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폐기 고집부린 트럼프… 매티스 '동맹' 앞세워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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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맹으로서 한국이 필요…무역도 무관치 않아"…밥 우드워드 신간 주장
"폐기 서한 초안 빼돌렸지만 쿠슈너에게 다시 만들게 해"
게리 콘 전 국가경제위원장과 롭 포터 전 선임비서관이 '대통령 저지' 협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참모들의 제동에 불구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려는 시도를 굽히지 않았고, 결국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이 나서 겨우 말릴 수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은 11일(현지시간) 발매된 신간 '공포:백악관의 트럼프'에서 백악관 안팎의 관계자들로부터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이같이 밝혔다.
책 머리말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2017년 9월 초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로 조용히 들어가 '결단의 책상'(대통령 전용 책상) 위에 놓인 한 통의 서한 초안을 빼냈다.
이는 미국이 한국과의 FTA를 폐기하겠다는 내용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에게 보내려는 것이었다.
콘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한미FTA 폐기는 양국의 경제관계, 군사동맹 뿐만 아니라 일급정보 활동의 토대가 되는 관계를 끝내겠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서한의 초안은 9월 5일 자로 작성됐다.
한국은 미국의 국가안보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게 우드워드의 설명이다.
미국의 본토를 타격할 수 있어 미국의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탐지 활동이 대표적이다.
주한미군이 정보 활동을 통해 파악할 경우 북한에서 ICBM을 발사하면 7초 안에 탐지할 수 있다.
반면 미 알래스카에서는 15분이 걸린다.
북한의 ICBM이 로스앤젤레스까지 도달하는 데는 38분이 소요된다.
대응 능력에서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콘 전 위원장은 한미FTA 폐기가 한미관계 전반을 흐트러뜨릴 수 있고, 국가안보에 재앙을 불러오는 도화선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우드워드가 전했다.
결국 콘은 서한을 대통령 책상에서 빼돌려 '관리(KEEP)'라고 표시한 푸른색 폴더에 넣어 보관했다.
이 서한과 같은 문서의 생산은 통상 백악관에서 롭 포터 전 선임비서관이 떠맡았다.
그러나 이 사안의 경우 초안이 '알려지지 않은(unknown) 채널'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콘과 포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충동적이고 위험한 명령인 한미FTA 폐기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고 우드워드는 밝혔다.
이는 결코 '행정부 쿠데타'이거나 미국 대통령과 그의 헌법상 권한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우드워드는 주장했다.
비록 서한의 초안이 사라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폐기 의도를 접은 건 아니었다.
그는 이를 잊지 않고 있었고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자신이 불러주는 내용을 받아적게 했다.
트럼프는 "편지 작성이 끝나면 갖고 와서 사인할 수 있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쿠슈너가 메모를 토대로 서한을 만드는 과정에서 포터 전 비서관이 초안을 보내달라고 요청해 사본을 입수할 수 있었다.
우드워드의 책에 따르면 이런 와중에 백악관에서는 한미FTA 폐기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도 벌어졌다.
폐기 반대론자들은 미국이 이제까지 다른 나라와의 FTA를 폐기한 적이 없으며, FTA 폐기에는 법적인 문제들과 지정학적 문제들, 국가안보와 정보에 관한 문제들이 뒤따른다며 다양한 사실과 논리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한미FTA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고 결국 콘 전 위원장은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티스 장관은 평소 가급적 백악관 방문을 자제했지만, 비상상황이라는 점을 깨닫고 '고언'을 내놓았다는 게 우드워드의 설명이다.
매티스 장관은 "(북한)김정은은 우리 국가안보에 가장 즉각적인 위협"이라며 "우리는 동맹으로서 한국이 필요하다.
