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격화되는 미국의 '중국 때리기'… 中 시장 환상 버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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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읽기 (1)
미·중 무역분쟁은 21세기 헤게모니 장악 위한 '패권 전쟁'
中 불공정 무역·强軍夢 도발…美 파괴적 관세폭탄 투하
"아시아에 불안정의 시대 온다"…韓 '제2 중국' 낙인 피해야
안세영 < 성균관대 특임교수 >
미·중 무역분쟁은 21세기 헤게모니 장악 위한 '패권 전쟁'
中 불공정 무역·强軍夢 도발…美 파괴적 관세폭탄 투하
"아시아에 불안정의 시대 온다"…韓 '제2 중국' 낙인 피해야
안세영 < 성균관대 특임교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사사건건 대들면 5000억달러 규모의 대미(對美) 수출품 전부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이미 국내절차를 마쳤다. 대통령이 서명해 포문만 열면 된다. 미·중 무역전쟁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베이징은 경악하고 폴 크루그먼 같은 세계적 경제학자들은 “중국과의 관세전쟁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세계경제가 대공황으로 갈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워싱턴의 분위기는 딴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정책에 대해 비난의 소리가 높지만, ‘중국 후려치기(China bashing)’는 예외다.
트럼프 참모진은 물론 공화당, 민주당 모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차피 중국과의 일전(一戰)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지금 중국과의 힘겨루기는 단순한 무역분쟁이 아니다. 미래 세계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려 덤벼드는 중국과 이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미국의 국운을 건 패권형 무역전쟁이다.
‘중국몽!’ 2050년에 중국을 세계 제1의 경제·군사대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중국제조 2025’는 이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한 작전계획이다. 2025년까지 한국을 제치고 2035년엔 일본, 독일을 추월하며 마지막으로 2045년엔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것이다. 이런 ‘중화민족의 부흥’을 위해 시진핑 주석이 영구집권하는 길까지 훤하게 열어놨다.
참으로 다부진 꿈이다. 그런데 여기엔 너무 비대해진 베이징의 오만과 단견(短見)이 엿보인다. 자신들의 꿈이 세계 패권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상대국이 어떻게 반발할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2050년 중국이 1등으로 올라서면 당연히 미국은 2등 국가로 전락한다. 세계 역사를 볼 때 패권국가가 순순히 자리를 내준 적은 한 번도 없다. 부상하는 독일제국이 앵글로 색슨의 패권에 도전하다가 1차 세계대전이 터졌다. 일본제국이 미국에 도전하다가 태평양전쟁이 발발했다.
그렇게 본다면 중국몽의 실현과 ‘팍스 아메리카나’는 제로섬 게임이다. 진작에 한판 붙었어야 했는데 그간 시 주석이 미국을 적당히 잘 다뤘다. 남중국해에서 긴장이 있었지만 뚝심 있게 밀어붙여 군사비행장까지 세웠다. 미 해군이 군함 몇 척을 보냈지만 중국의 솟아오르는 해양굴기를 막진 못했다. 미국은 마치 종이호랑이처럼 보였다. 그래서 중국은 자신감을 갖고 중국몽을 세계에 선포했다. 中國夢 vs 팍스아메리카나
중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에 대응보복을 하는 나라다. 지난 3월 미국이 중국산 철강 등에 관세를 부과하자 즉각 미국산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전임 대통령 같았으면 대충 여기서 미국이 물러섰을 것이다. 그런데 ‘협상의 달인’ 트럼프는 달랐다. 아예 게임의 룰 자체를 바꿔버렸다. 몇 개 품목을 갖고 중국과 티격태격하는 대신 수천억달러, 수천 개 품목에 관세 융단폭격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진 중국이 ‘끝까지 가보자’며 맞대응했다. 그런데 이젠 더 이상 싸울 포탄이 떨어졌다.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상품이 1300억달러 규모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게임의 룰 바꿔버린 트럼프
미국은 왜 이렇게 강하게 중국을 후려치는 것인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중국이 현 자유무역체제를 ‘악용’, 미국 경제를 파탄 나게 해 2등 국가로 전락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날로 늘어나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도 문제다. 더 심각한 것은 중국 정부의 ‘불공정 무역관행’이다. 미국에 도전하는 10대 전략산업에 엄청난 정부보조금을 퍼붓고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훔치며 외국인 투자기업을 차별하면서 기술 이전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일본의 이미지는 개선되는 반면 중국은 불공정 국가 이미지를 갖고 있다.
