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원산에서 세종까지
올여름 세종특별자치시에 막둥이 상공회의소(상의)인 ‘세종상공회의소’가 태어났다.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 터를 잡은 대한상의에 있다 보니 세종상의라는 이름이 더욱 살갑다.

막둥이가 생긴 마당에 상의의 가족사를 얘기하고 싶다. 국내 경제단체에서 대한상의는 단연 가장 오래됐다. 나이로 치면 134세다. 상의가 처음 탄생한 건 1882년 원산에서다. 국내 상인들은 일본, 청나라를 필두로 한 열강들의 상권 침탈에 맞서기 위해 상업회의소를 결성했다. 원산에서의 첫 태동 후 1884년 대한상의 전신인 한성상업회의소가 세워졌다. 이후 인천, 부산 등을 거쳐 73번째 형제인 세종상의가 생겨났다.

세계사 속 상의사를 살펴보면 상의는 수백 년 전 근대 자본주의 역사와 함께 탄생했다. 세계 최초의 상의로 여겨지는 프랑스 마르세유 상의는 1599년 만들어져 무려 400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19년에는 전 세계 상의를 한데 묶는 국제상업회의소(ICC)가 결성됐다. 현재 ICC에는 140여 개 나라 상의가 가입했다.

북한에도 상의가 있다. 평양의 조선상업회의소는 2000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ICC 정기총회에서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국제적으로 상의끼리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서로에 대한 믿음이 두텁다. 대한상의도 선진국과 후진국을 막론해 50개 이상의 나라와 경협위원회를 가동 중이다.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는 한인상의가 활동 중이다. 재일한국상의는 역사가 이미 50년을 넘었다. 금년엔 아세안 10개국 한인상의 연합체 ‘한-아세안 기업인 협의체’도 조직됐다.

해외에서 이들을 만나면 국내에선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애국심을 느끼게 된다. 올초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재일한국상의 총회는 아직까지 또렷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모두 함께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고, 만세삼창을 외칠 때 가슴에서 목젖으로 올라오는 그 진한 감동을 잊을 수 없다. 낯선 타지에서 고군분투하면서도 조국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며 나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다.

경제가 쉽니 어려우니 말들이 많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서울에서나 세종에서나,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국가와 민족을 위해 꿋꿋하게 뛰는 상공인이 있다. 상공인이라는 이름 아래 그들은 일제 침탈과 서구 열강의 침략에 맞서 민족경제를 살리고 지켜냈다. 그 힘은 우리 경제의 튼튼한 버팀목이자, 미래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 경제는 그래도 계속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