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워드 신간서 드러난 '美 대북 선제타격론'… 막후논의 전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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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北 5차핵실험뒤 대북 선제타격, 국방부·정보당국에 검토 지시"
"美정보당국, 북핵 완전제거 불가능…85% 제거할 수 있어"
"펜타곤 '지상군 투입이 북핵제거 유일한 길' 보고"
"오바마, 北 핵무기 이용한 반격에 선제타격 검토 백지화" 논란 속에 11일(미국 동부시간) 출간된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백악관 안의 트럼프'는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미국 행정부 내부의 '숨김없는' 시각과 대응방향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무엇보다도 갈수록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核)과 미사일 문제가 세계의 안보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에게 얼마나 큰 '골칫거리'로 작용하고 있는지 새삼 확인해보는 계기가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그동안 '전략적 인내'를 내세워 북핵문제 해결에 소홀했던 것으로 알려진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실제로는 대북 선제타격 방안을 깊숙이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한을 상대로 대화와 제재라는 외교적 수단을 전개하는 이면에서 미국의 최상층부가 '정권과 무관하게' 지상군 투입까지 포함한 대북 군사옵션을 실질적으로 검토했었다는 사실은 앞으로의 한반도 상황전개에 미치는 함의가 작지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다.
미국 행정부의 대북 선제타격 검토와 관련한 신간의 내용을 정리해본다. ◇ "오바마, 北 5차핵실험 뒤 선제타격 검토 지시"
책은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한 2016년 9월9일,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 소식을 전해 듣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핵 실험 나흘 전, 북한은 한국과 일본을 사정거리에 두는 중거리 탄도미사일도 시험 발사한 터였다.
우드워드는 책에서 "전쟁을 피하고자 하는 강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북핵 위협이 정확한(외과수술 방식의) 군사 공격으로 제거될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할 시간이 됐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임기 말을 맞아 후임 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넘겨줄 준비를 하면서 오바마 대통령 스스로 북한 문제는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 내용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처음부터 북한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저지시킬 수 있는 극비 작전인 '특별 접근 프로그램'(Special Access programs(SAP)'들을 승인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첫째, 북한 미사일 부대 및 통제 시스템을 겨냥해 사이버 공격을 하는 작전과 둘째, 북한 미사일을 직접 손에 넣는 작전, 셋째로 북한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7초 내에 탐지하는 작전 등이 포함돼 있다.
첫번째 작전은 오바마 취임 첫해부터 시작됐으나 성공률이 혼재돼 있었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우드워드는 "정부 관리들은 이 작전들이 국가안보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책에서 자세히 묘사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위협이 사라지지 않자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참모들에게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제거하기 위해 사이버 공격을 병행한 예방적 대북 군사 공격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관한 민감한 질문을 던졌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오바마 이전 정부, 즉 빌 클린턴과 조지 W.부시 정부도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결국 풀지 못한 채 북한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는 상황이었고, 이는 오바마 대통령을 계속 괴롭히는 문제가 됐다고 우드워드는 덧붙였다. ◇ "美정보당국, 북핵 완전제거 불가능…85% 제거할 수 있어"
오바마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의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력히 경고하자 국방부와 정보기관에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관련 시설을 제거하는 것이 가능한지 파악해보라고 지시했다고 우드워드는 밝혔다.
한달간의 조사 끝에 국방부와 미국 정보기관은 "미국이 식별할 수 있는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 시설의 85% 가량을 타격해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북한이 어디에,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완전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미 정보당국의 판단이었다.
게다가 북한의 포병대가 밀집해 있는 비무장지대(DMZ)와 인접한 서울은 인구 1천만의 거대도시였다.
이에 클래퍼 국장은 북한의 핵무기를 완전하게 제거하지 않을 경우 반격과정에서 남한에 수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 "펜타곤, '지상군 투입' 보고…오바마, 北반격 가능성에 결국 백지화"
당시 국방부는 지상군 투입을 통해 북한 핵 프로그램의 모든 요소를 정확하게 찾아내 완전히 파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상군 침투는 핵무기를 이용한 북한의 반격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고 우드워드는 지적했다.
2009년 노벨평화상 수락 연설에서 "전쟁은 인간 비극", "전쟁은 인간의 어리석음의 표현"이라고 비판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결국 좌절감과 분노를 느끼면서 대북 선제타격 안을 백지화했다.
◇ "오바마, 트럼프에 인수인계 때 '북핵이 최대 골칫거리' 말해"
책에는 미 대선 이틀 뒤 대통령직 인수인계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에서 만난 일화도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의 만남은 20분간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이를 훨씬 넘긴 1시간여 동안이나 이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트럼프 당선인에게 '한반도가 가장 골칫거리다.