다음으로 유순한 판다인 줄 알고 가난한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켰더니, 호랑이가 돼 군사적으로 대든다는 것이다. 당초에 중국이 WTO 체제에서 자유무역을 하면 민주국가로 변해 미국의 우산 아래 주요 2개국(G2) 정도로 만족할 줄 알았다.
‘10배의 법칙’이 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뒤 작년까지 수출이 10배 정도 늘어났다. 그 덕분에 경제력도 10배가량 커졌다. 그런데 문제는 같은 기간 국방예산도 10배나 뛰었다는 것이다. 방어용 군비 증강이라고 하지만 한 나라가 보유할 수 있는 무기 중에서 가장 공격적인 것이 항공모함이다. ‘강군몽(强軍夢)’이 계획한 대로 6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하면 태평양을 양분해 미국의 안보를 충분히 위협할 수 있다.
美 중간선거 후에도 ‘빅딜’ 없을 것
다가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나고 아태경제협력체(APEC)에서 두 나라 정상이 만나면 뭔가 ‘빅딜’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많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한 순진한 낙관이다. 미국은 이번에 중국을 잡지 못하면 더 이상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도 국가주도형 산업발전 전략을 공격하는 미국에 밀리면 시 주석의 권력기반이 흔들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일대 교수 출신 아시아 전문가 마이클 오슬린은 《아시아 세기의 종언》에서 “그간 아시아가 누렸던 번영의 시대는 가고 불확실성과 불안정의 시대가 온다”고 말한다. 우리도 지각변동을 하는 대외여건에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하면 우리의 대중 수출이 20% 줄어들고 전체 수출이 4.9% 축소된다고 한다(현대경제연구원). 특히 중간재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세계무역 침체로 인한 경제성장률 저하 우려도 있다.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 주목해야
반면 미국과 중국 시장에 생긴 공백을 우리 제품이 뚫고 들어가는 기회 요인도 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현재 형성된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의 변화다. 지금은 중국의 대미 수출의 60%를 외자기업이 생산한다. 그런데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 해외 생산거점으로서 중국의 매력이 떨어진다. 많은 다국적기업이 골치 아픈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인도로 생산거점을 옮길 것이다. 이미 포드는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려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포거스 액티브’의 판매계획을 포기했다. 이제는 우리가 지금까지 가졌던 중국시장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버릴 때가 된 것 같다.
끝으로 우리가 ‘제2의 중국’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다음으로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 과거 미·일 간 통상분쟁이 고조됐을 때 ‘제2의 일본’으로 낙인찍혔던 우리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다.
트럼프 참모진은 물론 공화당, 민주당 모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차피 중국과의 일전(一戰)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지금 중국과의 힘겨루기는 단순한 무역분쟁이 아니다. 미래 세계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려 덤벼드는 중국과 이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미국의 국운을 건 패권형 무역전쟁이다.
‘중국몽!’ 2050년에 중국을 세계 제1의 경제·군사대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중국제조 2025’는 이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한 작전계획이다. 2025년까지 한국을 제치고 2035년엔 일본, 독일을 추월하며 마지막으로 2045년엔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것이다. 이런 ‘중화민족의 부흥’을 위해 시진핑 주석이 영구집권하는 길까지 훤하게 열어놨다.
참으로 다부진 꿈이다. 그런데 여기엔 너무 비대해진 베이징의 오만과 단견(短見)이 엿보인다. 자신들의 꿈이 세계 패권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상대국이 어떻게 반발할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2050년 중국이 1등으로 올라서면 당연히 미국은 2등 국가로 전락한다. 세계 역사를 볼 때 패권국가가 순순히 자리를 내준 적은 한 번도 없다. 부상하는 독일제국이 앵글로 색슨의 패권에 도전하다가 1차 세계대전이 터졌다. 일본제국이 미국에 도전하다가 태평양전쟁이 발발했다.