무역이 이 문제와 연관된 것처럼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게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격분해 왜 미국이 한국의 대(對)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유지에 연간 10억 달러를 쓰는 것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또 한국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를 배치하는 대신 오리건 주 포틀랜드로 옮기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그러나 매티스 장관은 "우리는 한국을 위해 이걸 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한국이 우리를 돕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한국을 돕고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을 거듭 설득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우드워드는 이런 '비사'를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첫해에 대해 "2017년의 미국은 정서적으로 과장되고 변덕스럽고 예측불가능한 리더의 말과 행동에 묶여있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폐기 서한 초안 빼돌렸지만 쿠슈너에게 다시 만들게 해"
게리 콘 전 국가경제위원장과 롭 포터 전 선임비서관이 '대통령 저지' 협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참모들의 제동에 불구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려는 시도를 굽히지 않았고, 결국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이 나서 겨우 말릴 수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은 11일(현지시간) 발매된 신간 '공포:백악관의 트럼프'에서 백악관 안팎의 관계자들로부터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이같이 밝혔다.
책 머리말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2017년 9월 초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로 조용히 들어가 '결단의 책상'(대통령 전용 책상) 위에 놓인 한 통의 서한 초안을 빼냈다.
이는 미국이 한국과의 FTA를 폐기하겠다는 내용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에게 보내려는 것이었다.
콘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한미FTA 폐기는 양국의 경제관계, 군사동맹 뿐만 아니라 일급정보 활동의 토대가 되는 관계를 끝내겠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서한의 초안은 9월 5일 자로 작성됐다.
한국은 미국의 국가안보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게 우드워드의 설명이다.
미국의 본토를 타격할 수 있어 미국의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탐지 활동이 대표적이다.
주한미군이 정보 활동을 통해 파악할 경우 북한에서 ICBM을 발사하면 7초 안에 탐지할 수 있다.
반면 미 알래스카에서는 15분이 걸린다.
북한의 ICBM이 로스앤젤레스까지 도달하는 데는 38분이 소요된다.
대응 능력에서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콘 전 위원장은 한미FTA 폐기가 한미관계 전반을 흐트러뜨릴 수 있고, 국가안보에 재앙을 불러오는 도화선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우드워드가 전했다.
결국 콘은 서한을 대통령 책상에서 빼돌려 '관리(KEEP)'라고 표시한 푸른색 폴더에 넣어 보관했다.
이 서한과 같은 문서의 생산은 통상 백악관에서 롭 포터 전 선임비서관이 떠맡았다.
그러나 이 사안의 경우 초안이 '알려지지 않은(unknown) 채널'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콘과 포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충동적이고 위험한 명령인 한미FTA 폐기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고 우드워드는 밝혔다.
이는 결코 '행정부 쿠데타'이거나 미국 대통령과 그의 헌법상 권한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우드워드는 주장했다.
비록 서한의 초안이 사라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폐기 의도를 접은 건 아니었다.
그는 이를 잊지 않고 있었고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자신이 불러주는 내용을 받아적게 했다.
트럼프는 "편지 작성이 끝나면 갖고 와서 사인할 수 있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쿠슈너가 메모를 토대로 서한을 만드는 과정에서 포터 전 비서관이 초안을 보내달라고 요청해 사본을 입수할 수 있었다.
우드워드의 책에 따르면 이런 와중에 백악관에서는 한미FTA 폐기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도 벌어졌다.
폐기 반대론자들은 미국이 이제까지 다른 나라와의 FTA를 폐기한 적이 없으며, FTA 폐기에는 법적인 문제들과 지정학적 문제들, 국가안보와 정보에 관한 문제들이 뒤따른다며 다양한 사실과 논리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한미FTA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고 결국 콘 전 위원장은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티스 장관은 평소 가급적 백악관 방문을 자제했지만, 비상상황이라는 점을 깨닫고 '고언'을 내놓았다는 게 우드워드의 설명이다.
매티스 장관은 "(북한)김정은은 우리 국가안보에 가장 즉각적인 위협"이라며 "우리는 동맹으로서 한국이 필요하다.
무역이 이 문제와 연관된 것처럼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게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격분해 왜 미국이 한국의 대(對)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유지에 연간 10억 달러를 쓰는 것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또 한국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를 배치하는 대신 오리건 주 포틀랜드로 옮기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그러나 매티스 장관은 "우리는 한국을 위해 이걸 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한국이 우리를 돕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한국을 돕고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을 거듭 설득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우드워드는 이런 '비사'를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첫해에 대해 "2017년의 미국은 정서적으로 과장되고 변덕스럽고 예측불가능한 리더의 말과 행동에 묶여있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