당신에게도 가장 크고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훗날 스태프들에게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에게 북한 문제가 가장 큰 악몽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국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정보 분석가는 "오바마 정부가 북한 문제에 대해 눈을 감고 귀머거리, 벙어리처럼 행동한 데 대해 충격을 받았지만 지금은 왜 오바마 팀이 트럼프에게 '북핵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는지 알 것 같다"며 "그들은 문제를 숨기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 "클래퍼, 평양에 이익대표부 설치 원해…오바마는 '불용' 고수"
우드워드는 2014년 11월 클래퍼 국장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케네스 배와 매튜 토드 밀러의 석방을 위해 평양을 찾았던 당시 일화도 소개했다.
군사 옵션을 대신해 보다 현실적으로 북핵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여긴 클래퍼 국장은 당시 방북에서 북한 관리들과 대화하면서 북한이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핵무기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북한으로서는 이같은 '모호성'이 매우 현실적이고 강력한 억지수단이 되는데, 북한이 무슨 이유로 이를 포기하겠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클래퍼 국장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대화의 조건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내거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클래퍼 국장은 또 북한이 한국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평화협정을 바라고 있다고도 전했다.
우드워드는 "클래퍼 국장의 2014년 방북 당시 북한 관리들이 클래퍼 국장의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주제가 하나 있었다"며 "클래퍼 국장은 '미국에게 영원한 적수란 없다.
일본, 독일과도 과거 전쟁을 했으나 지금은 친구'라고 북한에 말했다"고 소개했다.
클래퍼 국장은 그러면서 북한과 접촉하기 위한 비공식 채널로서 평양에 이익대표부를 설치하기를 원했다.
완전한 외교관계 수립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동시에 북한에 정보를 전달하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긴 것이라고 우드워드는 설명했다.
하지만 클래퍼 국장의 주장은 마치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와 같이, 아무도 이에 동의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우드워드는 "오바마 대통령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데 동의해야 할 것'이라고 믿는 강경파였다"고 말했다.
◇ "미 정보당국, '김정은이 김정일보다 효과적인 지도자' 판단"
미 정보당국이 30대 초반의 나이로 북한의 새 지도자가 된 김정은의 캐릭터를 분석하는데 열을 올린 부분도 책에 등장한다.
책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김정은이 언론 만평 등에서 불안정한 미치광이처럼 묘사되는 것과 달리, 그의 아버지 김정일보다 훨씬 더 북핵 프로그램을 다루는 데 있어 효과적인(유능한·effective) 지도자로 판단했다.
김정일은 핵 실험에 실패한 과학자들을 처형했지만 김정은은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다'는 신념으로 실패를 용납하고 핵 기술을 진전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무슨 이유로 핵 추구에 열을 올리는지에 대해선 미 정보당국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클래퍼 국장은 "더욱 중요한 사실은 무엇이 김정은을 (핵 추구로) 몰고 가는지, 그의 발화점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연합뉴스
"美정보당국, 북핵 완전제거 불가능…85% 제거할 수 있어"
"펜타곤 '지상군 투입이 북핵제거 유일한 길' 보고"
"오바마, 北 핵무기 이용한 반격에 선제타격 검토 백지화" 논란 속에 11일(미국 동부시간) 출간된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백악관 안의 트럼프'는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미국 행정부 내부의 '숨김없는' 시각과 대응방향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무엇보다도 갈수록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核)과 미사일 문제가 세계의 안보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에게 얼마나 큰 '골칫거리'로 작용하고 있는지 새삼 확인해보는 계기가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그동안 '전략적 인내'를 내세워 북핵문제 해결에 소홀했던 것으로 알려진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실제로는 대북 선제타격 방안을 깊숙이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한을 상대로 대화와 제재라는 외교적 수단을 전개하는 이면에서 미국의 최상층부가 '정권과 무관하게' 지상군 투입까지 포함한 대북 군사옵션을 실질적으로 검토했었다는 사실은 앞으로의 한반도 상황전개에 미치는 함의가 작지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다.
미국 행정부의 대북 선제타격 검토와 관련한 신간의 내용을 정리해본다. ◇ "오바마, 北 5차핵실험 뒤 선제타격 검토 지시"
책은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한 2016년 9월9일,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 소식을 전해 듣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핵 실험 나흘 전, 북한은 한국과 일본을 사정거리에 두는 중거리 탄도미사일도 시험 발사한 터였다.
우드워드는 책에서 "전쟁을 피하고자 하는 강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북핵 위협이 정확한(외과수술 방식의) 군사 공격으로 제거될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할 시간이 됐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임기 말을 맞아 후임 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넘겨줄 준비를 하면서 오바마 대통령 스스로 북한 문제는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 내용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처음부터 북한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저지시킬 수 있는 극비 작전인 '특별 접근 프로그램'(Special Access programs(SAP)'들을 승인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첫째, 북한 미사일 부대 및 통제 시스템을 겨냥해 사이버 공격을 하는 작전과 둘째, 북한 미사일을 직접 손에 넣는 작전, 셋째로 북한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7초 내에 탐지하는 작전 등이 포함돼 있다.