그렇게 본다면 중국몽의 실현과 ‘팍스 아메리카나’는 제로섬 게임이다. 진작에 한판 붙었어야 했는데 그간 시 주석이 미국을 적당히 잘 다뤘다. 남중국해에서 긴장이 있었지만 뚝심 있게 밀어붙여 군사비행장까지 세웠다. 미 해군이 군함 몇 척을 보냈지만 중국의 솟아오르는 해양굴기를 막진 못했다. 미국은 마치 종이호랑이처럼 보였다. 그래서 중국은 자신감을 갖고 중국몽을 세계에 선포했다. 中國夢 vs 팍스아메리카나
중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에 대응보복을 하는 나라다. 지난 3월 미국이 중국산 철강 등에 관세를 부과하자 즉각 미국산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전임 대통령 같았으면 대충 여기서 미국이 물러섰을 것이다. 그런데 ‘협상의 달인’ 트럼프는 달랐다. 아예 게임의 룰 자체를 바꿔버렸다. 몇 개 품목을 갖고 중국과 티격태격하는 대신 수천억달러, 수천 개 품목에 관세 융단폭격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진 중국이 ‘끝까지 가보자’며 맞대응했다. 그런데 이젠 더 이상 싸울 포탄이 떨어졌다.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상품이 1300억달러 규모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게임의 룰 바꿔버린 트럼프
미국은 왜 이렇게 강하게 중국을 후려치는 것인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중국이 현 자유무역체제를 ‘악용’, 미국 경제를 파탄 나게 해 2등 국가로 전락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날로 늘어나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도 문제다. 더 심각한 것은 중국 정부의 ‘불공정 무역관행’이다. 미국에 도전하는 10대 전략산업에 엄청난 정부보조금을 퍼붓고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훔치며 외국인 투자기업을 차별하면서 기술 이전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일본의 이미지는 개선되는 반면 중국은 불공정 국가 이미지를 갖고 있다.
다음으로 유순한 판다인 줄 알고 가난한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켰더니, 호랑이가 돼 군사적으로 대든다는 것이다. 당초에 중국이 WTO 체제에서 자유무역을 하면 민주국가로 변해 미국의 우산 아래 주요 2개국(G2) 정도로 만족할 줄 알았다.
‘10배의 법칙’이 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뒤 작년까지 수출이 10배 정도 늘어났다. 그 덕분에 경제력도 10배가량 커졌다. 그런데 문제는 같은 기간 국방예산도 10배나 뛰었다는 것이다. 방어용 군비 증강이라고 하지만 한 나라가 보유할 수 있는 무기 중에서 가장 공격적인 것이 항공모함이다. ‘강군몽(强軍夢)’이 계획한 대로 6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하면 태평양을 양분해 미국의 안보를 충분히 위협할 수 있다.
美 중간선거 후에도 ‘빅딜’ 없을 것
다가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나고 아태경제협력체(APEC)에서 두 나라 정상이 만나면 뭔가 ‘빅딜’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많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한 순진한 낙관이다. 미국은 이번에 중국을 잡지 못하면 더 이상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도 국가주도형 산업발전 전략을 공격하는 미국에 밀리면 시 주석의 권력기반이 흔들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일대 교수 출신 아시아 전문가 마이클 오슬린은 《아시아 세기의 종언》에서 “그간 아시아가 누렸던 번영의 시대는 가고 불확실성과 불안정의 시대가 온다”고 말한다. 우리도 지각변동을 하는 대외여건에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하면 우리의 대중 수출이 20% 줄어들고 전체 수출이 4.9% 축소된다고 한다(현대경제연구원). 특히 중간재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세계무역 침체로 인한 경제성장률 저하 우려도 있다.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 주목해야
반면 미국과 중국 시장에 생긴 공백을 우리 제품이 뚫고 들어가는 기회 요인도 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현재 형성된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의 변화다. 지금은 중국의 대미 수출의 60%를 외자기업이 생산한다. 그런데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 해외 생산거점으로서 중국의 매력이 떨어진다. 많은 다국적기업이 골치 아픈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인도로 생산거점을 옮길 것이다. 이미 포드는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려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포거스 액티브’의 판매계획을 포기했다. 이제는 우리가 지금까지 가졌던 중국시장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버릴 때가 된 것 같다.
끝으로 우리가 ‘제2의 중국’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다음으로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 과거 미·일 간 통상분쟁이 고조됐을 때 ‘제2의 일본’으로 낙인찍혔던 우리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