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거래 장터 찾은 문 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국내 농·축·수산물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11일 청와대 연풍문에 마련된 ‘추석맞이 농·축·수산물 직거래 장터’ 행사장을 찾아 사과 등을 시식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직거래 장터 찾은 문 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국내 농·축·수산물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11일 청와대 연풍문에 마련된 ‘추석맞이 농·축·수산물 직거래 장터’ 행사장을 찾아 사과 등을 시식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평양 남북한 정상회담’을 1주일 앞두고 국회 동반 방북을 제안한 청와대와 이를 거부한 국회가 각을 세우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청와대의 동행 초청을 국회의장단과 보수 야당이 거부하자 청와대는 계속 설득하겠다면서도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보수 야당은 연이틀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는 등 갈등이 심해지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우리는 이번 평양 정상회담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다시 한번 큰 걸음을 내딛는 결정적인 계기로 삼고, 북·미 대화의 교착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국제적 지지와 함께 국내에서도 초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국회에 남북 정상회담 동행을 제안한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처럼 중차대한 민족사적 대의 앞에서 제발 당리당략을 거둬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발언을 두고 일각에선 취임 이후 불필요한 정쟁을 막기 위해 보수 야당에 쓴소리를 자제해온 문 대통령이 작심한 듯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초대 과정에서 소통에 일부 착오가 있을 순 있지만 국회의 이 같은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 측에 초청 메시지를 전달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서운한 마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임 실장은 “저는 좀 일찍 제도권 정치에 발을 들여놨는데 국회에서 놀란 사실 중 하나는 중진들의 힘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중진들의 힘은) 조정·타협을 통해 나눌 건 나누고 합할 건 합해내는 능력인데, 언제부턴가 우리 정치에서 그런 중진 정치가 사라지고 이젠 좀처럼 힘을 합하는 장면을 보기가 어렵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과거 한솥밥을 먹던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동행 거절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임 실장은 “우연인지 몰라도 주요 정당의 대표 분들이 우리 정치의 원로급 중진”이라며 여의도의 정치 복원에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임 실장은 “저는 이 분들의 복귀 목표가 ‘권토중래’가 아니라 ‘희망의 근거’를 보여주는 것이었으면 한다”며 “이미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어지러운 한국 정치에 ‘꽃할배’ 같은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오셨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청와대는 이날 한병도 정무수석을 국회에 보내 보수 야당 설득에 나섰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 수석에게 거부 의사를 밝힌 손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전날 임 실장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전화를 받고 안 가겠다고 해서 끝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임 실장이 나와 발표한 건 예의에 어긋난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병준 위원장과 한 수석의 면담은 지방 일정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상회담 평양 동행은 설득의 문제가 아니다”며 “먼저 (야당에) 이야기한 뒤 발표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같은 날 “청와대가 국회와 각 정당을 (정상회담의) 곁가지로 끌어넣는 모습은 자연스럽지 못하다”며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렇게 초청한 것은 서로 결례”라고 지적했다.

국회의장단과 보수 야당이 거부 의사를 철회하지 않으면서 국회 인사 가운데서는 참가 의사를 밝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만 동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반대하는 분들 때문에 초청에 응한 분들까지 함께하지 않을 순 없다”면서도 “아직 시일이 남았으니 계속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