첫번째 작전은 오바마 취임 첫해부터 시작됐으나 성공률이 혼재돼 있었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우드워드는 "정부 관리들은 이 작전들이 국가안보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책에서 자세히 묘사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위협이 사라지지 않자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참모들에게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제거하기 위해 사이버 공격을 병행한 예방적 대북 군사 공격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관한 민감한 질문을 던졌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오바마 이전 정부, 즉 빌 클린턴과 조지 W.부시 정부도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결국 풀지 못한 채 북한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는 상황이었고, 이는 오바마 대통령을 계속 괴롭히는 문제가 됐다고 우드워드는 덧붙였다. ◇ "美정보당국, 북핵 완전제거 불가능…85% 제거할 수 있어"
오바마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의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력히 경고하자 국방부와 정보기관에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관련 시설을 제거하는 것이 가능한지 파악해보라고 지시했다고 우드워드는 밝혔다.
한달간의 조사 끝에 국방부와 미국 정보기관은 "미국이 식별할 수 있는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 시설의 85% 가량을 타격해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북한이 어디에,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완전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미 정보당국의 판단이었다.
게다가 북한의 포병대가 밀집해 있는 비무장지대(DMZ)와 인접한 서울은 인구 1천만의 거대도시였다.
이에 클래퍼 국장은 북한의 핵무기를 완전하게 제거하지 않을 경우 반격과정에서 남한에 수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 "펜타곤, '지상군 투입' 보고…오바마, 北반격 가능성에 결국 백지화"
당시 국방부는 지상군 투입을 통해 북한 핵 프로그램의 모든 요소를 정확하게 찾아내 완전히 파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상군 침투는 핵무기를 이용한 북한의 반격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고 우드워드는 지적했다.
2009년 노벨평화상 수락 연설에서 "전쟁은 인간 비극", "전쟁은 인간의 어리석음의 표현"이라고 비판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결국 좌절감과 분노를 느끼면서 대북 선제타격 안을 백지화했다.
◇ "오바마, 트럼프에 인수인계 때 '북핵이 최대 골칫거리' 말해"
책에는 미 대선 이틀 뒤 대통령직 인수인계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에서 만난 일화도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의 만남은 20분간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이를 훨씬 넘긴 1시간여 동안이나 이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트럼프 당선인에게 '한반도가 가장 골칫거리다.
당신에게도 가장 크고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훗날 스태프들에게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에게 북한 문제가 가장 큰 악몽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국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정보 분석가는 "오바마 정부가 북한 문제에 대해 눈을 감고 귀머거리, 벙어리처럼 행동한 데 대해 충격을 받았지만 지금은 왜 오바마 팀이 트럼프에게 '북핵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는지 알 것 같다"며 "그들은 문제를 숨기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 "클래퍼, 평양에 이익대표부 설치 원해…오바마는 '불용' 고수"
우드워드는 2014년 11월 클래퍼 국장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케네스 배와 매튜 토드 밀러의 석방을 위해 평양을 찾았던 당시 일화도 소개했다.
군사 옵션을 대신해 보다 현실적으로 북핵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여긴 클래퍼 국장은 당시 방북에서 북한 관리들과 대화하면서 북한이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핵무기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북한으로서는 이같은 '모호성'이 매우 현실적이고 강력한 억지수단이 되는데, 북한이 무슨 이유로 이를 포기하겠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클래퍼 국장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대화의 조건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내거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클래퍼 국장은 또 북한이 한국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평화협정을 바라고 있다고도 전했다.
우드워드는 "클래퍼 국장의 2014년 방북 당시 북한 관리들이 클래퍼 국장의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주제가 하나 있었다"며 "클래퍼 국장은 '미국에게 영원한 적수란 없다.
일본, 독일과도 과거 전쟁을 했으나 지금은 친구'라고 북한에 말했다"고 소개했다.
클래퍼 국장은 그러면서 북한과 접촉하기 위한 비공식 채널로서 평양에 이익대표부를 설치하기를 원했다.
완전한 외교관계 수립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동시에 북한에 정보를 전달하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긴 것이라고 우드워드는 설명했다.
하지만 클래퍼 국장의 주장은 마치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와 같이, 아무도 이에 동의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우드워드는 "오바마 대통령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데 동의해야 할 것'이라고 믿는 강경파였다"고 말했다.
◇ "미 정보당국, '김정은이 김정일보다 효과적인 지도자' 판단"
미 정보당국이 30대 초반의 나이로 북한의 새 지도자가 된 김정은의 캐릭터를 분석하는데 열을 올린 부분도 책에 등장한다.
책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김정은이 언론 만평 등에서 불안정한 미치광이처럼 묘사되는 것과 달리, 그의 아버지 김정일보다 훨씬 더 북핵 프로그램을 다루는 데 있어 효과적인(유능한·effective) 지도자로 판단했다.
김정일은 핵 실험에 실패한 과학자들을 처형했지만 김정은은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다'는 신념으로 실패를 용납하고 핵 기술을 진전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무슨 이유로 핵 추구에 열을 올리는지에 대해선 미 정보당국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클래퍼 국장은 "더욱 중요한 사실은 무엇이 김정은을 (핵 추구로) 몰고 가는지, 그의 발화점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