 노동계급 종대 등이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일기 북한연구실장은 해당 종대가 "국공내전 당시 북한의 대중 군사지원의 대표적 사례"라며 "북한이 중국과의 혈맹 중시 차원에서 '이례적인 퍼포먼스'를 연출했다"고 말했다.

북한군 총참모장직을 리영길에게 넘겨준 뒤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여겨졌던 리명수의 군부 내 지위 변동 역시 눈에 띄는 대목이라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앞서 조선중앙방송은 정권수립일 중앙보고대회 내용을 전하며 "무력기관 책임일꾼들인 리명수, 김수길, 리영길, 노광철 동지, 도당위원장들, 군대와 사회의 일꾼들이 주석단에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김수길은 군 총정치국장, 리영길은 군 총참모장, 노광철은 인민무력상으로 북한군 서열 1∼3위를 구성하는데, 이들 3명보다 리명수를 앞에 호명함으로써 사실상 '군부 1인자'로 대우한 셈이다.

김인태 책임연구위원은 정확한 직책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지난달 중순 사망한 김영춘 인민무력성 총고문의 후임 차원에서 정권수립 70주년 계기로 복원성 차원에서 조치된 인사 아닌가 생각한다"며 "인민무력성 총고문 내지는 총고문 참모부 총고문, 더 나아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총고문 지위를 부여받았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추정한다"고 말했다.

고재홍 책임연구위원은 과거 김정일 후계구도 구축 과정에서 한익수·오진우 등이 무력상·총정치국장·총참모장 등을 관할하는 '군사담당'이라는 직책을 부여받은 사례 등을 거론하며 "리명수 같은 경우도 비핵화 등과 관련해 김정은이 직접 얘기하기보다는 '중간 조정자' 차원에서 원로들이 중간중간 개입하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