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는 이날 성명을 내고 "ICC는 이에 구애받지 않고 ICC의 원칙과 법치라는 신념에 따라 업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볼턴 보좌관은 ICC를 무책임하고 미국과 이스라엘 및 다른 동맹국에 위험한 존재라고 부르면서 ICC의 미군에 대한 조사는 근거 없고 정당화할 수 없는 조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ICC가 우리(미국)와 이스라엘, 다른 미국의 동맹국을 조사한다면 우리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ICC가 미국인들을 상대로 조사 및 처벌 절차를 진행하면 미국은 ICC 관계자들에 대한 경제적 제재와 형사적 기소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ICC는 이날 성명에서 ICC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사법기관임을 선언한 뒤 관련 국가들이 해당 범죄에 대해 처벌하려 하지 않거나, 처벌할 수 없을 때 ICC는 그 범죄에 대해 조사하고 단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두고 있는 ICC는 집단학살이나 전쟁범죄, 반인도주의적 범죄를 단죄하기 위해 지난 2002년 설립됐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전 세계 124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미국은 ICC의 근거가 되는 로마규정에 서명했으나 아직 비준하지 않아 회원국이 아니다.
로마규정은 ICC의 관할권 요건으로 우선 ▲ 범죄가 회원국의 영토 내에서 발생한 경우 ▲ 범죄혐의자가 회원국 국적자인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ICC는 미국의 경우 회원국이 아니지만, 아프가니스탄이 회원국이기 때문에 아프간 미군의 범죄에 대해 조사할 수 있는 사법적 관할권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ICC는 범죄용의자를 체포할 능력은 없으므로 범죄용의자가 속한 국가의 도움을 받아야 제대로 조사·처벌할 수 있다.
볼턴 보좌관의 태도로 볼 때 현재로선 ICC가 아프간 미군 범죄에 대해 조사에 나서더라도 미국 정부가 협조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미국 의회는 지난 2002년 ICC에 잡혀 있는 미국 시민을 석방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침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연합뉴스