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개 기관이 맡으면 위험 커
민간銀·외국 금융사도 함께해야
경협 활성화땐 대우건설에 호재
한국GM R&D 부문 신설법인
일방적 설립 추진은 반대
이 회장은 이날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남북 경협은 규모가 크고 리스크도 많아 한두 개 금융기관이 맡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남북 경협을 위한 사전준비 차원에서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 선양, 단둥 등지를 다녀왔다고 했다. 산은과 수출입은행, 시중은행 및 국제기구까지 참여하는 남북 경협 방안의 밑그림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오는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의 경제인 방북단에 동행할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들은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남북 경협이 가시화되면 대우건설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은은 올초 대우건설 지분 50.75%를 호반건설에 1조6000억원(주당 7700원)으로 매각하려고 했으나 모로코 사피발전소 부실이 드러나면서 무산됐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더는 잠재적 매수자를 찾기 힘든 상황으로 조급히 매각을 추진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북 경협이 가시화되면 대우건설의 유용성이 굉장히 커질 것”이라며 “앞으로 2~3년 동안 경쟁력을 높여 당초 매각에 실패했던 가격의 최소 두 배 이상은 받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대우건설을 비롯한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이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각 추진 당시 대우건설 노조의 거센 반대 등을 예로 들며 “구조조정 기업들에 대한 관리가 어려운 핵심적인 이유는 임직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구조조정 기업 대부분이 산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싫어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주인의식 결여에 따른 모럴해저드가 만연해 있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산은이 2대 주주인 한국GM의 신설법인 설립 논란 움직임에 대해 주주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다만 금지 가처분신청이 법인 설립을 반대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한국GM은 지난 7월부터 연구개발(R&D) 업무를 담당할 신설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장은 “한국GM으로부터 법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반대 혹은 찬성할 수 있는 명분은 없다”며 “다만 기본협약에 위배되기 때문에 일방적인 추진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